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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의 계산서, 홈플러스 노동자가 받았다

홈플러스, 37개 점포 폐점 결정에 3천 명 실직 위기… MBK의 약탈적 차입매수 후유증, 노동자·지역경제를 덮쳐
등록 2026-06-13 12:37 수정 2026-06-13 18:33
홈플러스가 2026년 6월4일 잠정 영업 중단에 들어간 전국 37개 매장을 폐점하기로 했다. 6월5일 휴업 중인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모습. 연합뉴스

홈플러스가 2026년 6월4일 잠정 영업 중단에 들어간 전국 37개 매장을 폐점하기로 했다. 6월5일 휴업 중인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모습. 연합뉴스


 

홈플러스 인천 서구 가좌점에서 19년째 일한 노동자 이서연(52)씨의 바람은 홈플러스에서 ‘정년’을 맞는 것이었다. 이제 그 바람은 이루기 힘든 꿈이 됐다. 청산 위기에 몰린 홈플러스 본사가 2026년 6월4일 가좌점에 대해 일방적으로 폐점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회사 쪽에서 전환근무를 원하면 6월7일 오후 5시까지 1·2·3지망 점포를 적어 내면 다음날부터 면담해 전환배치 매장을 결정해주겠다고 알려왔다”며 “두 달째 월급이 밀리면서도 회사가 정상화되리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버텼는데, 동료들 모두 동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픈 남편을 대신해 실질적인 가장 역할을 하는 터라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회사가 무능 경영으로 위기를 자초해놓고 노동조합과 상의 한 번 없이 폐점하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폐점의 예고편

 

홈플러스가 영업을 잠정 중단했던 37개 점포를 폐점하기로 결정하면서 3천 명 넘는 직원들이 대량 실직 사태에 내몰리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기업형 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하림 계열사인 엔에스(NS)홈쇼핑에 분리매각한 이후 온라인사업, 대형마트 등을 포함한 잔존 사업부 매각에 착수했다. 하지만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7월3일)을 한 달 가량 앞둔 시점에서 매각 성사 가능성이 불투명해 결국 청산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2026년 6월4일 노조에 공문을 보내 “5월10일부터 영업을 잠정 중단한 37개 점포를 폐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해당 점포의 책임 직급 이상 직원 3천 명을 대상으로는 희망퇴직도 진행하겠다고 통보했다. 희망퇴직 보상금은 3개월치 임금이다. 이마저도 메리츠금융 등 채권단이 긴급운영자금(DIP)을 투입하고 회생절차 연장에 동의한 경우에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홈플러스는 5월 초 전체 104개 점포 가운데 실적이 저조한 37개 점포의 영업을 두 달 동안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대금 미지급으로 상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나머지 67개 점포에 상품을 집중 배치해 고객 이탈을 막고 매출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었다. 하지만 한 달도 안 돼 ‘일시적 중단’이 일방적 폐점 결정으로 이어졌다.

최철한 홈플러스 노조 사무국장은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는 통보마저 또 말이 바뀌었다. 지금도 이탈하는 직원이 너무 많은 탓에 아마 퇴직 희망자가 너무 많을 것으로 우려해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며 “본사가 채권단에 긴급자금 수혈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구조조정(폐점·희망퇴직) 비용이 불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25년 말 1만7986명이던 홈플러스 노동자는 2026년 4월 말 1만5398명으로 줄었다. 그사이 2588명이 퇴직한 셈이다.

입점 업체들의 고통도 심화하고 있다. 김병국 홈플러스 입점점주협의회 회장은 “폐점으로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고 에스컬레이터조차 작동하지 않는 매장에서 어떻게 수익이 나겠냐”며 “37개 점포의 입점 업체가 300~400곳으로 추산되는데, ‘하루 매출 0원’인 곳이 허다하다”고 호소했다.

2026년 6월5일 휴업 중인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모습. 연합뉴스

2026년 6월5일 휴업 중인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모습. 연합뉴스


 

매각만이 살길이라는 회사

 

홈플러스는 잔존 사업부 매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사 쪽이 노조에 보낸 공문에도 “인가 전 엠앤에이(M&A)가 성공하려면 핵심 매장의 영업을 정상화하고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노조 역시 2025년부터 “합리적 구조조정에 동의하니 사전 협의를 하자”는 입장을 수차례 사 쪽에 전달했다. 현재는 적자가 나도 장기적 관점에서 가능성이 있는 매장까지 정리할 경우, 향후 정상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강우철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위원장은 “예를 들어 경남 김해, 경북 구미, 전남 목포 등 해당 지역에 단 하나뿐인 점포를 무턱대고 매각하는 것은 단기 숫자에만 매몰된 결정”이라며 “홈플러스 대주주인 엠비케이(MBK)파트너스가 자산유동화를 하면서 건물을 매각하고 임대 매장으로 전환하면서 비싼 임대료 탓에 적자 전환한 점포도 꽤 있다.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 노조와 협의하라는 요구”라고 주장했다.

추가 휴업 및 폐점에 대한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5월29일 채권단에 제시한 회생계획 수정안에는 당시 휴업 중인 37개 점포 폐점뿐 아니라 추가 10개 점포에 대한 휴업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홈플러스는 메리츠금융 등 채권단에 “조직을 대폭 슬림화해 인수 부담이 낮아졌으니 2천억원의 긴급운영자금을 투입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대주주인 MBK가 긴급운영자금에 대한 1천억원의 연대보증을 서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5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한 1206억원의 대금은 6월 말에나 들어오는데, 그때까지 버틸 자금조차 없는 셈이다. 홈플러스로서는 채권단의 긴급운영자금 수혈을 받고 7월 도래하는 회생인가 시한을 9월로 연장한 뒤 매각하는 것이 최선이다.

홈플러스 정상화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산하 홈플러스 지부 노조원들이 2026년 5월14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차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제공

홈플러스 정상화에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산하 홈플러스 지부 노조원들이 2026년 5월14일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4차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마트산업노조 제공


 

방조한 정부의 책임

 

업계에서는 매각 가능성을 높게 점치지 않는다. 홈플러스가 최근 잠재적 매수자들에게 공식 투자 안내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나서는 기업이 없는 상태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이미 이커머스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상황에서 대형마트 시장은 역성장 추세인데 덩치가 큰 홈플러스 매각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알리·테무 등 자금 여력이 있는 중국 이커머스도 국내 여론 부담과 오프라인 유통의 잠재적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월14일부터 4차 무기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홈플러스 노조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이 출자해서 만든 준공공적 성격의 기업 구조조정 전문기관인 유암코가 나서는 게 최선이라는 주장이다. 최철한 사무국장은 “유암코가 제3자 관리인으로 회생절차에 참여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회생 가능성이 열린다”며 “홈플러스 문제는 2만 명 노동자의 실업 사태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역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국가 기간산업도 아닌 사기업의 사모펀드 투자 실패를 공적자금으로 해결하는 것에 대한 부담 등을 걸림돌로 짚는다. 그러나 MBK의 홈플러스 인수 당시부터 지적돼온 사모펀드의 ‘약탈적 차입매수’(LBO) 문제에 정책적·법적 대안을 마련하지 않은 정부와 정치권도 책임을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은정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협동사무처장은 “일차적 책임은 MBK에 있음에도 김병주 회장이 무책임한 행태로 일관하고 있는 만큼 빠른 사법처리를 해야 한다”며 “또한 MBK가 홈플러스를 투자 수단처럼 운영하며 자산매각과 수익회수에만 몰두하는 동안 정부는 이를 견제·감독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조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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