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026년 9월2일 서울 서대문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이 장관 후보자를 지명할 때마다 유독 여론의 집중 표적이 되는 인물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이번 개각에선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그 대상인 듯하다.
용 후보자를 둘러싼 비판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 기본소득당 소속인 용 후보자가 2020년과 2024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비례 위성정당에 참여해 국회의원이 됐다는 점이다. 위성정당은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고 선거제도와 민주주의를 해킹해 한국 정치를 급격히 퇴행시켰다는 점에서 1990년 3당 합당만큼이나 정치 구도를 뒤틀어놓은 사건이다. 둘째, 그가 6년 넘게 의원으로 활동했음에도 여성 관련 입법 성과가 없고, 최근 보완수사권 폐지에 찬성하면서 성폭력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의 권리 보장과 충돌할 수 있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후 용 후보자가 관행과 달리 비례대표 의원직을 유지하며 장관직을 맡겠다고 밝히면서 비판은 더 거세졌다. 자신의 정당 간판을 내걸고 당선된 적 없는 정치인이 행정권력과 입법권력을 모두 내려놓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읽혔기 때문이다. 물론 용 후보자가 의원직을 사퇴하면 소수정당인 기본소득당은 원외정당이 된다. 소수정당이 의회 안에서 발언할 수 있는 통로가 사라지고, 다원적 정치 공간도 그만큼 줄어든다. 그러나 기본소득당 스스로가 위성정당에 참여해 정의당 등 독자적 진보정당의 정치 공간을 잠식한 전력이 있다. 소수정당이라는 이유로 양해를 구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대통령이 여당 소속이 아닌 정치인을 장관으로 기용하는 일은 권력을 분점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권력이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한국 정치에서, 다른 정치세력과 권한을 나누려는 시도는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김대중 대통령이 자유민주연합과 공동정부를 구성하고 총리와 장관에 자민련 인사를 기용한 일,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한 일도 넓게 보면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한국 정치가 지향해야 할 방향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거대 양당이 갈등을 부추기며 극단적 대결 정치를 하는 현재의 승자독식 정치 구조를 넘어, 다양한 가치를 대표하는 정치세력이 의회에 진출하고 연합으로 슬기롭게 정책을 결합하는 정치를 만들 때가 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번 인사로는 그런 연합정치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이 위성정당을 함께 만들었을 때 앞세운 것은 가치와 정책을 중심으로 한 연합이 아니라 의석 확보를 위한 선거 공학이었다. 이 대통령 역시 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 창당 금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거듭 사과한 적이 있다.
연합정치와 권력 분점, 정치적 다양성을 지향하기 위해 대통령의 장관 인사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여당인 민주당이 위성정당 금지 제도화를 포함한 정치개혁에 책임 있게 나서는 일이다. 마침 조국혁신당 김준형 원내대표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위성정당을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중대선거구제와 결선투표제, 교섭단체 요건 완화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2028년 총선까지는 이제 1년7개월 남짓이다. 이번 정기국회가 위성정당 문제를 바로잡고 정치개혁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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