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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의 민주당, 무엇을 두고 싸웠나

등록 2026-07-02 22:04 수정 2026-07-07 10:11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유튜브 갈무리 및 게티이미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왼쪽)과 조란 맘다니 미국 뉴욕시장. 유튜브 갈무리 및 게티이미지


여기 두 개의 민주당이 있다. 한국의 (더불어)민주당과 미국의 민주당이다. 6·3 지방선거에서 “선거에서는 승리했지만 정치적으로는 패배”한 한국의 민주당은 정치적 위기에 빠져 있다. 윤석열의 내란 이후 지리멸렬한 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을 압도했던 지지율은 주춤하고,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 역시 하락세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친이재명과 친정청래로 나뉘어 오로지 권력 쟁투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권력 쟁투에는 정치적 가치를 둘러싼 경쟁 논리는 보이지 않고, 서로를 증오하며 생산해낸 진영 논리만이 난무한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재건축론’과 평론가들을 향한 ‘멸칭’ 선동이 대표적이다. 유 전 이사장은 불과 석 달 전에 민주당 세력을 가치 중심의 A그룹과 이익·생존 중심의 B그룹으로 나눈 뒤, “정권에 위기가 오거나 지지율이 빠지면 가장 먼저 배신하고 돌아설 집단”으로 B그룹을 지목했다. 그러나 지금 B그룹과 같은 행태를 보이는 쪽은 역설적으로 유 전 이사장 자신이다. 더구나 유 전 이사장의 재건축론은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선 뒤 청와대에서 가진 첫 공식 식사 자리에서 내놓은 메시지가 “멸칭 도움 안 돼”였을까.(10쪽 참조 : 유시민의 ‘재건축론’을 ‘가짜뉴스’다 바로가기) 주식 열풍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경제적 격차가 더 벌어지는 시대에, 삶이 버거운 시민들이 전현직 대통령에게 듣고 싶은 말은 그런 게 아니었을 것 같다.

미국의 민주당 역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권을 빼앗긴 뒤 여전히 자기 성찰과 쇄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와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주류 세력은 인적 쇄신에 미온적이며, 기업 규제 완화와 민간 혁신을 강조하는 ‘풍요의 정치’(Abundance Democrats) 노선과 친이스라엘 외교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의지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미국의 민주당에는 한국과 달리 정치적 가치에 기반한 경쟁 논리를 앞세워 주류 세력에 맞서는 조직화된 저항 세력이 존재한다. 버몬트주 상원의원인 버니 샌더스가 2016년 대선에서 열풍을 일으킨 이후 세력화를 시작한 ‘미국민주사회주의자’(DSA) 그룹이 그것이다. DSA 그룹에 속한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의 ‘친구들’인 클레어 발데스, 브래드 랜더, 대리얼리자 아빌라 셔발리에, 멜라트 키로스 등은 뉴욕주와 콜로라도주 연방 하원의원 경선에서 주류 정치인들을 꺾고, 2026년 11월3일 치를 중간선거에 나설 민주당 후보가 되었다. 이들은 강력한 반시온주의와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 지지를 앞세우며 ‘전면적인 이스라엘 무기 공급 중단'을 요구하고, 권력을 대기업과 자본가로부터 노동자와 평범한 시민에게 돌려주는 ‘노동자 중심 정체성' 등을 앞세우며 민주당 주류와 뚜렷한 각을 세우고 있다.(18쪽 참조 : ‘맘다니 뉴욕시장의 친구들, 민주당을 휩쓸다’ 바로가기)

결국 한국의 민주당은 갈등의 중심이 사람과 권력에 놓여 있는 반면, 미국의 민주당에서는 정책과 이념을 둘러싼 갈등이 핵심축을 이루고 있다. 갈등의 중심이 사람과 권력인 정당에서는 분열이 깊어질수록 지지율 하락과 리더십 위기가 반복되며, 정치에는 이전투구와 진영 논리만 남게 된다. 그다음 과정은 환멸이다. 반대로 갈등의 중심이 정책과 이념인 정당에서는 갈등이 거세질수록 정책은 더 정교해지고, 이념의 스펙트럼은 더 넓어지며, 그 갈등 자체가 정당과 민주주의를 진화시키는 압력으로 작동한다. 한국의 민주당이 당내에서 그런 걸 하기 어렵다면, 정치 개혁으로 외부의 저항 세력이 성장할 토대라도 구축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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