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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귀는 어디로 열려야 할까

등록 2026-09-17 22:29수정 2026-09-22 11:26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026년 9월16일 청와대에서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위해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2026년 9월16일 청와대에서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를 위해 방한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을 영접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2026년 9월 둘째 주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38%로, 취임 뒤 처음 30%대로 내려왔다. 부정 평가는 51%로 취임 뒤 가장 높았다. 9월 셋째 주 조사에서는 직무 수행 긍정 평가가 37%로 전주보다 1%포인트 더 떨어졌고, 부정 평가는 56%로 전주보다 5%포인트나 급등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둘째 주는 24%, 셋째 주는 20%로 가장 많았고, ‘인사’가 16%(둘째 주와 셋째 주 같음)로 뒤를 이었다.

인사는 최근 급격히 부각된 부정 평가 요인이다. 8월 넷째 주 1%였던 인사 관련 부정 평가 이유는 9월 첫째 주 9%, 둘째 주와 셋째 주에 16%로 껑충 뛰어올랐다. 의원·장관 겸직으로 위성정당 반칙 문제가 새삼 불거진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계획 승인 청탁 의혹’이 제기된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이 영향을 끼쳤다. 용 후보자가 지명 2주 만에 자진 사퇴했지만, 사안은 끝나지 않았다. 정부와 여당은 위성정당 폐해를 되풀이하지 않고 정당 득표율과 의석 비율 간 비례성을 강화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이번호 이슈) 인사청문회에서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김 후보자도 더불어민주당이 9월17일 사실상 단독으로 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지만, 이 대통령이 9월18일 기자회견에서 “국민의 눈높이 등을 고려해서 신중하게 결정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고, 9월19일 결국 자진 사퇴했다.

인사 문제보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더 오래, 더 깊게 작용해온 요인은 부동산 정책이다. 특히 서울의 부정 평가는 60%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이는 서울의 아파트값이 2025년 2월 첫째 주부터 84주 연속 상승한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흐름이 이어지면, 문재인 정부 시기 역대 최장 상승 기록인 85주를 넘어서게 된다. 정부가 가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며 부동산 수요 억제책을 내놓았지만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집값과 함께 임대료도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 가장 민감한 건 세입자일 수밖에 없다. 특히 10명 가운데 8명이 세입자(2024년 국토교통부 주거실태조사)인 청년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태다. 하지만 공론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언론에 등장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만은 공시가격 12억원이 훌쩍 넘는 아파트를 보유하면서도 그곳에 살지 ‘못해’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한다고 볼멘소리 하는 이들에게서 주로 나온다. 그래서일까. 정부는 발표한 정책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침을 후퇴시켰다.

한겨레21이 청년 5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주거권 단체 ‘민달팽이유니온’과 함께 청년 1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청년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니, 절반 이상은 부동산 관련 뉴스를 보면서 ‘주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이들에게 주거 문제는 부동산을 통한 자산 증식보다 ‘이 동네, 이 집에서 얼마나 오래 자리 잡고 살 수 있는가’의 문제라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이번호 표지이야기) 부동산 정책의 방향이 집을 소유해야만 안심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세입자여도 오래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쪽으로 잡혀야 하는 까닭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3년8개월이나 남았다. 여론조사 수치 변화에 몰입해서도 안 되지만, 수치에 담긴 민심을 외면해서도 안 되는 게 정치의 역설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목소리 내기 어려운 사람들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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