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우스메이트들과 함께한 노치혜(왼쪽 넷째)씨가 기본소득당 여성위원장 출마를 선언했다. 기본소득당 제공
사회에서 대개 결혼은 ‘완성’으로, 미혼은 ‘미완’으로 여겨진다.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일곱 친구와 함께 결혼을 통하지 않고 가족을 이루면서. 함께 이룬 가족 중 한 명인 노치혜는 2025년 기본소득당 여성위원장으로 출마했다. 정치인 친구 덕에 우리는 방송사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기획 의도는 ‘가족의 새로운 형태’를 보여주는 것. 인터뷰는 분명 재미있는 추억이었는데 회고를 나누다 눈물이 났다.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질문을 듣는 순간 말문이 막혔던 것도 떠올랐다. ‘함께 사는 친구’이자 가족이자 정치인인 노치혜에게 정치와 가족, 제도에 대해 물었다.
—우리가 일종의 가족이라고 생각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결혼에 대해 불안했나봐. 아직 내가 미완의 어른인 것 같고 말이야.
“우리가 함께하는 삶의 형태를 단지 결혼 전 임시 상태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결혼은 제도일 뿐이잖아. 제도 이전에 ‘관계’가 있는 거고. 우리는 일곱 명이 함께 살기로 결심했고, 이건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 선택한 삶의 형태야. 그 누구도 우리를 ‘부족하다'고 평가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해. 물론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해. 그건 결국 ‘내가 떠난 뒤에도 자식이 누군가와 관계 맺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잖아. 하지만 부모 혹은 어른이 자녀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란다면, 결혼 등을 재촉하기보다 ‘그 관계가 너에게 어떤 행복을 주고 있니?' 이렇게 질문 방향을 바꾸면 좋을 거 같아.”
—우리가 함께 사는 형식도 결혼처럼 꼭 제도에 담겨야 할까?
“결혼이라는 틀 밖에서 관계를 맺고 사는 사람들의 삶이 부족한 게 아니잖아. 부족한 건 제도지. 우리 중 한 명이 수술해야 했을 때, 우리가 보호자가 될 수 없었어. 결국 아픈 친구의 어머니가 지역에서 새벽 기차를 타고 오셔야 했지. 우리는 매일 밥을 챙겨주고 병간호를 함께 했는데도, ‘가족이 아니라서’ 서류상 아무 역할도 할 수 없었어. 생활동반자법은 단지 제도를 고치는 게 아니라 이런 질문을 던지는 법이야. 왜 어떤 관계는 제도적으로 지원되고, 어떤 관계는 제도 밖에 있는가? 이건 결국 존재의 인정에 관한 문제거든. 최근 인구총조사에서 비혼 동거나 동성 커플이 가족 형태로 기재될 수 있게 된 건, 국가 시스템이 처음으로 이미 존재하는 삶의 형태를 인정한 거야. 제도가 사람의 존재를 받아들인 첫걸음이지.”
—평일에는 직장인, 주말에는 정치인으로 사는 투잡의 삶은 어때?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지역 간담회 다니느라 과거에 내가 벌여놓은 일 때문에 괴롭기도 해.(웃음) 그래도 내가 평범하게 회사 다니던 사람임을 잊지 않고 싶어. 구체적인 삶을 바꾸는 일이 정치니까. 육아휴직을 쓰지 못하는 동료, 비혼 출산을 고민하는 친구, 성정체성을 회사에 밝히지 못하는 사람들. 다양한 삶의 형태가 존중받고 각자의 행복을 향한 선택이 차별 없이 보호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우리 집 부엌에서 누군가는 김치찌개를 끓이고, 누군가는 그 마음에 감사해 설거지한다. 결혼하지 않아도 우리는 서로 돌본다. 그건 법적 서류로 증명되지 않지만, 분명한 가족의 풍경이다. 노치혜의 정치는 이미 우리 식탁 위 아주 사소한 생활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김수진 컬처디렉터
노치혜(@chihye.bip)의 플레이리스트
1. 기본소득당 공식 채널
제가 당원으로 소속된 기본소득당의 채널입니다. 제게 단 두 가지 선택지가 아닌 다른 선택지와 더 좋은 대안이 있음을 알려준 곳이에요.
2. 예랑가랑
친구와 같이 사는 우리 하우스처럼 함께 재미있게 사는 여성들 이야기입니다. 영상을 보면 에너지를 받게 돼요.
3. 페이스드로잉서울
100일간 서울에 사는 100명의 얼굴을 그리고, 지금의 서울을 살아가는 진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프로젝트. 저는 37번째로 인터뷰했는데, 너무 멋진 분이 많아 추천해드립니다.

노치혜씨. 노치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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