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엔 전체 주택의 85.6%가 다가구를 포함한 단독주택이었고,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은 전체의 9.9%에 불과했다. 단독주택-공동주택의 비율은 1985년에도 75.3%-18.7%, 1990년에도 64.3%-29.6%로 단독주택이 2~4배가량으로 훨씬 높았다.
그러다 5년 만인 1995년 46.9%-49.4%로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1990~1995년에 단독주택의 수는 23만7천 채가 줄었고, 공동주택은 250만채나 늘어났기 때문이다. 단독주택이 줄어든 것은 재개발의 영향이었고, 공동주택이 늘어난 것은 노태우 정부가 추진한 200만 호 건설사업의 결과였다.
그 뒤 단독주택 비율은 2000년 37.2%, 2010년 27.9%, 2021년 20.6%로 꾸준히 떨어졌고 공동주택은 2000년 59.3%, 2010년 71.0%, 2021년 78.3%로 계속 올라갔다. 공동주택 중 주종인 아파트의 비중은 2000년 전체의 47.8%에서 2010년 58.4%, 2020년 62.9%, 2021년 63.5%로 올랐고 다가구주택 등을 제외한 일반 단독주택은 2021년 14.0%에 불과했다. 현재 한국인 10명 중 6명가량이 아파트에 살고, 일반 단독주택에 사는 사람은 10명 중 1명 남짓이다.
전국에 존재하는 한옥 건물의 수는 건축공간연구원이 2021년 발표한 <한옥 통계 백서> 기준으로 8만5510채에 그친다. 이것은 전국에 존재하는 전체 건물 수의 1.1%, 전체 목조건물 수의 6.3% 정도다. 이 한옥이 100% 주택이라고 해도 2021년 가구당 평균 인구 2.3명을 곱하면 19만6673명밖에 되지 않는다. 이는 전체 인구의 0.38%다. 주택 유형으로 한옥의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한옥을 주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적지 않다. 황두진건축사사무소의 황두진(60) 대표는 2000년대 이후 현대적 한옥을 대중화한 대표적 건축가다. 서양 건축을 공부한 그는 현재까지 30여 채의 한옥, 그중 15채 정도의 주택용 한옥을 지었다. 서울의 무무헌과 강릉 씨마크 호텔 호안재 등 여러 한옥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황 대표를 지난 2023년 7월10일 그의 집이자 사무실인 서울 종로구 통의동 ‘목련원’에서 만났다.
황 대표가 생각하는 한옥의 장점은 한반도의 기후나 자연환경에 맞춰 발전해온 집이라는 점이다. “한반도의 기후는 1년에 절반가량이 집에 지붕만 있으면 생활이 가능하다. 네 계절이 다 있고, 올해 봄도 그랬지만 봄가을이 꽤 길다. 이런 좋은 기후에서 살면서 실내에서만 지내는 것은 최악이다. 이런 기후에 맞춰 지어졌고, 이런 기후를 즐길 수 있는 집이 바로 한옥이다.”
황두진 건축가에게 한옥에서의 삶을 어떻게 즐기는 것이 좋은지 물어봤다. 그는 계절의 변화와 리듬을 느껴보라고 말했다. “한옥은 건축물과 마당이 함께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실내와 실외가 적절히 섞여 있다. 여름에 비가 오면 창문을 열어 빗소리를 듣고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마당에 나가 햇볕을 쬘 수 있다. 아파트엔 마당이 없고, 요즘은 발코니도 없애서 비가 올 때 창문도 열어놓을 수 없다.”
참우리건축사사무소의 김원천(46) 대표는 비교적 젊은 한옥 건축가다. 대학에서 서양 건축을 전공했지만, 한국에 맞는 건축을 하고 싶어 대학 졸업 뒤 유명한 대목수(집 짓는 목수)인 신응수 선생을 찾아가 6년 동안 배웠다. 이어 국내의 대표적 한옥건축사사무소인 구가도시건축에 들어가 7년 동안 일했다. 2014년 독립해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독립된 한옥 사업을 시작했다.
