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사회주의노동자연합’ 조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자본주의 전복, 노동자 생산통제, 혁명적 사회주의 실현을 추구하는 강령을 가지고 활동한다고 하여 그것만으로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 기각 사유였다. 민주화 이전에 이 정도의 강령을 가지고 있는 좌파 단체가 있었다면 구속은 물론 엄청난 중형에 처해졌을 것인바, 이러한 영장 기각은 민주화의 산물이다.
인류의 이성이 발전하고 인류 사회가 새로운 발전 단계로 나갈 수 있게 된 기저에는 기존의 체제를 비판·부정하는 사상이 있었다. 이 ‘위험한’ 사상은 항상 처벌의 대상이 되었기에 세계인권선언 제18조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 제19조는 사상의 자유 보장을 못박고 있다. 현실 사회주의가 몰락했지만 자본주의의 모순은 세계화되었기에 자본주의의 모순을 비판하는 사상과 그 실천은 필연적이며 또 필요하다. 약육강식을 사회법칙으로 삼는 ‘정글자본주의’의 도래, 물신숭배의 팽배, 부익부 빈익빈 심화 등을 비판·극복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반이성’일 것이다.
그런데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1995년 유엔인권이사회는 국보법 제7조가 세계인권규약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내리고, 이후 여러 차례 유엔은 한국 정부에 대해 국가보안법의 단계적 폐지를 권고했지만 말이다. 지난 정부 시절 민주화운동 출신들이 정권의 핵심을 이루고 국회에서도 여당이 다수파를 차지했음에도 국가보안법을 없애지 못했다. 당시 잔뜩 몸을 낮추었던 국가보안법이라는 괴물은 이제 몸을 일으키고 있다. 작금의 ‘공안 정국’을 찬양하는 한나라당이나 보수 진영에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04년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 제7조에서 찬양·고무 및 허위 사실 날조, 이적표현물 소지·운반 등을 처벌 대상에서 삭제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이 약속만은 지키라고 당부하고 싶다.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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