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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마케팅에 맞서 방향성과 지구력을

등록 2026-08-06 22:50 수정 2026-08-11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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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30일 이주민들이 모로코에서 스페인의 영토인 세우타로 넘어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26년 7월30일 이주민들이 모로코에서 스페인의 영토인 세우타로 넘어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아프리카 서쪽 끝자락에 세우타라는 도시가 있다. 모로코와 맞닿아 있지만, 지브롤터해협 너머에 있는 스페인 영토다. 이곳에는 약 6m 높이의 두 겹 철조망이 국경 역할을 한다.

2026년 7월30일부터 이틀 동안 모로코 청년 약 6만 명이 바닷길을 통해 세우타로 몰려들었다. 며칠 전 스페인 대법원이 해상을 통해 넘어온 알제리 출신 이주민의 ‘즉각 추방’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는데, 이 판결이 “헤엄쳐 세우타에 도착하면 추방되지 않는다”는 가짜뉴스로 왜곡돼 퍼진 것이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72명이 물에 빠져 숨졌다. 청년 실업률이 30~35%에 이르는 모로코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던 청년들이 ‘유럽’이라는 희망을 좇아 위험을 감수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결국 가짜뉴스였음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돌아갔다.(20쪽 이슈 참조)

유럽의 극우 정치 세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들은 “스페인이 미등록 이민자 합법화를 남발해 유럽행 입장권을 뿌렸다”며 스페인 온건좌파 정부를 공격했다. 사실을 왜곡해 불안을 부추기는 전형적인 공포마케팅이다. 스페인이 2025년 말 도입한 미등록 이민자 합법화 정책은 5개월 이상 거주하고 범죄 전력이 없는 경우에 한해 1년 임시 체류를 허용하는 제한적 정책이다. 그러나 이 제도의 세부 내용은 이주민이 대규모로 몰려드는 강렬한 장면에 쉽게 묻히고 말았다. 이렇게 이미지에 압도된 감정이 사실을 왜곡하는 구조가 극우 세력의 정치적 성장 기반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른 방향의 공포마케팅이 작동한다. 정부는 8월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부동산 세제 개편으로, 기존의 주택 수와 보유 기간 중심 과세를 주택 가액과 실거주 여부 중심으로 전환하고, 실거주 1주택은 보호하면서 비거주·고가·다주택의 보유·양도 부담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했다. “방향은 옳다. 남은 건 멈추지 않는 일”(이광수 경제평론가)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보유세 부담 강화가 수도권 일부 초고가 아파트 다주택자에게 집중됐고, 대다수 고가주택 보유자의 세부담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며 “변죽만 울린 세제개편안”(참여연대)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논쟁은 곧 과장된 주장으로 번졌다. “1년에 6천만원 정도 버는데 500만원을 보유세라고 내라고 하면 모든 선거에서 패배할 것”(최경영)이라며 참여연대 등 이번 세제 개편에 비판적인 진보를 냉소하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이는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이 0.1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0.32%의 절반 이하라는 점을 외면한 극단적 주장이다. 특히 급등락을 반복하는 주식시장에서 나온 금융소득이 상위 계층의 부동산 투자로 이어지며 양극화가 극심해지는데도 금융투자소득세 도입마저 실패한 오늘날, 보유세 강화는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책이다. 하지만 불평등 완화 정책의 장기적 효과는 당장의 세부담에 불안한 감정 앞에 묻히고 만다. 이렇게 불평등 완화 정책이 손쉽게 불안 감정에 잠식되는 상황이 이제껏 민주당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의 반복적인 실패를 야기했다.

물론 아직 실패를 거론하기는 이르다. 이재명 정부가 3년 넘게 남은 임기 동안 공포에 지배된 여론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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