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위스콘신주 주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 출마한 프란체스카 홍(오른쪽)이 2026년 8월10일 위스콘신주 선 프레리에서 거리 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그가 한국계라서 주목한 건 아니었다. 미국 주류 정치인들이 밟아온 엘리트 코스인 명문대 졸업, 법조 출신이 아니라 대학을 중퇴한 임금노동자 출신의 30대 여성 사회주의자가 돌풍을 일으킨다고 해서 눈길이 갔다. 위스콘신 주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 나섰던 3선 주 하원의원 프란체스카 홍 이야기다. (◀기사 보기 : 주지사 도전 ‘잠시 멈춤’ 프란체스카 홍… 더 큰 무대 열린다)
홍은 요리사의 꿈을 안고 식당에서 접시닦이부터 시작했다. 세입자로 살며 카드빚과 보육비 걱정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던 홍이 여성요리사협동조합 창설을 주도하면서 조금씩 정치를 알아갔다. 조합을 통해 요식업계 성차별에 항의하던 홍이 본격적으로 정치를 하게 된 계기는 코로나19였다. 주정부가 감염병 재난 이후 방역을 위한 영업제한 조처를 내렸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본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 모습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당시 주정부의 실업수당 시스템은 부실했고, 자영업자를 위한 경제적 구제책도 신속하게 집행되지 않았다. 홍은 서른두 살 때인 2020년,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권 강화, 영세상공인·소수인종·여성·성소수자 보호 등을 공약으로 내걸고 선거에 출마했다. 그 결과 위스콘신 주의회 사상 첫 아시아계 의원으로 당선됐다.
홍은 2025년 7월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가 3연임 도전을 포기하면서 민주당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그는 공교육 강화와 보편적 무상보육, 공공 식료품점 설립, 의료보험 통합, 최저임금 인상, 주 32시간 근무제 도입, 이민자 보호를 하나씩 공약했다. 이를 위한 공공 재원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기업의 정치자금 후원은 일절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홍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유예하자는 공약도 내걸었다. “막대한 전력과 용수를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탓에 주민들의 전기료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데이터센터 유치를 위해) 투입된 예산만 20억달러에 이른다. 정치권은 일하는 사람들이 낸 세금을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에 내주고 있다”고 했다.
홍의 인기가 치솟자 주류 정치권은 긴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홍을 두고 “공산주의자 여성”이라며 “공산주의는 우리 나라와 그 역사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라고 소셜미디어에 썼다. 더 긴장한 쪽은 민주당 주류였다. 에버스 주지사가 홍의 상대 후보인 데이비드 크롤리 밀워키 카운티 행정관 지지 선언을 하면서 경선 막판에 민주당 주류의 선거자금이 크롤리에게 쏠렸다. 민주당 주류는 홍의 11월 중간선거 본선 경쟁력도 문제 삼았다. 홍이 과거 소셜미디어에 올린 급진적 게시물 역시 논란이 됐다. 홍은 크롤리에게 0.48%포인트, 단 3796표 차로 석패했다.
홍이 정치권에 남긴 의미는 작지 않다. 삶에서 나온 노동계급의 언어를 쓰고, 스스로 민주사회주의자임을 숨기지 않으며, 소수인종 여성 정체성을 지닌 정치인에 대한 지지가 미국 주류 정치를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공화·민주 어느 쪽이든 거대 자본에 기대고, 친이스라엘 행보를 보이며, 군수산업에 취약한 미국 정치 구조를 균열 내려는 시도가 스윙스테이트(경합주)에서 힘을 얻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경선에서 패배했음에도 홍의 다음 정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까닭이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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