김 대표에게 한옥의 장점을 물었더니 “한옥은 우리가 자연의 일부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고 대답했다. “마당에서 하늘을 보고 땅을 밟고 비를 맞고 바람을 느낄 수 있는 집이다. 마당에선 나무와 풀이 자란다. 건축물의 재료는 나무와 돌, 흙, 종이 등 우리 땅에서 나온 것이다. 한옥은 우리 땅과 그대로 연결돼 있다.”
한옥에서의 삶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역시 ‘자연’을 강조했다. “마당에서 자연을 경험한다. 보는 것만이 아니라 촉각, 청각, 후각까지 전체적인 감각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또 건물 안에서도 나무와 흙, 종이의 향기, 감촉을 느낄 수 있다. 자연 재료가 만든 ‘자연스러운’ 공간을 즐기는 것이다.”
한옥은 대체로 19세기까지의 전통 한옥과 20세기의 도시형 한옥(개량 한옥), 21세기의 현대적 도시형 한옥으로 나눌 수 있다. 전통 한옥은 너른 터에 안채, 사랑채, 곳간, 뒷간, 외양간, 장독대 등을 독립적으로 배치한 한옥이다. 전통 시대에 보편적인 형태로 현재도 시골에서 볼 수 있다.
20세기 도시형 개량 한옥은 인구가 많고 땅값이 비싼 도시에 적응한 한옥으로 몇 가지가 그 전과 달라졌다. 예를 들어 대청에 문이 달려 절반쯤 실내가 됐고, 실내 공간을 확보하려 처마는 짧게 만들고, 대신 함석으로 비와 햇빛을 막기 위한 덧처마(겹처마)를 붙였다. 또 건물의 외벽이 담장을 대신하고 보편적인 ㅡ자 집이 아니라 ㄱ자, ㄷ자, ㅁ자 등 터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앉음새가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건물로 둘러싸인 안마당이 생겼다. 또 다른 특징은 한옥이 규격화돼서 공동주택처럼 집단적으로 지어졌다는 점이다.
21세기 도시형 한옥의 앉음새는 20세기 도시형 한옥과 같으나 내부가 크게 달라졌다. 먼저 화장실과 욕실, 세탁실이 안으로 들어왔고 침대나 소파, 식탁, 책상, 붙박이장 등 서양식·입식 가구가 들어왔다. 내부 구성 요소만 보면 아파트와 한옥의 차이는 거의 사라졌다. 아파트와 구분되는 것은 한옥의 외부와 마당이다.
지속적으로 현대화해왔음에도 한옥이 21세기의 도시주택으로서 맞는가 하는 의문은 여전하다. 한옥이나 단독주택은 용적률이 낮아 같은 넓이의 터에 많은 이가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원천 대표는 “아파트 평균 용적률이 약 200%일 텐데 한옥이 그 정도 용적률이 되려면 최소 4~5층은 돼야 하고, 처마와 맞벽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방수와 방화, 구조 안전 등도 강화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한옥 지역의 용적률을 높이면 해당 지역 땅값이 올라 기존에 살던 사람들이 밀려난다는 점이다. 한옥의 밀도를 높이는 일은 간단치 않다”고 말했다.
황두진 대표도 “토지 가격으로 인해 한옥이 도심에 남거나 새로 지어지기는 쉽지 않다. 한옥은 1~2층 정도여서 도시 주거를 해결하는 데 분명히 어려움이 있다. 한옥의 존재 가치는 주거 다양성 차원에서 봐야 한다. 다만 경복궁이나 청와대로 인해 고층 개발이 어려운 서촌, 북촌은 예외적으로 한옥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단독주택도 한옥과 마찬가지로 관심을 끌고 있다. 2021년 전체 주택에서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은 78.3%로 압도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가구 등을 포함한 전체 단독주택 비율은 여전히 20.6%에 이른다. 아직 한국인 전체 가구의 20%가량은 단독주택에 산다.
