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1천억원대 사기 혐의를 받는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2026년 1월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홈플러스는 한때 전국 140여 개 점포를 운영하며 연간 이자·세금·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 5천억~7천억원을 기록하던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기업이었다. 그러나 영국 테스코 본사에서 일어난 대규모 회계 스캔들 이후 매각 대상이 되었고, 2015년 사모펀드 엠비케이(MBK)파트너스에 인수됐다. 비극의 시작이었다.
사모펀드는 통상 약탈적 경영으로 기업을 폐허로 만든다. 기업의 자산이나 미래 수익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한 뒤 기업을 인수한다. 이후 자산 매각과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최종적으로는 더 높은 가격에 기업을 매각해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전략을 쓴다. 자산 매각 이후 필요한 건 다시 임차해서 쓰는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을 활용하고, 기업을 운영하며 확보한 자금은 기업에 재투자하기보다는 배당에 쓰는 경우가 많다.
엠비케이의 홈플러스 인수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걸었다. 인수 당시 약 2조7천억원을 차입해 자금을 마련했고, 이후 ‘알짜’로 평가받는 10여 개 점포를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하는 방식으로 부채를 상환했다. 전형적인 세일 앤드 리스백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 경쟁력은 하락했고, 임차료 부담도 연간 약 4천억원 수준까지 증가하며 비용 구조가 악화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했지만, 엠비케이는 이커머스 전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결국 2021년 13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적자가 지속됐고, 2025년 4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엠비케이는 별다른 손해를 보지 않았다. 창업자 김병주 회장은 2026년 포브스 선정 한국 부자 순위 2위에 오를 정도로 자산을 확대했다. 포브스는 그 배경에 대형 인수·합병과 투자 성과가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홈플러스 역시 이 투자 포트폴리오의 일부였을 가능성이 크다.
김 회장이 세계적 자산가가 된 그늘에서 파산 위기에 처한 홈플러스 직원 1만2천여 명은 물론, 입점 소상공인과 협력업체 종사자까지 최대 10만 명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상품과 용역을 제공하는 협력업체 5천여 곳 역시 연쇄적인 어려움에 직면했다. 2026년 7월15일 청와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홈플러스 중계점 입점 상인 채희재씨는 땀과 눈물이 뒤범벅된 얼굴로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아닙니다. 누군가의 부모이고 누군가의 자녀이며 누군가의 배우자입니다. 가족을 위해 문을 열고 손님을 맞이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대한민국의 평범한 소상공인입니다. 잘못한 사람이 아니라 법을 믿고 계약한 우리 소상공인, 법을 믿고 근로한 우리 노동자가 모든 피해를 감당해야 하는 현실이 맞습니까.”
파산 위기 속에 실낱같은 회생 가능성이 생겼다. 집회 이튿날인 7월16일 메리츠금융그룹이 김 회장의 전액 연대보증 약속을 바탕으로 홈플러스에 긴급 운영자금 2천억원을 추가 대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이번호 뉴스 큐레이터 참조) 10만여 명이 잠시 한숨을 돌렸지만, 이 뉴스는 별 눈길을 끌지 못했다.
대신 이날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소셜미디어는 금융위원회가 삼성전자·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규제를 강화했다는 속보, 대만 티에스엠시(TSMC)의 2분기 순이익이 사상 최대라는 속보, 그리고 하루 전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나와 “이재명 대통령이 필연적인 실패의 길로 가고 있다”고 한 발언(이번호 이슈 참조)에 대한 반응들로 떠들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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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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