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8월25일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 고삼저수지로부터 약 50m 떨어진 곳에 있는 논에서 벼가 자라고 있다.
“오죽하면 농협 조합장이 행정을 상대로 이렇게 행동에 나섰겠습니까.”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에서 만난 윤홍선 고삼농협 조합장은 근심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윤 조합장이 일하는 고삼면은 외국인 포함 인구가 1754명(2026년 7월 기준)에 불과한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고삼면은 1994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 농업을 시작하는 등 지역만의 특색을 살려 이름을 알려왔다. 지금도 품질을 인정받아 경기도 학교 급식에 친환경 쌀 등 농작물을 공급할 정도다.
그런데 이곳 주민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에 생길 반도체 산업단지 때문이다. 원삼면은 고삼면 바로 북쪽에 있는데, 이곳에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약 126만 평 규모 팹 4기를 짓는다. 문제는 반도체 산단에서 공정에 쓰고 배출할 폐수다. 이들 공장에서 나올 고온 폐수는 하천을 따라 약 10㎞ 물길을 거쳐 고삼저수지로 모여든다. 안성시와 시민단체 등 추산으로는 반도체 산단이 모두 가동될 경우 하루 36만t에 달하는 양이다.
고삼면 주민들은 고온 폐수가 저수지로 쏟아져 들어오면 마을 전체가 안개로 뒤덮여 농축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수온 차로 인해 안개가 많이 발생하는 겨울에는 노지 작물 농사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할 정도다. 이렇게 되면 고삼면 농축산물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폐수 유입으로 인한 오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조합장은 “화학물질 섞인 방류수가 내려오는데 친환경 농산물이라는 이름을 지킬 수 있겠느냐”며 “고삼면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히 이들은 반도체 산단 조성 과정에서 농민들의 목소리가 배제됐다는 점을 지적한다. 앞서 2021년 경기도·하이닉스·용인시·안성시는 ‘상생협약안’을 맺었다. 하지만 이 협약에 고삼면 목소리는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당시 협약안에는 폐수에 대한 수질과 수온 개선 등 내용만 담겼고, 고삼면 주민들이 제기했던 안개 문제 등은 빠졌다. 폐수 우회 배출 방안도 없었다.
이에 고삼면 주민들은 ‘SK하이닉스반도체 오폐수 고삼저수지 직방류 반대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꾸렸다. 이들은 “2027년 2월로 예정된 반도체 산단의 고삼저수지를 향한 오폐수 직방류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2026년 8월28일에는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고삼저수지를 방문하는 시간에 맞춰 첫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광철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농민과 지역 주민을 배제하고 결정된 상생협약을 파기하고 방류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른바 ‘대한민국 대도약 3대 메가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이런 갈등이 전국 곳곳에서 나타나리라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 경기도에서는 용인 반도체 산단 등에 영향을 받는 안성시, 광주시, 여주시 등의 주민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안성=글·사진 이준희 한겨레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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