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기승전‘재건축’, 불시착을 피할 수 있을까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방송 ‘매불쇼’ 영상 갈무리
또, 유시민이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026년 7월15일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한 말이 여당 지지층 사이에 여러 의미로 화제가 되고 있다. 유 전 이사장의 새로운 주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잘못된 정치노선을 추진하고 심지어 정계개편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여당 제압을 시도하는데, 이는 여당을 사실상 형해화할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고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어 우려된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전히 비약에 근거한 의도적 프레임 형성 시도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재건축’에 대한 자의적 정의와 그것을 정계개편으로 연결하는 논리의 부자연스러움이 그렇다.
유 전 이사장의 표현을 활용해보면, 더불어민주당 일부에 다른 세력이 결합하는 형태라면 ‘증축’이고, 세력을 재구성해 기존 지지층 일부를 떠나게 하면 ‘재건축’이다. 유 전 이사장이 ‘재건축’의 근거로 드는 것은 이병태 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인요한 대한적십자사 회장 등 인사이다. 물론 이러한 인사 자체에 문제 제기를 할 수 있고, 지지층이 떠날 걱정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걸 재건축-정계개편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볼 순 없다. 이런 인사들로 무슨 정계개편을 어떻게 하는가?
유 전 이사장이 드는 또 하나의 근거는 이 대통령이 당내외 주요 직책에 이른바 ‘명픽’ 인사를 자꾸 꽂아 넣고, 당내 선거에 개입하며,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일군의 범민주당 핵심 인사들을 조롱하는 것을 방치했다는 점이다. 이는 물론 모두 비판 대상이 될 수 있다. 가령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해 이 대통령이 재판 과정까지 문제 삼는 메시지를 낸 것은 다각도에서 비판받을 만한 일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의도’를 따로 증명하지 않으면 이 역시 재건축-정계개편론의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런데 유 전 이사장은 이게 근거라는 듯 주장한다. 순환논법이다.
전직 대통령을 포함한 인사들에 대한 극단적 언사를 동원한 온라인상의 비판을 문제 삼는 대목에서는 “뭘 허무는 작업이 아니고는 상상할 수 없다”고 했는데, 이는 ‘용역평론가’로 요약되는 인식을 여전히 고수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이렇게 대통령이 평론가와 유튜브 운영자들을 동원해 일종의 여론조작 같은 행위를 한다는 유 전 이사장의 주장은 대통령의 범법을 고발한 것이나 다름이 없는데도, 아무런 근거가 없다.

이재명 대통령이 2026년 7월15일 청와대 춘추관을 방문해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조적 다수’라는 말을 과대해석하는 것도 문제다. 유 전 이사장은 이 대통령이 언급한 ‘구조적 다수’란 말을 ‘3당 합당’에 비견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 발언 어디에 그런 맥락이 있는가? 국민의힘이 수권 능력을 상실한 사이 노력을 거듭해 중도-보수적 유권자에게까지 확고한 지지를 받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일 뿐 아닌가? 이 수단을 반드시 재건축-정계개편론으로 볼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유 전 이사장은 이 대통령이 재건축-정계개편을 추진하는 이유가 뭐라고 보는 것일까? 놀랍게도 ‘모른다’가 답이다. 그러나 추론은 했을 것이다. 그것은 검찰개혁과 연결될지 모른다. 언젠가 김어준씨가 어느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공소취소 거래설’을 방송했듯이, 이 모든 얘기가 향하는 곳에 결국 검찰개혁과 전당대회가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유난히 ‘뿌리’를 강조하는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가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향한 곳은 역시나 딴지일보 게시판이었다. 정 전 대표가 호기롭게 올린 글에서 눈길이 가는 대목은 ‘지금은 때가 아니다’ ‘보완하자’ ‘토론하자’ ‘숙의하자’는 등의 주장을 두고 사실상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에 반대하는 것으로 규정한 부분이다. 이 글에서 보완수사권 완전 폐지는 수십 년간 논쟁·토론·숙의한 검찰개혁 의제의 실천적 결론인 듯 돼 있다. 그런데 토론과 숙의를 강조한 것은 이 대통령이다. 따라서 정 전 대표가 쓴 글의 논리를 따라가면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유 전 이사장도 거의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 문제의 유튜브 방송에서 유 전 이사장은 검찰개혁이 1년 넘게 지체되고 있다며, 이건 이 대통령 본인이 수사-기소 완전 분리에 동의하지 않기 때문인데, 그걸 솔직하게 밝히지 않고 마키아벨리스트적 태도를 취한 게 재건축-정계개편과 관련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보면 유 전 이사장이나 정 전 대표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의 주장과 달리 이 대통령은 ‘제한적 보완수사권 인정론’ 등을 수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밝혔다. 또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체제의 출범은 어쨌든 수사-기소 분리의 구현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이 체제를 어떻게 구성할지는 마키아벨리스트적 방식이 아니라 비교적 공개적으로 논의돼왔다. 이런 맥락을 따져보면 유 전 이사장과 정 전 대표의 세계관은 어떤 지점에서 왜곡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유 전 이사장이 줄기차게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지지층의 ‘유기불안’을 자극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봐야 한다.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은 이대로 가면 이 대통령에게 버려질 것이다’ ‘대통령을 제어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무너질 것이다’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면 지금 행동해야 한다’ 등. 유 전 이사장이 바람직한 당정관계를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인데, ‘민주당의 이재명’이어야 바람직하고 강해지는 것이지 ‘이재명의 민주당’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의 다수를 이루는 당원이 권한을 활용해 전당대회에서 올바른 선택을 함으로써 ‘민주당의 이재명’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물론 전당대회라는 필터를 걷어낸다면, 이는 정당의 책임정치 차원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지적이다. 문제는 이 도식이 거론되는 대부분의 경우가 대통령은 독단적 노선으로 가려 하고, 정당은 선거를 의식해 포용적 노선으로 가려고 할 때라는 점이다. 그런데 지금 구도는 정반대이다. 민주당 당원 다수는 독단적 개혁과 포퓰리즘에 충실하고자 하고 대통령은 중도실용이라는 포용 노선을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경우 대통령과 당의 노선이 개혁을 앞세운 포퓰리즘이라는 지점에서 일치했지만, 그 결과로 정권을 빼앗겼다. 이 대통령의 방향 설정은 그 점에 대한 타산지석에 기초해 있다. 유 전 이사장의 정당정치 원론으로 말하자면, 이번에도 개혁을 앞세운 포퓰리즘 체제로 정권을 운용하고 유권자의 심판을 받으면 될 일이다. 그러나 이후 권력을 맡아야 할 대안세력이 어디인지도 불분명한 상황에서, 그런 결론은 아마 유 전 이사장에게도 민주당에도 비극일 것이다.
냉정하게 말해, 대통령 5년 단임제에서 모든 권력은 임기 말에 가까워질수록 ‘실패’를 눈앞에 두게 된다. 이쪽으로 가든 저쪽으로 가든, 대개는 그렇게 된다. 그때가 되면 ‘유시민이 옳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더 늘어날지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의 비난을 감수하면서, 이후의 ‘현자’ 혹은 ‘킹메이커’를 노리겠다는 것일까? 이쪽도 의도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김민하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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