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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OTL-조국의 선언] 우린 자격이 있다

등록 2008-11-27 14:18 수정 2020-05-03 04:25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을 맞아 국제인권 규범의 정신으로 한국 인권 현실을 비춰보는 토막글 30회 연재를 끝낼 때가 되었다. 세계인권선언 제28조는 “모든 사람은 이 선언에 나와 있는 권리와 자유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사회체제 및 국제체제에 살아갈 자격이 있다”라고 규정한다. 그렇다. 우리는 바로 이 자격이 있으며, 이 자격에 기초해 그러한 사회체제와 국제체제를 만들기 위해 각자의 영역에서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 속에 이 땅은 차츰차츰 살 만한 세상으로 바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권운동이 유념해야 할 몇 가지 점을 지적하려 한다.
첫째, 인권운동은 좌건 우건, 진보건 보수건, 남이건 북이건 일체의 권력에 의한 억압·차별과 싸우면서 성장한다. 인권운동은 인권 친화적 정치세력이 권력을 잡길 희망하고 또한 원조하겠지만, 그러한 세력이 권력을 잡는 순간 인권운동은 그 권력과도 ‘새로운’ 긴장을 유지해야 한다. 인권운동은 독자적 잣대와 문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 인권운동은 인권의 법제화를 추구해야 하지만 그 속에 갇혀서는 안 된다. 인권운동의 궁극적 지향은 법이나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 맞추어져야 한다. 보통 사람 하나하나의 잠재력을 일깨우고 자존감을 높이는 것은 법제화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만약 인권운동이 법제화 운동으로 좁아진다면 인권운동의 주인은 법률가가 되고 말 것이다.
셋째, 인권의 이름 아래 이뤄지는 이권 추구를 경계해야 한다. 인권은 개인과 특정 집단의 이권과 연관돼 있지만, 공동체의 발전과 다른 공동체 구성원과의 연대와 협력을 모색하는 개념이다. 세계인권선언 제29조의 말을 빌면 “공동체에 대한 인간으로서의 의무”가 잊혀져선 안 된다. 중국 상인의 특징을 묘사한 책 이름을 빌리면,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을 못 참는다”라는 모토가 인권운동 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인권운동은 불의를 못 참는 데서 출발하며, 불이익은 나누고 조정하는 운동이어야 한다.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인권OTL-조국의 선언]

▶ 환갑맞은 세계인권선언 좀 알아주오
▶‘운동’과 ‘정치’가 필요해
▶ 항변하라, 나도 사람이라고
▶ 사형 폐지, 역행하지 말라
▶ 아동의 절규 “잠 좀 자자”
▶ “때려야 사람 된다”는 거짓말
▶ 땀난다, 집회·시위의 자유
▶ 청소년 ‘정치적 무뇌아’ 만들기?
▶ 비정규직 최하단 ‘알바’ 청소년
▶ 난민 심사받다 지쳐
▶ 고용불안의 불안한 미래
▶ 낯 뜨거운 이주노동 경제학
▶ 장애인 ‘간접 차별’의 의미
▶ 양심 버리고 쏴라?
▶ 동성애 분열국
▶ 감옥 안 지옥
▶ 성전환자를 슬프게 하는 법
▶ ‘단일민족’을 극복하라
▶ 도망칠 수 없는 ‘인신매매’
▶ 가부장 테러리스트
▶ 국보법 괴물이 일어나다
▶ 치유되지 않는 편견의 질병
▶ 시민의 방패, 진술거부
▶ 도와주세요, 국선변호인
▶ 2008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 작아진 복지, 커진 빈곤
▶ 교육인가 고통인가
▶ ‘폴리티처’도 허하라
▶ 북한 인권, 찢긴 시선
▶ 우린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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