김대중 전 대통령을 그리워할 이름들을 꼽아봅니다.
이희호, 김홍일, 김홍업, 김홍걸, 그리고 친지들. 서울시청 앞 광장 등 전국의 분향소를 찾아 눈물 흘린 시민들, 고인이 늘 “존경하고 사랑하는”이라고 부르던 그 국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의료진들. 지난 3년간 고인의 머리를 손질해온 동교동 우남이용원의 주영길 이발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의 500만 추모객들, 김 전 대통령이 서울 경복궁 영결식장에서 권양숙씨의 손을 잡고 오열하던 모습에 함께 울던 그들. 저승에서 눈물 흘릴 노무현 전 대통령, 그리고 권양숙씨. 현직 때나 퇴임 뒤나 고인을 곁에서 모시던 비서진. 충직한 동지들인 권노갑, 한화갑, 한광옥, 김옥두, 박지원…. 민주당 정치인들. 고인이 이룬 민주화에 힘입어 진보정당을 일으켰으나 고인을 뛰어넘으려 애써야 했던 민주노동당·진보신당 사람들. 민주주의와 인권과 평화를 되돌리는 현 정부에 넌더리가 난 민주시민들, 네티즌들, 학생들…. 김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는 빌 클린턴 전 미 대통령, 조지프 바이든 미 부통령, 리하르트 폰 바이츠제커 전 독일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 그리고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단으로 온 김기남 노동당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원동연 아태위 실장. 무엇보다 북쪽을 처음 찾은 남쪽 대통령을 꽃술과 환호성으로 맞이하던 평양 시민들. 1987년 거리에서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386들. 대선에서 고인에게 한 표를 준 호남 사람들, 그리고 영남 사람들. 감옥에 갇혔던, 그리고 지금도 갇혀 있는 양심수들. 사형수들. 민가협 어머니들. 하의도의 이웃들, 지금은 늙어버린 동무들, 그리고 ‘대통령 할아버지’를 보고 싶어하는 섬 아이들….
이번호에는 그들의 마음을 담으려 했습니다. 그 마음을 통해 김 전 대통령을 바라보려 했습니다. 서거 순간에서 시작해 고인이 다시 거리에 서야 했던 올여름, 대통령 시절 영광과 시련의 순간들, 신산했던 정치 역정, 삶과 죽음의 고빗길, 푸른 꿈의 청년기와 하의도 소년 시절까지…. 그러나 다 담지 못하겠습니다.
김 전 대통령의 삶의 궤적을 좇다 보니 그건 여러 편의 대하드라마입니다.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고, 때로 뾰족뾰족 튀어나오기도 하고, 움푹 패기도 하고, 우뚝 솟기도 하고… 삶의 고비고비마다 사건과 철학과 정치적 역정이 좌우상하로 교직돼 너무도 복잡다단한 다층적 구조를 이룬 커다란 삶이었습니다. 이야기는 여기에서 시작해 저기에서 끝나는가 싶으면 다시 여기로 돌아와 눈을 동그랗게 만들고, 과거에서 시작했나 싶으면 현재와 미래로 내달리고 다시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 깊은 회고에 잠기게 합니다. 그리고 오늘에 던지는 메시지는 늘 육중합니다.
그래서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기록은 미완입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한마디만 갖고도 여러 날을 용맹정진해야 마음이 풀려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그저 수천만 송이 흰 국화를 바라봅니다. 차마 눈부셔 다 헤아릴 수 없는 슬픔들을 봅니다. 그리고 삼가 고인을 기리는 이름들을 덧붙입니다. 임지선, 김미영, 임인택, 조혜정, 임주환, 이순혁, 최성진, 김정효, 전종휘, 정인환, 정용일, 류우종, 윤운식, 한광덕, 신윤동욱, 안수찬, 정혁준, 구둘래, 이태희, 조계완, 박승화, 박용현.
박용현 <한겨레21> 편집장 pi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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