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유엔 차원의 대북한 인권결의는 유럽연합(EU)의 주도로 인권위원회에서 세 차례, 총회에서 두 차례 채택되었다. 올해 10월30일 유럽연합은 또다시 유엔 사무국에 ‘북한 인권 결의안’을 제출했다. 결의안은 고문, 공개 처형, 정치범 수용소, 성매매, 영아 살해, 외국인 납치 등의 인권침해를 비판하고, 인도적 기구의 접근 허용, 유엔 북한 인권 특별보고관의 활동에 대한 협조 요청 등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보수 진영은 남한 인권 문제는 외면하고 대북 평화교섭을 반대하면서 북한 인권에 대해 공격적 언동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진보 진영은 남한 인권 문제 해결에 열정적으로 나서고 평화공존 정책을 강조하면서 북한 인권에 대한 비판적 언급을 삼가고 있다. ‘민족해방파’ 진영 일각에서는 북한에는 인권 문제가 없으며 이를 거론하는 것은 “극우·수구·반북주의자”의 책동일 뿐이라는 북한 당국의 논리를 암송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유엔 대북한 인권결의안에 동의한 나라들의 정치적 의도가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것과 별도로, 결의안이 지적한 북한 인권 문제는 실재한다. 북한 인민의 경제적 생존권 현황은 제외해놓더라도, 국가 원수나 집권당 노선에 대한 비판이 중범죄로 의율되고, 노동자의 태업이나 파업, 체제비판적 언론·출판·집회·시위에 엄혹한 형벌이 부과되는 것이 북한의 인권 현실이다. ‘수령 중심의 유일사상 체제’에 대한 북한 당국의 수사(修辭)로도 이러한 현실을 감출 수는 없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 현실이 한반도의 정치·군사적 대결 상황과 무관하지 않지만, 그 현실이 단지 ‘미제와 남조선의 침략 책동’ 때문이라고 말하는 북한 당국의 공식 논리는 책임 회피다.
북한과의 ‘공존’이나 ‘연대’를 이유로 ‘비판’을 방기하는 것은 진보의 자가당착이다. 2007년 유엔총회가 대북한 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면서 동시에 ‘한반도에서의 평화·안정 및 통일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다는 점은 많은 시사를 준다.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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