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3월16일 미국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들이 엘살바도르 세코트 교도소에서 무릎을 꿇고 있다. AFP 연합뉴스
8년4개월여에 걸친 독립전쟁은 1783년 9월 승리로 막을 내렸다. 신생 독립국 미국은 1798년 무렵 독립전쟁을 지원했던 프랑스와 사이가 틀어졌다. 두 나라 사이에 전운이 감돌았다.
친프랑스 성향의 민주공화당과 대립하던 다수당인 연방당은 그해에 이민과 표현의 자유 제한과 관련한 4개 법률을 입법했다. 그중의 하나가 외국과 전쟁이 선포됐을 때 또는 미국 영토에 대한 침공 또는 약탈적 침입이 있을 때 대통령이 적성국 출신 이민자나 체류 중인 적성국 시민을 구금·추방할 수 있도록 한 ‘적성국 국민법’이다.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대비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비상대권’이란 뜻이다.
적성국 국민법은 이후 세 차례 발동됐다. 1812년 6월~1815년 2월 영국과 전쟁을 벌인 시기와 제1·2차 세계대전 때다. 제1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계 이민자가,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이탈리아와 일본계 이민자가 수난을 당했다. 사문화됐던 적성국 국민법을 심폐소생시킨 건 ‘불법 이민자 때려잡기’를 내걸고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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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트렌 데 아라과’(TdA) 카르텔 소속으로 합법적 시민권이 없는 14살 이상 모든 베네수엘라 국민을 체포·구금·추방할 것을 선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3월15일 성명을 내어 이렇게 밝혔다. TdA는 베네수엘라에 뿌리를 둔 갱단으로 미 국무부가 ‘외국 테러 단체’(FTO)로 지정한 상태다. 연방법원의 제동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3월16일 베네수엘라 이민자 260여 명을 엘살바도르로 추방했다. 추방된 이들은 재판도 없이 ‘남미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세코트 교도소에 수감됐다. 미국은 수감 비용으로 600만달러(약 87억5천만원)를 지불했다. ‘탄압’의 외주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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