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2월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 7차 변론이 열리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5년 2월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열쇳말은 준동과 난항이다. 불순한 세력이나 보잘것없는 무리가 법석을 부린다는 뜻을 지닌 ‘준동’의 주체는 극우 세력이다. 12·3 비상계엄으로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이 일주일에 두 번씩 헌법재판소에 나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다며 뻗대고, 그런 윤석열을 결사보위하려는 국민의힘과 조선일보 등은 헌재 때리기에 한창이다. 이를 발판 삼은 극우 세력은 광장을 장악하고 서울서부지법에서 폭동을 일으켰으며 급기야 “헌재를 두들겨 부수어야 한다”(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고 주장한다.
여러 장애 때문에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뜻을 가진 ‘난항’의 주체는 한국 정치다. 난항의 이유는 준동한 극우 세력의 ‘개소리’(해리 프랭크퍼트에 따르면 개소리는 진실 따윈 관심이 없고 오로지 깊은 인상을 주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지며 경제적 이득이나 권력 획득을 목적으로 삼는다)가 언론과 소셜미디어를 온통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소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세력이든 개소리의 문제점을 지적하려는 세력이든 개소리가 주류 담론이 된 일종의 ‘필터 버블’에 갇혀 있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정작 내란으로 드러난 한국 정치의 빈틈은 무엇인지, 이 빈틈을 메우면서 내란 이후의 한국 사회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토론도 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극우 세력의 확산은 단호한 대응으로 막아내야 한다. 단호한 대응 방법은 이성적 반론이 될 수도 있고, 철저한 단죄가 될 수도 있다. 언론은 피곤하겠지만 집요하게 극우 세력의 개소리를 기록하고 검증하고 배후를 추적하는 방식으로 반론해야 한다. 또한 윤석열의 내란은 현행 헌법으로, 내란 이후 창궐하고 있는 극우 세력의 준동은 형법으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음을 알려야 한다. 다만 반론과 단죄만으로 극우의 확산을 막기는 어렵다. 음모론 등으로 무장한 극우의 논리는 그 자체로 무한대의 확장성을 지닌다. “극우주의는 사람들의 상처와 고통에 똬리를 튼 ‘감정 서사’이며 논리적 설득만으로 해소될 수 없다”(이번호 2025 체제전환 연속기고)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 극우 세력 중에서도 특히 권력과 재력, 발언권이 없는 이들의 고립을 막고 접촉을 늘려 편견과 혐오 감정을 줄여나갈 수 있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는 사회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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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쪽에서는 극우 세력에 위협받은 민주주의를 내란 이전보다 확장하기 위한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승자독식의 정치와 당연한 듯 이어지는 패권정치는 우리 사회를 절반으로 갈라 극단적 대립의 악무한으로 이끈다. 극단적 대립은 적대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행위가 정치의 전부이기 때문에 교착을 반복하면서 정작 국민의 개혁 요구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그러니 이런 현상의 기반이 되는 거대 양당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 다당제를 가능하게 하는 비례제 선거제도를 도입하고, 국민발안이나 국민소환은 물론이거니와 선거제도 개선에도 시민 참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개헌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입법으로 충분하다는 입장 사이의 충돌은 사실 중대한 쟁점이 아니다.
한겨레21은 단호한 대응과 민주주의 확장을 위한 정치를 병행하려 한다. 그 과정 중 하나가 이번호에 실린 글들이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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