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5년 1월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조정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봄이 오는가 했는데 아직도 눈이 온다. 한밤중 비상계엄을 국회가 신속하게 억눌러 가슴을 쓸어내린 것도 잠시, 대통령 윤석열의 참모들이 권력자 노릇을 하는 ‘대행 체제’가 100일을 넘겼다. 거리로 나와 응원봉을 들며 “조금만 견디자” 했던 국민들의 마음은 탈진으로 이어지는데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탄핵심판 선고를 미루고 있다. 아까운 시간이 흐른다.
그사이 손해는 극심하다. 경제관료 출신 권한대행들의 뻔뻔한 ‘국회 거부, 헌재 무시’ 정치를 지켜봐야 하는 스트레스는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분열되고 과열된 광장에서는 윤석열 파면을 외치며 단식하던 국회의원이 쓰러지고 겨울날 집회마다 참여하던 시민은 통증에 배를 움켜쥔다. 농어민과 학생, 시민들을 위해 국회가 통과시킨 법안은 ‘권한대행’ 체제 100일 만에 15개나 거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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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월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을 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될 수 있는 ‘민감국가’ 명단에 추가했고, 3월13일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산하 민주주의 다양성 연구소가 발표한 ‘민주주의 보고서 2025’에서는 한국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독재화하고 있는 나라’라고 진단하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 사진을 실었다. 정신없는 추락이다.
가장 큰 공포는 윤석열 무리의 ‘국기문란’에 무너진 헌정이 탄핵 뒤에도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민주화 이후 처음 보는 폭력 사태와 헌재·사법부를 향한 모독이 이어지는데 최상목 권한대행은 가장 앞장서서 ‘헌재를 무시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국회가 선출한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는 것은 국회 권한 침해라는 헌재 결정을 최 권한대행은 가볍게 무시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 탄핵이 되는 것이냐고 물으며 전 국민이 뉴스를 새로고침 하는 나날이 계속된다. 정치권에서 거세지는 ‘최 권한대행 탄핵’ 요구와 광장에 모여 헌재의 신속한 결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한국이 비상계엄 당시보다 계엄 이후에 더 많은 것을 잃었다는 외신 보도와 윤석열을 편애하고 응원하는 일본의 분위기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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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올라탄 두 대행, ‘거부의 정치’ 100일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7047.html
“헌재는 내란 수괴를 즉각 파면하라”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7048.html
탄핵에 목마른 긴 배고픔, 광화문 단식농성장을 가다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7050.html
“계엄령 선포는 나빴다, 그 이후는 더욱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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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사랑’ 지극한 일본… “윤대통령 남아달라”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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