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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은 유독 ‘집’에 집착해왔습니다. 설이나 한가위면 집을 주제로 기획기사를 많이 썼습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만나 문제점을 짚은 고발성 기사도 있었지만, 전셋집을 내 것인 양 꾸미고 사는 사람들이나 협동조합 아파트 등 집을 소유와 가치를 빼고 보려는 시도를 여러 번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하고 싶은 이야기를 통권호로 탈탈 털어봤습니다. 주제는 총 11개로 모였습니다. 주제별로 1부는 집에 사는 사람과 그 집의 내력 등을 쓰는 인터뷰 꼭지, 2부는 건축이나 사회적인 면을 다루거나, 전문가 기고를 받는 방식으로 구성했습니다. 부러운 집, 갖고 싶은 집, 꾸미고 싶은 집 등 반짝이는 집을 많이 넣고 싶었는데 책 한 권을 짓고 보니 참 ‘21’스러워졌습니다. 프로젝트팀에서 주제를 선별하고, 기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골랐더니 이런 결과가 됐습니다.
압축된 ‘21스러움’이라는 작고 함께하는 집입니다. 자신의 철학을 지키는 작은 집, 미래를 생각하는 자연친화적인 집, 이웃과 이야기 나누고 동물을 들이는 함께하는 집.
협소주택은 평생 문방구를 해온 아버지를 위해 아들이 건축주가 된 집을 소개합니다. 교장선생님이 바뀌면 인사를 왔다는, 자신이 했던 일에 긍지가 대단한 어르신은 다른 동네로 이사 가거나 아파트에 들어갈 일이 없게 됐습니다. 협소주택은 문방구가 있던 땅의 모양 그대로 집을 올렸습니다. 건축가가 수입이 없는 노년의 아버지를 위해 월셋집을 넣은 형태로 제안했다고 합니다. 협소주택을 많이 건축한 현창용 교수(중앙대 건축학부)는 건축주의 습관과 취미까지 고려한다고 합니다.
탈시설 장애인이 홀로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과보호라는 것도 알려줍니다. 김치찌개를 끓여 식사하고 산책도 자주 합니다. 탈시설 뒤 인슐린 주사도 끊었답니다. 같은 시설에서 지내던 장애인들은 서로 멀지 않은 곳에 삽니다. 사회주택도 이웃이 서로 알고 친구처럼 지내는 곳입니다. 층간 소음이 있어도 ‘누가 우네’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어간다고 합니다. 집의 가격이란, 이런 재미를 모르는 사람들이 외로워서 들여다보게 되는 어떤 숫자는 아닐까요?
일본 작가인 이나가키 에미코는 자신의 집이 ‘동네’라고 합니다. 책은 동네 헌책방에 갖다줬고 글은 동네 카페에서 씁니다. 주변에 편하게 말하는 이웃이 100여 명이라고 합니다. 코로나19가 퍼지던 때는 ‘스테이홈’ 하라고 해서 그냥 동네를 돌아다녔다고 합니다. 방은 작지만 집은 큽니다. 이 인터뷰는 이경미 기자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기사입니다. 미국 워싱턴으로 국외 연수를 갑니다. 세간을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으로 팔고 떠난다니, 이나가키의 미니멀리즘이 새로운 방식으로 탄생할 것 같습니다.
<한겨레21>은 어딘가의 집에서 한 주 쉬며 여름휴가를 보내고 옵니다. 슬프고 참담한 일이 많은데 조금 거리를 둡니다. 독자 여러분도 마음 많이 상하는 일 없는 여름날 보내시기 바랍니다.
구둘래 편집장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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