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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그러고 있을 시간이 없다

등록 2026-08-20 23:03 수정 2026-08-2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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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신임 대표가 2026년 8월18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하기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신임 대표가 2026년 8월18일 오후 전남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하기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김민석이 더불어민주당을 앞으로 2년 동안 이끌 새 대표로 선출됐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여당이 이재명 정부와 안정적으로 호흡을 맞추고 국정과제의 성과를 내라는 당원들의 뜻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여의도는 벌써 2028년 총선을 바라보고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이재명계’와 정청래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정청래계’가 유시민 작가와 김어준씨 등 이른바 ‘빅스피커’들까지 가세한 가운데 진흙탕 싸움을 벌였다. 정책과 정치적 가치를 둘러싼 경쟁이라기보다, 누가 당의 주도권을 쥘 것인가를 둘러싼 극단적 대결에 가까웠다는 비판이 나온 까닭이다. 이 갈등은 향후 김민석 지도부의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 후유증이 누적되면 종국에는 다음 총선의 공천에서 파열음이 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사회가 마주한 현실은 그런 가치 없는 대결에만 매달릴 만큼 단순하지 않다. 한국 경제의 취약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6년 1분기 상위 20%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하위 20% 가구의 6.59배로,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았다. 소득분배 지표가 6년 만에 가장 나빠졌다는 뜻이다. 현행 조세·복지 제도만으로는 재분배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도 된다.

소득과 자산의 격차가 벌어질수록, 자산이 없는 사람들은 부채를 감수해서라도 부동산과 금융시장에 진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실제 2분기 전체 가계부채는 사상 처음으로 2천조원을 넘어섰다. 집값 상승과 증시 호황에 따른 ‘영끌’과 ‘빚투’가 동시에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가계빚 사상 첫 2천조원 돌파… ‘빚투’ 영향 미쳤나’ 참조)

이런 상황일수록 의회 안에 진보정치의 공백이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노동소득보다 자산투자를 권유하는 민주당 중심의 주류 정치와 경쟁하면서, 소득 하위 계층과 청년·비정규직·플랫폼 노동자, 무주택자와 과중채무자의 요구를 경제정책의 중심 의제로 밀어올릴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강력한 조세·복지 제도를 일관되게 주창할 정치세력도 필요하다.

민주당은 그동안 거대 양당의 한 축으로서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수혜를 고스란히 누려왔다. 그러면서도 지난 두 번의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창당해 기득권 구조를 더욱 공고히 했다. 김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민주당을 “합리적인 진보, 합리적인 개혁, 합리적인 중도, 합리적인 보수 등 모든 유능한 사람을 모두 다 끌어안는 당”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만큼, 이제는 정당별 후보들의 득표율과 의석비율 간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도 개혁 등 정치개혁에 대해 분명한 답을 내놔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대선 직전 민주당을 ‘중도보수’라고 선언한 뒤, 점점 더 극우로 향해 가는 국민의힘이 버리고 있는 보수와 중도의 자리를 점유하고 ‘주류’를 지향하는 행보를 보이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치개혁을 하지 않는다면, 김 대표가 말하는 ‘모두 다 끌어안는 당’은 의회 내 경쟁 대상이 없는 절대다수당이 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이번호 표지이야기 ‘‘덧셈’만으로는 어림없다’ 참조)

2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김민석 체제가 이 소중한 시간을 당심만 쳐다보고 주류만 지향하며 보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성공한 대통령을 만드는 방법이자, 집권당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길이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한겨레21 제1619호와 1621호 표지이야기인 ‘외국 청춘에게 날아든 돌봄 청구서’ 탐사보도(권지담·박준용 기자)가 한국기자협회의 제431회 이달의 기자상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더욱더 열심히 취재하겠습니다.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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