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 회원들이 2024년 6월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대책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청년 피해자들을 지켜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한겨레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지금 집이 없는 게 문제가 아니라 너무 비싸기 때문에 문제다. 여기에 지금 세입자들 목소리가 얼마나 있는지 정말 유감스럽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이 2026년 7월14일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현장 목소리로 여는 주거안정(과) 주택공급 확대방안 경청 토론회’에서 한 말이다. 토론회 참석자 대다수가 건축기준 규제 완화를 통한 빠른 주택 공급과 임대사업자, 주택 신축 판매업자의 세부담 완화를 강조했다. 세입자가 아닌 주택 공급자의 목소리로 가득했다.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주거 조건과 세입자 보호 대책을 논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한성숙 국무총리가 7월23일과 7월27일 차례로 주재한 부동산 정책 국민 대토론회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무주택 세입자의 주거안정보다는 규제를 풀어달라는 다주택자 포함 공급자의 목소리가 큰 민원의 장이었다.
한겨레21과 민달팽이유니온이 만 19~39살 청년 1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응답자 상당수가 세입자다. 청년들은 세입자로 살아도 삶이 위태롭지 않은 사회를 원했다. 대학생 정현우(23·가명)씨도 그중 한 명이다.
현우씨는 서울에서 보증금 1천만원과 월세 70만원을 내고 7평(23㎡) 규모의 집에 혼자 산다. 생활비와 학비를 벌기 위해 근로장학생(대학생에게 노동 기회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장학금 지급)으로 일하고, 카페·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일요일만 빼고 매일 일한다. 이 중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일하는 야간 근무일이 사흘이나 된다. 현우씨에게 월세와 공과금을 포함한 주거비로 매달 빠져나가는 100만원은 부담스럽기만 하다. “저처럼 매달 생활비와 주거비를 직접 마련해야 하는 청년에게는 주택을 구매하도록 지원하는 정책보다 보증금이나 월세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이 큰 도움이 된다. 현재로서는 굳이 자가를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다.”
정부가 2026년 8월13일 발표한 부동산 정책에 포함된 청년 세입자를 위한 정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연소득 7천만원 이하인 무주택 청년에게 임차보증금의 90%(최대 2억원)까지 대출금을 지원하고, 비수도권·저소득 청년에게는 납부해야 할 이자를 지원하며, 월세 낼 돈이 필요할 때만 월세대출을 사용하도록 한 ‘청년 전세+월세 대출 결합보증’ 제도다. 2027년 1월 시행 예정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 전세대출 보증제도(연소득 7천만원 이하 34살 이하 무주택 청년에게 임차보증금의 90%까지 대출)의 지원 대상을 39살 이하 무주택 청년으로 확대하고 대출 한도도 확대한 제도로, 2026년 10월 시행된다.

디자인주 장광석 실장

디자인주 장광석 실장
설문조사 결과 이 두 제도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청년이 도움이 안 된다고 답한 청년보다 많았다.(표 참조) 다음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청년 전세임대주택 지원 사업으로 보증금 1억2천만원에 14평(46㎡) 빌라에 거주하는 4년차 직장인 박재민(29·가명)씨의 말이다. “2년 전 임대차계약 두 번째 연장 시기에 집주인이 보증금을 1억2천만원에서 1억6천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한 적이 있다. ‘4천만원을 구하기 어렵다’고 했더니 집주인이 ‘그러면 계약 연장이 어렵겠다’고 해서 이사하려 했다. 부모 지원 없이 서울에서 혼자 생계를 잇는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 임차보증금 확대 지원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면서도 재민씨는 “정부가 매입해 청년에게 공급하는 주택을 알아본 적이 있는데, 지금 사는 집보다 좁은데도 보증금은 더 비쌌다”며 “청년 주거 안정을 내세우면서 6~7평 집을 공급한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셋값은 매해 오르는데 지원 대출 금액은 제자리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재민씨가 사는 주택 유형인 수도권 지역 연립·다세대주택 평균 전세가는 2020년 9월 약 1억3700만원, 2023년 9월 약 1억6800만원, 2026년 8월 1억7600만원으로 계속 오르고 있다.(한국부동산원)
전문가들은 무주택 청년 대상 전월세 대출 지원 확대가 누군가에게는 필요한 정책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출 확대가 전셋값 상승에 이어 유동성 확대(대출금이 시장에 풀림)로 인한 주택 매매가격 상승을 초래해 청년세대에 더 큰 피해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최은영 소장은 “청년 세입자들이 겪는 문제 중 하나가 임대인의 수선 및 관리 의무 방기로 인한 주거 품질 문제”라며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는) ‘바지임대인’ 문제도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2025년 6월1일 이후 체결된 임대차계약은 전세사기특별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간사는 “지금은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며 “(토지와 건물을 모두 소유하는 일반분양과 달리) 공공이 땅을 소유하고 거기에 지은 주택을 분양받는 방식(토지임대료는 매달 입주자가 별도로 납부)의 토지임대부 분양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공주경 기자 wnrud123@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이 대통령, 이형일·강신철·홍지선 장관 임명안 재가

이 대통령 “강남불패·부동산 투기 과거 이야기 될 것…반드시”

17살 김다현 “심수봉 선생님이 직접 사과…잘 추스를 것”

김승원 전직 보좌관, 청와대에 45쪽 ‘회계부정 의혹’ 자료 전달

중국, 군 2인자 장유샤 당적·군적 박탈…“부패분자, 파벌도 만들어”

“공공을 믿었는데”…보증금 못 돌려받는 ‘사회주택’ 세입자들

우크라전 이후 첫 러시아 총선서 ‘여당 압승’…추가 동원 나서나
![이게 다 누구 때문이다? [그림판] 이게 다 누구 때문이다? [그림판]](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921/53_17899854330622_20260921503763.jpg)
이게 다 누구 때문이다? [그림판]

‘통기타 군단 담임선생님’ 음악평론가 이백천 별세…향년 93

스틸 미 대사, 한병도·장동혁·송석준과 관저 만찬…“상견례 차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