건축사사무소 에이앤엘스튜디오 신민재(47) 대표는 단독주택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이다. 신 대표는 15채 정도의 집을 설계했고, 2019년 ‘얇디얇은집’을 지어 서울시 건축상을 받았다. 그는 주택의 양적인 공급이 충분해졌고, 아파트에서의 획일적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아파트 공급은 이미 한계에 왔고 삶의 유형은 다양해지고 있다. 사무실이나 작업실, 음악실, 반려동물이나 자동차, 모터바이크 공간이 필요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파트에선 이런 삶을 담기 어렵다. 이런 사람들이 아파트를 팔고 집으로 옮겨가고 있다. 앞으로 단독주택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황두진 대표도 앞으로 단독주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단독주택은 도심이 아니라 도시 외곽에 지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도시가 도시답기 위해선 도심에 어느 정도의 주택 밀도가 필요하다. 도심에 주거 인구를 더 끌어들일 수 있다면 도시 주변부에 단독주택 동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건축정책위원장을 지낸 박인석(64) 교수(건축학부)는 단독주택의 미래에 유보적이다.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하지 않으면 단독주택 동네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동네 인프라가 좋지 않으니 사람들이 인프라가 좋은 아파트 단지로 몰려간 것이다. 동네 인프라가 좋지 않은 것은 정부가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인프라를 마련한 것도 정부가 아니라 땅 소유자와 아파트 개발자들이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기존 단독주택 동네는 살아남지 못한다. 결국 재개발될 것이다.”
단독주택 유형에 관심이 많은 전문가들이 대도시 도심의 주택으로 추천한 유형은 단독주택보단 유럽식 저층 아파트(저층 주상복합)였다. 황두진 대표는 ‘무지개떡 건축’이란 개념을 만들어냈다. 저층부와 중층부는 상가와 사무실, 고층부는 주택이 들어서는 복합건물이다. 프랑스 파리의 저층 아파트와 비슷하다.
황두진 대표는 “100 평 ~ 몇백 평 되는 땅에 , 용적률 250% 이상의 , 5 층 이상의 , 다용도 건물을 짓는 것이다 . 집과 상가 , 사무실을 섞어서 사람들이 멀리 출퇴근할 필요를 줄이는 것이다 . 이런 건축을 서울 도심(종로구와 중구)에 넣으면 현재 25 만 명 정도로 줄어든 인구를 2 배로 늘릴 수 있다 . 도심 밀도를 높이는 일은 개인의 삶을 위해서도 , 기후위기 대응에도 바람직하다 ” 고 말했다 .
신민재 대표도 이와 비슷한 개념으로 중층, 중밀도, 다용도 건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동차를 적게 이용하고 자신이 거주하는 건물이나 주변 건물에서 다양한 공간과 인프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식의 블록형, 거리형, 복합건물이 자동차 이용을 줄이고 걷기나 자전거,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를 만드는 데 유리하다. 단지 아파트 방식은 생활 인프라 공급에 한계가 있고 중장거리 이동을 요구한다.”
전문가들은 주택 유형의 변화와 관련해선 무엇보다 정부의 노릇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신도시와 같은 대규모 개발 때 한옥이나 단독주택, 중저층·거리형·중정형 아파트를 얼마든지 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2008년 입주한 은평뉴타운, 2012년 입주한 세종시에도 있었다. 그러나 지속되지 못하고 단발성으로 끝났다.
박인석 교수는 “국민에게 새로운 주택 유형을 제시하는 일은 정부의 몫이다. 기업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 국가건축정책위원장 시절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과천에서 6층 정도의 거리형 아파트를 시도했다. 그러나 아직은 시범 사업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토교통부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l는 쉽게 기존 고층형, 단지형 아파트로 가려 한다. 이런 오랜 관성을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관건이다”라고 말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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