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노숙인 안나가 2026년 8월24일 서울 용산구 청파로 홈리스행동 사무실에서 인천공항 직원들이 붙인 퇴거명령서를 보여주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인천국제공항은 하루 평균 10만8천 명이 이용하는 거대한 공간이다. 전체 면적은 140만8천㎡로 축구장 197개에 이른다. 이 공간에 겨우 13명이 머물렀을 뿐이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눈치를 봐가며 조심스럽게 지냈다.
언론 보도 하나가 보이지 않던 이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 보도는 문제적 행동을 한 사람을 집중 조명하면서 인천공항을 ‘노숙자 아지트’로 규정했다. 그런 행동이 공항 전체를 점령하는 것처럼 묘사했다. 정작 노숙인들이 왜 인천공항까지 오게 됐는지, 이들을 위한 지원 체계는 있는지, 문제적 행동을 한 당사자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담지 않았다. 그저 “노숙인의 신체가 일으키는 불쾌감을 관음증의 시선으로 전달”(안형진)했을 뿐이다. 혐오를 동원해 영향력을 얻으려는 보도 태도였다.
이 보도는 더 자극적인 영상으로 재편집돼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온라인 커뮤니티로 퍼졌다. 이 과정에서 메시지는 단순해졌다. ‘무능하고도 비도덕적인 노숙인들이 공항에 기생하며, 특히 외국인 여행객에게 민폐를 끼쳐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것이다. 결론도 손쉬웠다. ‘노숙인들을 공항에서 강제 퇴거시켜야 한다’고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 손쉬운 결론에 적극 응했다. 보안요원들을 여러 번 보내 퇴거를 종용했고, 끝내 퇴거명령서를 붙여 노숙인들을 내몰았다.
8월14일 유튜버 박위가 케이티엑스(KTX) 하차 과정에서 발생한 낙상 사고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공개한 일도 비슷한 질문을 던진다. 박위가 자신을 돕던 사회복무요원이 이동식 경사판에 발을 올려 사고를 유발했다며 해당 장면을 공론화한 방식에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라면, 특정 개인에게 비난이 집중될 가능성을 더 신중히 고려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올 것이다.
문제는 이 비판이 “장애가 무슨 권력이냐”는 말로 번지고, 심지어 “앞으로 장애인 절대 안 도와줘야겠다”는 반응으로 나아가는 데 있다. 한 사람의 행동을 근거로 장애인 전체를 불편한 존재로 일반화한 것이다. 이는 일부의 문제적 행동을 근거로 노숙인 집단 전체를 평가한 인천공항 보도와 다르지 않다. 특정 소수자 개인의 행동을 집단 전체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확대하는 혐오의 방식이다.
대중교통에서 휠체어 이용자가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는 누군가의 선의나 시혜에 기대야 할 일이 아니다. 비장애인이 호의로 ‘도와주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마땅히 보장해야 할 기본권의 문제이다. 케이티엑스 이동 과정에서 실수가 나왔다면, 왜 안전한 지원 절차가 작동하지 않았는지, 경사판과 승강 설비는 적절했는지 등을 먼저 물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반응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 사회는 유난히 ‘정상성’을 우선시한다. 이런 사회에서 노숙인이나 장애인 같은 소수자는 공공장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로 남길 요구받는다. 다수는 모두가 각자도생하며 간신히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소수자는 ‘성실한 납세자가 제공하는 특혜’만 요구한다고 말한다. 이런 인식은 평소엔 강하게 드러나지 않다가 특정 사건이 발생했을 때 손쉬운 결론을 찾아 소수자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과정에서 도드라진다. 이제 이런 손쉬움은 버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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