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들 중 일부가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되거나 자살하거나 살해되고 있다. 지난해 4월 22살의 베트남 출신 신부 레티김동은 자신이 사는 9층 아파트에서 커튼으로 만든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가 떨어져 숨졌고, 6월에는 19살의 베트남 출신 신부 후안마이가 술 취한 남편에게 맞아 갈비뼈가 18개 부러지고는 숨졌다. 올해 2월에는 22살의 베트남 출신 신부 쩐타인란이 투신자살했다.
이러한 비극은 “베트남 신부,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리고 “베트남 숫처녀, 초·재혼 상관없음, 나이 상관없음, 장애인 얼마든지 가능, 후불제, 염가 제공, 100% 환불, 도망가면 책임짐” 등 여성을 상품화하고 인종을 차별하는 문구로 가득 찬 광고물이 뿌려졌을 때 예견된 것이었다. 이러한 광고를 어찌 노예매매 광고가 아니라 결혼중개 광고라고 하겠는가! 중개료 챙기는 데 급급해 한국 남성에 대한 거짓 정보를 알려주는 결혼중개업자, “돈을 주고 신부를 사왔다”고 생각하는 남성, 못사는 나라에서 왔다고 무시하고 구박하거나 모국의 모든 것을 잊고 한국인으로 살 것을 강요하는 시댁 식구와 주변 사람들, 별거나 이혼 때 외국인 여성에게 한국에서 거주할 수 있는 지위를 제공하는 데 인색한 국가, 이 모두는 국제결혼의 탈을 쓴 인신매매와 그에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비극을 조장한 공범들이다.
지난해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외국인 여성 배우자가 “남편 또는 국제결혼 중개기관에 의한 잠재적 학대로부터 적절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법적·제도적 개선을 촉구했다. 올해 3월 대전고법의 김상준 부장판사도 후안마이를 살해한 남편에게 유죄판결을 내리면서, “21세기 경제대국 문명국의 허울 속에 갇혀 있는 우리 내면의 야만성을 가슴 아프게 고백해야 한다”라고 우리 사회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러한 요청이 실현되지 못한다면 ‘다문화사회’라는 구호는 사탕발림의 헛소리이며, 외국인 신부가 가질 ‘코리안드림’은 흉몽과 악몽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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