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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5000, 숫자가 가린 질문들

등록 2026-02-05 22:08 수정 2026-02-11 16:42
2026년 1월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아래에 꽃종이가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2026년 1월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 아래에 꽃종이가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렸다. 주식시장은 축제다. 사회관계는 물론이거니와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에서도 사람들은 온통 주식 이야기만 한다. 증권사에는 투자 교육의 장이 열려 사람들이 대기번호를 끝없이 뽑고 있다. 뒤늦게 주식투자에 뛰어든 사람들은 주가 급등의 수혜자에서 나만 제외되는 것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고위험 투자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느낌’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사회가 집단 흥분 혹은 불안 상태에 빠진 것이다.

물론 코스피 5000 시대가 열린 것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이광수 경제평론가의 분석을 보면, 주가가 급등하는 이유는 “그동안 한국 증시가 겪어온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기업 가치를 정상적으로 평가받는 과정”이다. “지배구조 개선, 배당 확대, 자사주 소각 등 시장 정상화 기대감이 한꺼번에 작동”한 것이다. 여기에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이 더해지면서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2026년 초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의 생산현장 투입을 발표한 현대자동차 등의 대형주가 상승세를 이끌었다.

문제는 사회 구성원이 주식 성장의 열매를 골고루 나눠 갖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겨레21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의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2024년 순자산 하위 10% 가구의 주식·펀드·채권 투자액은 26만원이었는데, 순자산 상위 10% 가구의 보유액은 1억2430만원이었다. 주식 급등세의 수혜가 고소득층에 집중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2025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 순자산 지니계수(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는 0.625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상위 10%가 전체 순자산의 46.1%를 차지했다. 자산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도 이재명 정부는 주식과 관련한 자산소득 과세에 소극적이다. 대표적인 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다. 여야 합의로 만들어진 금투세는 시행이 두 차례나 미뤄지다 결국 폐지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선 금투세 도입을 공약했다가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24년 11월 “(금투세로는) 증시 구조적 취약성을 고칠 수 없다”며 금투세 폐지로 돌아섰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 원칙을 스스로 뒤집은데다 자산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토대를 무너뜨린 결정이었다. 이런 기조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을 기존 10억원으로 환원하기로 했다가 윤석열 정부 때처럼 50억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한 결정으로도 이어졌다.

더욱 문제인 것은 주식 성장의 열매를 고소득층이 점점 더 많이 가져가는 구조가 돼가는데도 다수의 시민이 이런 상황에 저항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차의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현장 투입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전환이 눈앞에 다가온 상황에서 노동조합이 이 전환에 슬기롭게 대처할 방법을 논의해보자고 목소리를 내자, 다수의 시민이 “주가가 오르는 데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노조를 비판했다. 투자자 정체성이 시민 혹은 노동자 정체성을 압도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21이 이번호에서 코스피 5000 시대에 가려진 질문들을 짚어보는 까닭이다. 축제는 모두 함께 즐거워야 축제가 될 수 있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설 특대호 제1601호를 내고 한 주 쉽니다. 한 주 뒤 더욱 탁월한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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