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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원의 비윤리, 용혜인의 몰염치

등록 2026-09-10 23:04수정 2026-09-13 12:09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두 사안은 성격이 다르지만, 공적 지위와 제도를 대하는 태도의 문제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계획 승인 청탁 의혹’은 국회의원의 민원 전달이 어디까지 공익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를 묻는다. 김 후보자는 코로나19 치료제를 수입에 의존하면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공익 민원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청탁은 특정 회사 제품을 예외적으로 언급한 것이어서 해당 기업의 사적 이익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신약 임상시험 계획 승인 전후로 창업자의 지분 거래와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 그러니 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국회의원의 공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기업에 사적 특혜를 준 비윤리라고 평가할 수 있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의원직과 장관직의 겸직, 그리고 기본소득당의 국고보조금 수급 문제에서 출발한다. 용 후보자는 국회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은 “법률이 허용하는 것”이고, “기본소득당의 국고보조금 의존도는 1.6%에 불과한 반면 국민의힘은 35.7%에 이른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수백억원씩 보조금을 받는 거대 양당이 기생 정당”이라고 주장했다.

이 해명에는 일리가 있다. 국회의원의 장관 겸직은 한국 정치의 오랜 관행이다. 국고보조금 역시 정당정치를 활성화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없애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특히 소수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 비중은 더 커져야 한다. 그래야 다양한 가치를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입할 수 있다.

하지만 용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을 향한 비판은 사람들이 이런 제도의 취지나 사실관계를 몰라서 제기되는 것이 아니다. 이 비판의 근원적인 이유는 기본소득당이 위성정당으로 선거제도와 민주주의를 해킹해 원내에 진입한 정당이기 때문이다. 기본소득당이 반칙을 저질렀기 때문에 반칙의 주체인 용 후보자의 장관 겸직도, 당이 국고보조금 지급 대상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용 후보자는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애써 그것을 외면한 채 아무 잘못도 없는 양 행동하고 있다. 그러니 용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몰염치라고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부당하게 국고보조금을 가져갔다. 국민의힘의 전신 미래통합당은 과거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경상보조금 지급 이후 합당해 약 19억원의 보조금을 더 가져갔다. 이것도 문제지만, 그럼에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해킹 없이 선거에서 정당하게 표를 얻어 받아간 국고보조금 규모가 더 크다. 그러니 용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이 국고보조금 문제를 제대로 비판하려면, 거대 양당 중심의 기득권 정치를 비판해야 한다. 하지만 용 후보자와 기본소득당은 그럴 수 없다. 이미 그 기득권 정치에 기생해 있기 때문이다.

용 후보자는 2026년 9월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결국 자진 사퇴했다. 그러면서도 위성정당 참여에 대한 사과는 끝내 하지 않았다. 용 후보자는 기자회견에서 “떳떳하지 않은 것이 없기에, 국민 앞에 하나하나 소명하고 싶었다”며 “그러나 국민의힘은 끝내 인사청문회 일정 잡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또한 “여당도 우려는 표하는 상황에서 그 직(성평등가족부 장관)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지금 여기서 멈추는 것이 민주당과 기본소득당, 그리고 민주 진보 진영 내의 연대의 정신을 이어나가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만 말했다. 자신은 잘못한 것이 없지만 국민의힘의 방해와 민주당의 우려로 인해 사퇴하는 것이고, 위성정당은 민주주의를 해킹한 반칙이 아니라 ‘연합정치’라는 인식에도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수단이야 어떻든 정치적 대의만 있으면 충분하고, 그 대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론 따위 중요하지 않으며, 그저 조직의 실존만이 우선할 뿐이라는 태도로는 시민대중을 단 한 톨도 설득할 수 없다. 그런 사람들이 무엇을 대표해 의회정치를 하고, 어떻게 진보를 자처하며, 심지어 국정 운영 세력의 일원이 되겠다는 건가.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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