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보건대 학생 서덕관씨가 서울 광화문 앞에 설치된 단식농성장에서 눈을 맞고 있다. 서덕관 제공
2025년 1월15일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이 체포될 때, 많은 시민이 환호했고 또 안도했다. 구속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눈보라를 맞으며 밤새워 거리에 앉아야 했던 시민들도 잠시 쉴 수 있었다. 그러나 잠깐이었다. 3월8일 윤석열이 석방되면서 시민들의 투쟁은 두 번째 국면으로 들어섰다. 시민들은 평일에도 거리로 나오기 시작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도 광화문 앞에 천막을 쳤다. 동시다발적으로 삭발과 단식을 시작했다. 들불처럼 번진 단식투쟁에 부산 지역 대학생들도 참여했다. 부산보건대 학생 서덕관(22)씨도 그중 한 명이었다. “더 이상 기다리기만 할 수 없다”며 3월15일부터 21일까지 일주일 동안 곡기를 끊었다. 인생 첫 단식이었다. 윤석열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발표된 4월1일, 서씨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단식농성 이후 부산에서 탄핵 집회에 참여해왔던 그는 이날부터 다시 서울에 가서 헌재 앞 집회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했다.
—단식은 어떻게 시작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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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구속되고 나서 곧 헌법재판소에서 파면할 거라고 봤다. 그런데 갑자기 구속취소가 된 것을 보고 이제는 (파면을)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탄핵 촉구를 위해) 활동하는 분들에게도 힘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다. 내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행동을 생각했고, 그게 단식이었다.”
—태어나서 처음 한 단식인데 힘들지 않았나.
“엄청 힘들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밥을 안 먹으니 힘은 많이 빠졌다. 계속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조금 어지럽기는 했다. 처음 단식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한 주만 하면 파면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이 헌재가 계속 결론을 내지 않고 더 끌고 갈 수도 있겠다고 봤다. 우리도 힘이 빠지는 상황이어서 일단 중단했다. 단식보다는 잘 먹고 힘내서 더 열심히 파면을 위해 활동하는 게 낫다고 봤다.”
—학교는 재학 중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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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실습 위주의 수업이 많은데, 다리가 아파 오래 서 있기 어려워 휴학했다. 그럼에도 집회에 나가고 단식 등 활동을 했던 건 내 인생이 걸린 일이라고 생각해서다. 윤석열이 파면되지 않으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나.”
—단식농성을 하며 가장 기억나는 순간이 있다면.
“한 시민분이 오셔서 ‘우리가 이런 세상을 물려주게 돼서 정말 미안하다. 우리가 더 열심히 했더라면 너희가 이렇게 나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 정말 미안하다’라고 말해주셨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단식농성을 마친 이후에는 어떻게 지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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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중단 기자회견을 마친 뒤 부산으로 돌아왔다. 몸 관리를 하면서 부산에서 열리는 윤석열 파면 촉구 집회에 계속 참여했다. 그러던 차에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으로부터 전국에서 모여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4월1일과 2일 서울에 가서 (비상행동이 주최하는) 집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헌재가 아직도 탄핵심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 계속 늦어지는 것을 보면 헌재도 믿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가 믿을 건 광장에 나오는 시민들밖에 없다. 더 많은 시민이 모여 압박해야 할 것 같다. 계속 늦어진다면 헌재도 각오해야 될 거다. 하루빨리 좀 파면해달라.”
인터뷰를 마친 뒤 헌재가 윤석열 탄핵 선고기일을 4월4일 오전 11시로 정했다는 속보가 나왔다. 다시 서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헌재 앞 집회를 위해 서울로 가는 버스 안이라고 했다.
—헌재가 드디어 선고기일을 지정했는데, 기분이 어떤가.
“정말 시간이 오래 걸린 것 같다. 이렇게 갑자기 지정되니 어안이 벙벙하다. 인용되면 좋겠지만 혹시 모르기 때문에 (인용되지 않을 경우도)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헌재가 인용 결정을 내릴 거라고 생각하나.
“인용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리도 서울에 가는 대로 계속 압박할 예정이다. 8 대 0으로 인용하지 않으면 헌재도 끝난다고 계속 얘기할 거다.”
—한겨레21을 비롯한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은.
“내란 사태가 지속되는 힘든 상황이었는데, 한겨레21 같이 민중들을 위한 참된 기사를 만들어내는 곳이 많아져야 할 것 같다. 힘내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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