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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시위 앞, 박주민과 오세훈은 얼마나 다른가

등록 2026-01-22 22:30 수정 2026-01-27 18:39
왼쪽부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김영배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김영배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왼쪽부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김영배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김영배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왼쪽부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김영배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김영배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왼쪽부터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김영배 민주당 의원. 연합뉴스·김영배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2021년 12월3일 동시에 시작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날 서울 종로구 혜화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을 요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시작했다. 또한 지하철에 탑승해 승객들에게 같은 내용을 알리는 ‘지하철 출근길 탑승 시위’도 시작했다. 전장연은 2026년 1월19일까지 1천 번의 선전전을 했고, 68번의 탑승 시위를 했다. 그런데 시민들과 정치인, 언론 모두 1천 번의 선전전은 기억하지 않는다. 68번의 탑승 시위만 ‘불편함’ 혹은 ‘강렬함’과 함께 기억할 뿐이다.

특히나 정치인들에게 전장연 시위는 선거가 코앞에 다가와야 떠오르는 선택적 관심 대상이다. 오는 6·1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큰 오세훈 서울시장에 맞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려는 김영배 의원과 박주민 의원은 최근 전장연을 향해 “(탑승 시위 현장에는) 정작 오세훈 시장이 없다”는 말을 똑같이 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오늘 하루 또 열심히 살아보고자 직장으로, 학교로 향하기 위해 무거운 몸을 일으켜 지하철에 몸을 싣는, 여러분들의 고단한 이웃들이 있을 뿐”이라는 말을 보탰고, 박 의원은 “보다 많은 국민들이 아시고 보다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시려면 지금 해오셨던 (시위) 방식에 대한 깊은 고민들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중한 어법으로 말했지만 이들의 시선이, 탑승 시위를 두고 “시민의 아침을 볼모로 잡는 부조리”라며 “비문명적”이라고 말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나 “사회적 테러”라고 비난한 오세훈 시장의 인식과 본질적으로 얼마나 다른지 의문이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 힘들어 싸우는 장애인들에게 ‘오세훈 시장이 있는 곳’에 찾아가 시위하라는 식으로 말하는 모습에선 이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 굳이 전장연 시위를 입에 올린 게 아닌가 하는 인상마저 받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2022년 4월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오체투지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장애인들이 2022년 4월21일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출근길 지하철 오체투지 탑승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장애인복지 지출 비중은 0.7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낮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98%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2019년 기준) 적극재정 기조를 지닌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뒤 짠 2026년도 예산안에도 장애인 관련 예산 비중은 총지출의 1.02%에 그쳤다. 이런 상황이니 서울시 모든 지하철 역사의 ‘1역사 1동선’(지하철 한 역사 안에서 교통약자가 엘리베이터만으로 지상 출구부터 승강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끊김 없는 이동 경로)은 완성되지 않았고, 2024년 기준 저상버스 보급률은 44.4%에 불과하며, 장애인콜택시는 대기시간이 길고 지역 간 이동에는 쓸 수 없는 한계를 지닌다. 20명 중 1명(인구의 5.1%)인 등록 장애인, 특히 40명 중 1명(인구의 2.6%)인 등록 지체장애인이 비장애인의 일상에서 잘 보이지 않는 건 이런 구조 탓이다. 전장연이 탑승 시위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니 김영배·박주민 두 의원이 당장 달려가야 할 곳은 청와대이고, 새로 뽑힌 민주당 원내대표 앞이고, 국회 보건복지위원들의 방이다. 전장연을 위해 뭐든 할 거라는 기대가 하나도 들지 않는 오세훈 시장과 그래도 다른 점을 보이려면 말이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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