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1월18일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오른쪽 빈터) 일대 모습. 종로 건너편으로 종묘가 한눈에 보인다. 김진수 선임기자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두고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논쟁이 이뤄지고 있다. 하나는 초고층 빌딩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를 짓자는 개발주의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가 이 관점을 주장한다. 다른 하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와 180m 거리에 초고층 빌딩을 짓는 건 종묘의 문화적 가치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문화유산 보존주의다. 국가유산청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 관점을 주장한다.
이 논쟁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까닭은 서울시장 선거를 포함한 지방선거가 채 7개월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강버스의 실패 앞에서 초라해진 오 시장은 이 지역에 초고층 빌딩을 지어 서울 중심지 랜드마크를 자신의 치적으로 홍보하려 한다. 민주당 정치인들은 이런 오 시장을 견제하며 개발보다는 문화유산 보존이 가지는 공익성이 더 크다고 맞선다. 이를 위해 “(초고층 빌딩이) 종묘의 기를 누르게 하는 결과”를 우려하며 풍수지리까지 꺼낸 김민석 국무총리의 말은 무리수로 보이지만 말이다.
무엇보다 이 논쟁이 지닌 문제는 정작 이곳에 살거나 이곳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시민들을 위해 정치와 행정이 무엇을 할 것이냐는 논의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더 나은 서울시를 위해 서울 한복판에 있는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쟁점도 보이지 않는다. 더 많은 사람이 저렴하게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인 공공임대주택을 만든다거나 이 구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임대료를 안정화하겠다는 얘기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논쟁이 100만~250만 가구에 이르는 저소득층 ‘임대료 안정화 주택’ 공급 공약을 내건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당선 직후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같은 시장 선거를 앞둔 우리를 더욱 초라하게 만든다. 그런 점에서, 랜드마크를 지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개발주의나 종묘를 보존해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문화유산 보존주의는 동전의 양면이 벌이는 ‘가짜 논쟁’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세운4구역 고층 빌딩이 서울시의 용적률 상향으로 애초 계획보다 두 배 높은 최고 145m로 들어서면 개발이익 역시 최대 1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한겨레21이 탐사취재한 결과, 이 개발이익이 특정 민간 개발사에 집중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민간 개발사는 서울시의 용적률 상향 발표 2년 전부터 이를 미리 예측한 듯 세운4구역 땅을 차곡차곡 사들였다. 서울시는 그럼에도 초과이익을 환수할 장치를 만들지 않았고, 사업시행을 맡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공사비의 4%라는 초라한 수수료만 받기로 했다.(이번호 표지이야기 https://h21.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58408.html)
시민을 위한 주거 공간이나 일터를 만드는 것도 아니고 개발이익을 환수해 공적기금으로도 쓸 수 없는 이런 개발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하는 걸까. 한겨레21은 종묘 앞 세운4구역을 둘러싼 가짜 논쟁 위에 이 질문을 던져보려 한다. 그리고 이 질문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한겨레21 박준용·조윤상·손고운·채윤태·곽진산 기자가 2025년 1월 제1545호 통권호로 제작한 ‘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 탐사보도가 제8회 한국 데이터저널리즘 어워드 ‘올해의 데이터 시각화상’ 부문 수상작, 제19회 한국조사보도상 특별상 부문 수상작으로 연이어 선정됐습니다. 한겨레21은 더욱 탁월한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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