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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라, 인권 OTL] ‘용기있는 가르침’의 힘


인권교육 현장 연재를 마치며… 부쩍 자라난 어린이들을 보며 가야할 길을 보다
등록 2008-11-27 14:23 수정 2020-05-03 04:25

우리 사회의 미세하고 다양한 권력관계 속에서 인권의식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필요한 게 교육이다. 차이를 알아가는 기쁨과 차별하는 데 따른 부끄러움을 통해 의식은 성장한다. 스물아홉 차례 이 공간을 달군 인권교육 현장 이야기에서 교사와 현장 활동가 등은 인권교육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무엇이 어려운지, 그래서 가야 할 길은 어디인지 생생하게 증언했다.
학교 현장의 인권교육은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 하다 보니 성과가 눈에 띌 만큼 뚜렷했다. 전북 군산 옥구초등학교 아이들은 “그거 차별이잖아요” “그건 사생활 침해라고 생각해요”라며 같은 사실을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됐다. 2년에 걸친 인권교육을 받으며, 장애인 친구를 ‘애자’라고 놀렸던 과거가 “정말 부끄럽다”는 경기 복창초등학교 아이들의 마음에도 소중한 인권의식의 싹이 자라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경남 월산중학교는 교실에서의 휴대전화 이용을 비롯한 선도 규정을 학생 스스로 만들고 지키는 과정에서 일상 속 숨겨진 인권의 소중함을 깨닫는 성과를 얻었다. 외모와 성적으로 차별이 뿌리 깊은 학교 안에서 “라면 끓이기와 노래 들으며 춤추기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자아 존중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도 인권의식의 출발점임이 분명하다(서울 창도초등학교).
그러나 성과 못지않게 굳건한 권위의식과 선입견의 벽 앞에서 우리의 인권교육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사실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에게서 인권교육의 필요성을 강의받을 때 중·고등학교 교장들은 부쩍 의식이 성장한 아이들과 넘어설 수 없는 인식의 차이를 내비쳤다. 학생 인권 챙기느라 교권이 땅에 떨어진다는 볼멘소리는 서로 다른 종류의 권리가 양립할 수 없다는 절망으로 들린다. 그럼에도 인권친화적 학교 문화를 만드는 데서 교장의 생각은 절대적 힘을 갖고 있는 게 학교의 현실이다.
인권교육을 받은 교사들도 고충을 토로하기는 마찬가지다. 주위 교사들의 싸늘한 눈초리, 혼자라는 무력감, 무관심한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주노동자는 아예 교육 자체를 받기도 여의치 않은 게 현실이다. 미등록 신분은 늘 단속의 위협 때문에 외부 활동을 움츠러들게 만들고, 언어 문제와 열악한 노동환경은 그들을 계속 한국 사회의 ‘외부자’로 머물게 하는 차단막이다. 인권을 목적 그 자체가 아니라 국제기구 입사와 같은,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삼으려는 이들 앞에서 김희진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사무국장은 좌절한다. 그러곤 이내 “이들에 대한 교육이 결국 인권 증진에서 효과로 나타날 것임을 알고 믿기에 더 발품을 팔 수밖에 없다”고 답한다.
결국 인권이 차별을 넘어 인간 모두의 보편적 권리임을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제도의 벽을 넘는 용기와 그 용기를 불러일으킬 교육의 힘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일어나라, 인권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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