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12월 유엔총회는 ‘여성에 대한 폭력철폐 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은 성폭력, 아내 강간, 가정폭력, 인신매매, 강요된 성매매 등을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규정하며 이를 근절하고 예방할 조치를 서두를 것을 호소했고, 이는 1995년 베이싱여성대회에서도 반복됐다. 물론 우리 형법과 각종 특별 형법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
가정폭력특례법이 제정됐지만, 아내 구타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내를 때린다, 구타당하는 아내는 피학증이 있다, 아내가 맞을 짓을 했다 등 야비한 정당화 논리도 여전히 돌아다닌다. 또 혼인은 ‘강간면허’가 아니며 가정은 남편을 위한 치외법권 지대가 아님에도 아내 강간은 처벌되지 않고 있다. 부부관계가 파탄이 나서 별거 또는 이혼소송 중인 상태에서 남편이 아내의 거부를 폭행과 협박으로 억누르고 성교를 강요한 경우에도 말이다. 1999년 유엔인권위원회와 2007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각각 한국에서 아내 강간이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시했지만 아직 제도적 변화가 없다.
성매매특별법이 만들어졌지만,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는 여성들은 ‘직업소개소’를 통해 성산업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폭력이 행사되는 것은 다반사이며, 성판매 여성들은 ‘선불금’ ‘수수료’ 이름의 채무가 법적으로는 무효인지도 알지 못한 채 또는 이를 알더라도 성산업의 올가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를 그들의 ‘자율적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반면 성판매 여성을 공급하고 성매매 행위를 매개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포주 등 중간 매개자들은 여전히 암약하고 있다. 현직 경찰청장의 동생이 성매매업소에 투자하고 운영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나오는 실정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이상과 같은 현상은 우리 사회가 가부장적 테러리즘에 너무도 침윤돼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조국 한겨레21인권위원·서울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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