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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OTL] 안녕하세요, 인권?

등록 2008-05-01 00:00 수정 2020-05-03 04:25

과 ‘한겨레21인권위원회’가 시작하는 총 30회의 인권기획, 제보·문의 받습니다

[인권 OTL-30개의 시선①]

인권은 작은 문제입니다. 흔히 소수의 사람들과 관련된 문제이니, 별것 아니라고 지나칠 수도 있죠.

하지만 따져보면 더 많은 사람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은 누구나 생명에 대한 권리를 갖습니다. 그렇다면 중병에 걸렸어도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은 어떤가요. 폭압적 국가 권력이 시민의 생명권을 직접 빼앗는 것만 인권 침해는 아닙니다. 시민이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하는 것도 생명권의 침해입니다. 그렇게 인권은 확장되는 개념이고 우리의 일상 곳곳에 스며 있는 문제입니다.

장애인, 성적 소수자, 이주 노동자 등 정말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관련된 듯한 인권 문제도 실상 그들만의 것은 아닙니다. 그 소수를 대하는 태도는 한 사회의 질을 평가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이른바 ‘선진국’의 지표입니다.

이제 선진화를 외치는 정권이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인권에는 ‘언프렌들리’해 보입니다. 그래서 다시 인권을 화두로 잡습니다. 앞으로 30차례에 걸쳐 이 시대 인권의 현실을 응시할 것입니다. 차별받고 억눌리는 우리 이웃의 삶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볼 것입니다. 이를 통해 선진화란 과연 무엇인지도 물어보려 합니다.

연속기획의 제목인 ‘인권 OTL’은 좌절해 쓰러진 사람을 상징하는 이모티콘 ‘OTL’을 활용해 인권침해를 당한 사람들의 슬픔을 담았습니다. 슬픔을 딛고 일어서는 용기를 인권 연속기획에 담겠습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의 인권 문제를 살갗으로 느끼고 글과 행동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전문가와 활동가 10명이 이번 기획에 힘을 보탭니다. ‘한겨레21인권위원회’가 바로 그것입니다. 인권위원들은 기획에 전반적으로 참여하면서 기사에 대한 비평 등 옴부즈맨 구실도 맡게 됩니다.

마침 인류가 인권의 보편적 권리성을 선언한 세계인권선언이 올해로 60돌을 맞습니다. 오늘, 배금주의와 신자유주의가 활개칠수록 환갑을 맞은 세계인권선언의 청년정신은 더욱 오롯이 다가올 뿐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이것 좀 기사로 써주세요!”

독자 여러분이 주변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인권 문제들을 제보해주십시오. 법 제도의 모순이나 비대칭적 권력관계에서 비롯하는 인권침해, 성·인종·나이 등을 이유로 이뤄지는 차별 등 소재를 가리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제보가 세상을 바꾸는 주춧돌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도 인권침해인가요?”

지체장애인이 밥을 사먹기 위해 식당에 갔는데 식당 주인이 “혼자 온데다 지금은 바쁜 시간”이라며 음식 제공을 거부한다면 이는 장애인 차별일까요? 이처럼 생활 속에서 ‘과연 이런 것도 인권 문제인지 궁금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에 문의해주십시오. 한겨레21인권위원들이 직접 답을 해드립니다. 위 질문에 대해선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이 맞다’는 결론을 내렸답니다.

“우린 인권 공부 하고 있어요.”

학교에서, 모임에서, 회사에서, 교도소에서…. 인권에 관심을 갖고 책 읽고 대화하는 모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인권의 출발점은 인권 교육이죠. 그런 인권 교육 현장을 매주 소개합니다. 앞으로 인권 공부를 하려고 계획 중인 분들의 상담도 환영합니다.

제보와 문의는 syuk@hani.co.kr 혹은 02-710-0552로 해주시면 됩니다.



인권OTL-조국의 선언

환갑맞은 세계인권선언 좀 알아주오

▣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1948년 12월 유엔 총회가 ‘세계인권선언’을 채택하였으니, 올해로 이 역사적 문서는 환갑이 된다. 이 문서는 1966년 12월 유엔 총회가 채택한 ‘경제적·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규약’(A규약),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규약’(B규약)과 한 묶음이 되어 세계 각국에서 인권 보장을 위한 주춧돌이 되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신생국도 1948년에 탄생했으니 세계인권선언과 동갑내기이다. 정치적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역대 권위주의 정권은 이 선언의 요청을 사치품 취급하며 깡그리 무시했고,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인권감시대상국으로 분류됐다.
한국이 민주화를 이루자 상황은 바뀌었다. 양심수·사형수와 인권변호사 출신이 차례로 대통령으로 선출됐고 정치적 민주주의는 만개했다. 2006년 한국은 세계 각국의 인권 상황을 점검·감시하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초대 이사국이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권고 수용률은 95%를 넘고 있다. 이제 한국은 인권 선진국이 되었는가.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신자유주의를 수용하면서 A규약의 정신은 급속히 약화됐다. 이랜드 사태로 상징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통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전체 노동자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약 300만 명의 노동자가 영세사업장에서 일한다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상태 역시 열악하다.
새로이 들어선 이명박 정부는 법 준수를 강조하며 적극적 공권력 행사를 장담하고 있다. 지난 정부하에서 시작된 A규약 정신의 위축 상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B규약의 정신마저 위태로질 것 같은 예감이다. 10년간의 사형 미집행으로 한국은 사실상의 사형폐지국이 되었지만 사형 집행을 재개하려는 징조가 나타난다. 국가보안법 개폐와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을 요구하는 국내외적 요청은 외면되고 있으며, 집회와 시위의 자유도 과거로 돌아갈 조짐이 보인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세계화의 흐름에 뒤처지면 안 된다, 국제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좋은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추구하는 세계화는 “인간의 얼굴을 한 세계화”(조지프 스티글리츠)여야 한다. 그리고 인권 분야의 국제경쟁력 강화 없이 나라 전체의 국제경쟁력이 올라갈 수는 없는 법이다. 이제 세계인권선언을 다시 읽어야 할 시기가 왔다.


[기획연재- 인권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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