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12월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윤석열 퇴진을 위해 행동하는 청년 일동(윤퇴청)이 주최한 ‘국민의힘 해체’를 위한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국민의힘 당사 앞에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국민의힘에는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한 번은 12·3 내란사태 당일,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할 때다. 그러나 국민의힘 의원 108명 가운데 겨우 1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원내대표 추경호는 의결을 방해하기 위해 의원들에게 국회가 아니라 당사로 모이라고 두 번이나 지시했고, 의원 50여 명이 이 지시에 따랐다. 내란 동조 행위다. 다른 한 번은 12월7일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 표결 때다.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은 의원 105명이 아예 국회 본회의장을 떠났고, 탄핵소추안은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폐기됐다. 그래놓고 다음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공동 국정운영’ 방안을 내놨다. 위헌적이다.
국민의힘의 이런 행태는 12월12일 내란 피의자 윤석열이 여전히 대통령 자리에 서서 ‘나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다’고 뻗대는 담화를 내놓게 했다. 윤석열은 이 담화에서 국민의힘 의원 윤상현과 대구시장 홍준표가 말한 “비상계엄은 고도의 통치행위였다”는 궤변을 고스란히 자신의 말로 옮겼다. 이로써 민주공화정을 부정하고 내란을 일으킨 무도한 대통령과 그를 배출한 국민의힘은 내란 앞에서 다시 하나가 됐다. 내란에 동조하고 헌법을 업신여기는 정당은 정치세력으로서 존재 가치가 없다. 뒤늦게 윤석열 탄핵에 참여한다고 해서 이미 드러난 실체는 감춰지지 않는다. 내란사태 우두머리인 윤석열 체포에 더해 국민의힘이 자진 해산을 결정해야 하는 까닭이다.
돌이켜보면, 비상계엄 선포를 두고 “대통령의 통치행위였다”고 말하는 궤변은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에서 비롯했다. 전두환·노태우 신군부는 1996년 8월 나온 내란수괴죄 1심 판결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며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확대 선포에 대해 “적법하게 이뤄진 대통령의 통치행위”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우리는 국민의힘이 전두환·노태우 신군부가 만든 민주정의당의 역사를 고스란히 계승하는 정당임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윤석열 역시 전두환·노태우 신군부의 정신세계와 연결된 인물이라는 점도 알 수 있다. 전두환·노태우는 저런 궤변을 주장했다가 1심에서 각각 사형과 징역 22년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국민의힘에 44년의 간격을 두고 전두환·노태우, 윤석열과 같은 내란 우두머리들이 거듭 나타나는 건 이들이 애초부터 보수라는 가치를 추구하는 정당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치가 아니라 오로지 힘을 숭배할 뿐이다. 그러면서 정부 시책에 불복종하고 저항하는 시민들을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로 낙인찍고 이들을 처단하는 실행자 혹은 동조자로서의 모습을 과시하며 자기 존재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지배 이데올로기는 그렇게 재생산되고, 이들은 그 지배 이데올로기 안에서 안온한 자리를 차지한 채 끊임없이 생존하는 전략만을 이념으로 추구한다.
윤석열이 행한 12·3 내란사태와 12·12 대국민 담화는 한국 사회에서 더는 국민의힘과 같은 정치세력이 생존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명징하게 보여줬다. 이젠 윤석열만 탄핵하고 체포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닌 싸움이 됐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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