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성현씨 인스타그램 갈무리
“월급 200만원도 안 되는 직장인이 3년 만에 경제적 자유를.”
유튜브는 이런 자극적인 플레이리스트로 가득하다. 부동산 재테크, 주식 투자, 온라인쇼핑몰까지. ‘경제적 자유’를 파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청년들은 퇴근 뒤 부업에 몰두하고 주말엔 재테크 강의를 찾아 헤맨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방향으로 달려가는 흐름 속에서 정반대 길을 택한 청년이 있다. 하루 30분만 일하고도 직장인 월급 이상을 벌던 24살의 차성현씨는 어느 날 홀연히 경남 합천군에 있는 사찰 해인사로 떠났다. 4개월의 수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이제 세계여행을 준비하며 또 다른 자유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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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어떤 계기로 경제적 자유라는 달콤한 꿈에 빠지셨나요?
“18살 때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만났어요. 그 책을 통해 사업과 투자라는 세계가 있다는 걸 처음 알게 됐죠. 그때부터 관련한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기 시작했어요. 경제적 자유가 인생의 전부라 생각했죠.”
―그래도 온라인쇼핑몰에서 꽤 성공적이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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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분만 일해도 직장인만큼은 쉽게 벌었어요. 그런데 솔직히 그 과정이 스스로 생각하기에 떳떳하지 않았어요. ‘스텔스 마케팅’이라고 소비자들에게 광고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제품을 은연중에 홍보해야 하는 게 저와는 잘 맞지 않더라고요.”
―결국 머리 깎고 해인사로 들어가셨는데, 처음엔 어떤 기분이었나요?
“가자마자 2박3일 면벽 수행부터 시작했어요. 밥 먹고 벽 보고, 밥 먹고 벽 보고를 반복했죠. 거기서 많은 생각이 정리됐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많은 힌트를 얻었죠. 사실 밖에서 제가 만난 사업가들은 돈은 잘 벌어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거든요.”
―절에서는 어떤 교육을 받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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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에서의 생활은 매우 엄격했어요. 한번은 누군가 네임펜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제가 가져다드리겠습니다'라고 했는데, 스님께서 ‘네가 왜 가져다주느냐’ 분기탱천하며 지적하셨어요. 처음에는 이해가 안 됐지만, 나중에 깨달았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집착'이 바로 이런 것이었구나. 제가 그동안 ‘나'라는 존재에 너무 집착했던 거예요. 타인을 완벽하게 만족하게 해야 한다는 아상(我相)에 사로잡혀 자신을 괴롭혔죠. 절에 오기 전, 나를 미워하던 마음도 결국 나를 과도하게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 모든 것이 ‘나'에 대한 집착이었음을 깨달았어요.”
―4개월 만에 나오셨는데, 이제는 세계여행을 준비 중이라고요.
“세계여행은 사실 제 원래 꿈이었는데, 경제적 자유라는 목표를 알게 된 이후로는 ‘시스템에서 현금이 나와야 한다' ‘종잣돈을 모아야 한다' 같은 집착에 사로잡혀 미뤄뒀죠. 해인사에서의 4개월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 동안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았어요.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려고 해요. 벌써 여행 유튜브 채널 300~400개를 분석했어요.”
―여전히 열심히 하시네요.(웃음) 또 아상에 갇히신 건 아닌지.
“이번엔 경제적 자유가 아니라 진정한 자유에 집중하려 해요. 통장에 100억원이 생겨도 계속하고 싶을 만큼 이번엔 진짜 제가 원하는 일을 하려고요. 여행을 통해 세상을 더 넓게 보고 저 자신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수진 컬처디렉터

차성현 제공
여행 유튜브 하면 가장 대표적인 채널이죠. 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저도 이렇게 자유롭게 세상을 여행하고 싶어요.
❷ 책 추천해주는 남자 https://www.youtube.com/@booktuber
제가 책을 좋아하는데요. 이 채널 주인장님이 좋은 목소리로 나긋하게 책을 소개하면서 통찰력 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세요. 여행 중에는 종이책을 들고 다니기 어려워서 전자책과 오디오북으로 대신하고 있어요.
일본인 아내와 한국인 남편의 일상을 보여주는 채널이에요. 500만원으로 시작한 그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보며, 경제적 자유 없이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남플리,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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