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궁을 배우는 김홍경. 서울랄라 유튜브 갈무리
나에겐 합법적으로 타인의 일기를 엿보는 루틴이 있다. 일기로 모르는 이들을 잇는 ‘소셜저널링’ 모임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만난 김홍경은 투자은행(IB) 부문에서 일하는 금융인이다. 직업만 듣고 숫자에 매몰된 분석가를 떠올렸으나, 매일 배달되는 그의 일기엔 춤, 독서, 운동 등 다채로운 취미가 가득했다.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그의 일기는 내가 갖고 있던 금융인에 대한 선입견을 기분 좋게 흔들고 있었다.
―금융권에 있는데 취미가 정말 다양해요. 원래 세상에 호기심이 많으셨나요?
“어릴 때부터 그랬어요. 중학교 3년 내내 농구부 활동과 가야금 부서 활동을 할 만큼 에너지가 넘쳤죠. 직장 생활을 한 뒤에도 국제재무분석사(CFA) 공부를 하면서 ‘건명원’이라는 인문고등교육기관에서 시야를 넓혔어요. 그 와중에 우리나라 전통활 국궁을 배워서 유튜브에 출연한 적도 있고요. 요즘은 케이팝댄스 성지 ‘원밀리언댄스스튜디오’에서 춤을 배워요. 주업무는 숫자 검토와 보고가 많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숫자에만 갇히고 싶지는 않거든요.”
―홍경님의 일기를 보면서 ‘크리에이터가 어울리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어요. 금융 업무를 택한 계기가 있었나요?
“오랜 시간 외교관 후보자 선발시험 공부에 매달렸지만, 첫 인턴 때 통장에 찍힌 첫 월급을 본 순간 ‘다시는 공부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생각했죠. 저는 어릴 때부터 돈을 세는 아이였어요. 유치원생 때 명절 용돈 봉투를 받으면 곧장 방으로 뛰어가 바닥에 앉아 지폐를 한장 한장 펼쳐놓고 또박또박 세며 총액을 계산했대요. 가족은 지금도 그 모습을 신기해하며 이야기하죠. 어릴 때는 돈을 쌓고 모으는 게 좋았다면 지금은 돈이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게 해주는 힘이기 때문에 좋아해요. 배우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이 생겼을 때 ‘돈 때문에 못해’라고 하지 않기 위해 돈을 사랑합니다.”
―앞으로 어떤 금융인으로 남고 싶으신가요?
“‘투자로 세상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실 이엔에프피(ENFP)스러운 모습 때문에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거 맞아?'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투자자는 최악을 상정하고 비판적이어야 하지만, 저는 좋은 면부터 찾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죠. 이제는 그게 오히려 무기라고 생각해요. 선입견 없는 시선으로 우주산업이나 피지컬 인공지능(AI) 같은 새로운 섹터의 가능성을 먼저 들여다볼 수 있으니까요. 돈이 어디로 흘러가면 세상이 더 유쾌해질지 상상하는 능력으로 금융 세계에서도 사람 냄새 나는 발랄한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저의 모든 순간을 기록해두려고 해요.”
인터뷰를 마치며 나는 홍경님을 ‘차곡차곡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 같다고 생각했다. 단순히 돈을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토리로 바꿀 수 있는 수많은 배움의 순간을 기대하며 모으고 있어서다. 흔히 돈을 차갑게 다루라고 하지만, 홍경님 이야기를 듣고 나면 금융은 ‘뜨거운 삶의 의지’를 뒷받침하는 도구가 된다. 당신이 모으는 도토리들은 당신을 어떤 자유로 데려다줄까?
김수진 컬처디렉터
1. 월가아재
금융인으로서 투자 뉴스는 매일 챙겨봐요. 월가아재 이분은 저랑은 스타일이 정반대지만(웃음), 특유의 차분함과 확고한 철학이 멋져요. 투자 방법, 시장에 접근하는 태도 등 배울 점이 많아 종종 꺼내보는 채널이에요.
2. 냉장고를 부탁해
맛있는 걸 먹을 때 가장 행복한 저에게 요리와 셰프들의 이야기는 최고의 예능이죠! 특히 15분이라는 타임어택이 매력적이에요.
3. 조이퐁
최근 친구가 추천해준 뉴욕 브이로거예요. 영상을 보다보면 문득 그런 생각을 해요. ‘나도 언젠가 뉴욕의 한복판에서 활약하는 금융인이 될 수 있을까?' 하고요.

김홍경 섬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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