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4000 시대가 열렸다. 이재명 정부는 코스피 5000 시대도 약속했다. 각종 커뮤니티는 그 커뮤니티에 모인 사람들의 공통 주제와 상관없이 주식투자 얘기로 붐빈다. 이런 장면을 보면 다른 사람들이 어떤 기회를 잡을 때 자신만 제외된 것 같아 불안해지거나 조급해지는 심리에 모두가 포획된 듯하다. 소수, 그것도 이미 어느 정도 가진 자만 승리할 가능성이 큰 게 투자 경쟁이라는 현실을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그저 자신만은 ‘성공’하리라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마저 되레 “‘이익이 곧 선’이라는 투자 감각이 모든 걸 뒤덮는 현실”(김민하 정치평론가)을 부추긴다. 정부는 개인의 투자에 따른 경쟁과 각자도생을 촉진하는 게 아니라 모든 시민의 기본권과 존엄한 삶을 위해 노동소득 증대를 뒷받침하고 그 결과를 평등하게 보정해야 하는 공적 조직이다. 이재명 정부는 이 본질을 잊은 것 같다.
본질을 잊은 건 정부뿐만이 아니다. ‘런던베이글뮤지엄’이라는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업체가 있다. 창업자는 연관성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런던’과 ‘베이글’ ‘뮤지엄’이라는 세 단어를 묶어 실체가 불분명한 브랜드를 만들더니, 소셜미디어나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게 했다. 이후 찾는 사람이 늘어나자 프랜차이즈 회사로 확장한 뒤 2025년 7월 사모펀드에 2천억원을 받고 회사를 매각했다. 대단한 ‘성공’ 사례 같지만, 정작 창업자 자신도 이 성공이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하는 듯 하다. 그러니 브랜드 이미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 이 프랜차이즈가 어떤 장점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지점을 확장하는지는 사실 아무도 알지 못한다.
더욱 문제는 그 브랜드 이미지마저 추악한 진실을 가리는 도구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런던베이글뮤지엄 인천점에서 ‘주 80시간12분’ 노동에 시달리던 26살 청년이 돌연사했다. 게다가 런던베이글뮤지엄 사업장에선 2024년 한 해 동안 29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이는 이 업체보다 매출액이 10배 이상 많고 야간노동에 따른 끼임사 등으로 사회적 문제 사업장이 된 에스피씨(SPC)삼립의 11건보다 2.6배나 많은 수치다.(이번호 뉴스큐레이터) 그러니까 이 업체는 수많은 청년의 초과노동, 심지어 이들의 생명에 기생해 돈을 번 것이다. 그런데도 이미 사모펀드에 회사를 매각해 수천억원을 번 창업자와 경영진은 저 창업을 전혀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에서 가장 끔찍한 건 바로 이 점이다.
추악한 진실을 가리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는 또 있었다. 대구성서산업단지에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출신 25살 청년이 인근에 있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뤄진 정부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해 공장 건물 2층 높이의 에어컨 실외기 위 좁은 공간에 숨어 있다가 떨어져 숨졌다. 이 노동자는 추락하기 전 동료 이주노동자에게 “숨쉬기가 힘들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정부가 외국 정상들 앞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청소’하려다 벌어진 일이다.(이번호 뉴스큐레이터)
이 모든 일이 이번 주에 벌어졌다는 걸 믿을 수 없다. 그렇게 반쯤 붕괴된 마음으로 이번 한겨레21을 만들었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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