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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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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울수록 외칩시다, 인권을

세계인권선언 60주년 맞아 ‘2008 인권선언’을 추진하는 활동가들
등록 2008-11-21 14:04 수정 2020-05-03 04:25

인권의 개념은 진화한다. 한 시대의 인권 가치가 세대가 지난 뒤에도 똑같은 값을 갖지는 않는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인권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현실에서 인권운동 단체들이 ‘2008 인권선언’을 준비하는 이유다. 세계인권선언이 정확히 환갑을 맞는 오는 12월10일 ‘대한민국판’ 새 인권선언이 찬란한 날개를 펴기 위해 용틀임을 하고 있다.

11월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강당에서 열린 인권선언 추진위원회 내부 워크숍에서는 새 인권선언에 담길 가치와 내용을 두고 많은 토론이 오갔다(왼쪽·가운데). 이튿날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노동자대회 때 추진위 소속 단체 활동가들이 선언의 밑불을 놓아달라는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2008 인권선언 추진위원회 제공

11월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강당에서 열린 인권선언 추진위원회 내부 워크숍에서는 새 인권선언에 담길 가치와 내용을 두고 많은 토론이 오갔다(왼쪽·가운데). 이튿날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노동자대회 때 추진위 소속 단체 활동가들이 선언의 밑불을 놓아달라는 선전전을 펼치고 있다. 2008 인권선언 추진위원회 제공

인터넷 카페 통한 제안도 접수

‘2008 인권선언 추진위원회’는 지난 11월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강당에서 새 선언의 틀을 엮을 워크숍을 진행했다. 30여 명의 인권활동가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2008 인권선언’에 담길 내용을 두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청소년 인권과 관련해서는 “어디에 살든 불안하지 않게 먹고 자고 입고 살 권리를 달라”는 요구, 그리고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권리를 달라”는 주장도 나왔다. 빈곤 문제와 관련해서는 “빈곤해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하고 향유할 권리를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 장애여성의 경우는 “폭력에서 자유로울 권리”를 요구했다. 일부 참석자들은 “사회적 소수자를 특화해 권리를 나열하다 보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소수자의 인권이 무시될 수도 있으니, 너무 구체적으로 나열하지 말자”는 제안도 했다.

추진위 쪽은 오프라인 쪽에서의 선언문 문구 수집 작업은 물론 인터넷 카페(cafe.daum.net/2008humanrights)를 통해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제안을 접수하고 있다. 이른바 ‘릴레이 인권선언’이다. 크게는 자유권, 노동권, 장애인, 이주자, 성소수자, HIV/에이즈 감염인, 어린이·청소년, 빈곤 등 여러 가지 갈래를 나눠 각각의 의견을 받고 있으나 더 다양한 의견 개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모아진 의견들을 바탕으로 작성될 ‘2008 인권선언’은 11월19일 서울 장충동 만해NGO센터에서 열릴 인권선언 포럼 자리에서 개략적인 윤곽을 처음으로 드러낼 예정이다. 이후 이 초안을 바탕으로 시민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 뒤 12월10일 완성본이 출생신고를 하게 된다. 이와 별도로 11월22일에는 성소수자 인권선언, 12월1일 에이즈의 날에는 HIV/에이즈 감염인들의 인권선언과 함께 국가보안법 제정 60주년을 맞아 사상·양심·의사표현의 자유 권리선언, 이튿날에는 미디어 권리선언이 이어진다. 또 12월3일에는 세계 장애인의 날을 기념해 장애인 인권선언이 나오고 6일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환자 인권선언, 14일에는 이주민 인권선언까지 뒤를 잇는다.

12월6일에는 그동안 ‘2008 인권선언’의 초안에 밑불을 놓은 시민과 활동가들이 모여 난장을 펼치는 ‘2008 인권선언 한마당’ 행사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다. 일종의 종합 보고대회 성격과 함께 선언을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의 성격을 띠고 있다.

12월6일 청계광장서 난장 펼쳐

‘2008 인권선언’ 준비 실무를 맡은 인권운동사랑방의 최은아 활동가는 “이번 선언은 새 정부 들어 악화하는 인권 현실을 겪고 있는 시민들의 자발적 목소리를 모아 하나의 외침을 만드는 것”이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우리 목소리를 힘있게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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