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3월11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야에서 주민들이 구호단체의 음식 배급을 받기 위해 빈 그릇을 내밀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강자는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자는 피할 수 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역사학자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이렇게 썼다. 2500여 년이 흐른 오늘도 세상은 마찬가지다.
2025년 3월13일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가 12일째를 맞았다. 굶주림이 바이러스처럼 퍼지고 있다. 봉쇄는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체결한 휴전합의 1단계(1월19일~3월1일)가 종료된 직후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미국이 제시한 새로운 휴전안을 수용하기 전까지 “가자지구로 향하는 모든 물자의 반입을 막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호물품을 ‘무기화’한 셈이다.
애초 1단계 휴전안은 휴전 16일째(2월4일)부터 2단계 휴전안 마련을 위한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스라엘은 협상을 피했다. 1단계 휴전이 끝났을 때 이스라엘 쪽은 2단계 휴전안에 합의하기 전까지 1단계 휴전을 이슬람 라마단과 유대교 유월절이 끝나는 4월20일까지 연장하자고 했다. 그러면서 새 휴전안이 발효되기 전에 잔여 인질 59명(생존 24명, 사망 35명) 가운데 절반의 신원을 넘기라고 추가 요구했다. 하마스는 거부했다. 대가는 ‘물자반입 전면 금지’였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모종의 합의를 한다. 이스라엘이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합의 내용 변경을 시도한다. 미국이 이스라엘 쪽에 유리한 새 제안을 내놓는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새 제안을 거부하는 하마스를 비난한다. 전형적이다.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은 2023년 10월7일 개전 이후 전쟁 525일째를 맞은 2025년 3월12일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가자지구 주민 4만8515명이 숨지고, 11만1941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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