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윤석열. 연합뉴스
오세훈 서울시장이 1심 재판에서 시장직 박탈에 해당하는 형을 선고받았다.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해 결과를 제공받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신 내게 한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이다.
당시 오랜 야인 생활로 정치적 위기에 몰려 있던 오 시장은 국민의힘 경선에서 맞붙은 나경원 전 의원에게 지지율에서 뒤처지고 있었다. 절박한 상황에서 명씨를 찾아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후보자 의뢰 여론조사를 실시하게 했고, 표본수와 여론조사 공표 날짜까지 조정하며 여론의 반전을 꾀했다. 이 과정에서 쓰인 여론조사 비용 2100만원을 후원자 김한정씨에게 대신 내게 했다. 오 시장은 2026년 6월 지방선거에서 최초의 5선 서울시장이 되면서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가 이번 판결로 한 달 만에 급격한 추락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이번 판결의 의미는 오 시장의 정치적 미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명씨가 한창 활약하던 2021년 국민의힘에는 굵직한 정치 이벤트가 잇달았다. 그해 6월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0선’이던 이준석 서울 노원병 당협위원장이 4선이던 나경원 전 의원을 제치고 당대표에 선출됐다. 그해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윤석열은 6월2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11월5일 홍준표 전 대표를 누르고 제20대 대선 국민의힘 후보가 됐다.
명씨는 정치 신인이던 이준석과 윤석열 두 사람에게도 오 시장에게 했던 것처럼 여론조사 결과를 여러 차례 제공했다. 한겨레21이 공익제보자인 강혜경씨와 명씨가 함께 일하며 썼던 컴퓨터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명씨는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한창이던 2021년 5월15일, 5월23일, 5월29일, 6월5일 등 최소 네 차례 이상 공표되기 전 여론조사 결과를 이준석 대표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냈다. 이 대표는 이 가운데 일부 비용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지역 정치인에게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경찰은 이 사건을 불송치했다. 강혜경씨는 2025년 7월 한겨레21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2021년 당대표 여론조사 비용을 초기에는 김한정씨가 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 시장 대신 여론조사 비용을 낸 후원자 김씨가 여기서 또 등장하는 셈이다.(제1576호 참조)
윤석열은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직후인 2021년 4월부터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된 뒤인 2022년 3월까지 명씨로부터 2억7천만여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 58회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이 가운데 14회에 해당하는 여론조사가 1심 재판에서 유죄로 인정됐다.
이를 종합하면, 박근혜 탄핵 이후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까지 연달아 패배한 보수 진영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전당대회, 대선 경선 등을 거치며 오세훈과 이준석, 윤석열을 앞세워 권력 재탈환을 도모했던 2021년이라는 시기 전체가 유권자의 표심을 뒤흔들며 민주주의를 유린한 ‘명태균 게이트’와 긴밀히 맞물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이런 과정을 통해 부상한 정치인들이 오늘날 극우화하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판하고 스스로를 ‘제대로 된 보수 정치’를 대표하는 인물로 포장한다면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이번 재판 결과는 그런 물음을 염두에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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