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향한 구호 선단 활동에 참여한 김아현(활동명 해초) 활동가가 2026년 6월16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하고 있다. 이승배 기자 photolee@hani.co.kr
귀국길 인천공항에서 그가 마주한 단어는 ‘굳이’였다. 누군가는 “굳이 국가가 가지 말라는 곳에 갔다가 붙잡히니 구출해달라고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굳이 인도적 차원에서 활동할 수도 있으나 그 활동 역시 법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구출하는 데 투입된 내 세금이 아깝다”는 비아냥도 있었다. 2026년 7월2일로 전쟁 발발 1천 일이 되는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로 가는 구호선단에 두 차례 참여한 해초(김아현)를 두고 나온 말들이다. 잠시 짚고 넘어가자면, 이스라엘군에 나포된 해초가 풀려나고 귀국하는 데 국가가 쓴 돈은 없다.
조지 오웰은 1936년 발생한 스페인 내전에서 파시스트 반란군에 대항하는 공화주의 좌파 정권을 돕기 위해 의용군에 참여했다. 당시에도 이를 두고 “전쟁은 군사 전문가와 국가가 책임질 일인데, 지식인이 감정적 이상에 경도돼 총을 드는 것은 위험한 낭만주의”라는 비판이 나왔다. “무장투쟁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오웰은 1938년 쓴 ‘카탈루냐 찬가’에서 의용군 참여 이유를 두고 “그 시기, 그 분위기에서는 그것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1946년 펴낸 ‘나는 왜 쓰는가’에서는 “나는 파시즘에 반대하기 위해, 그리고 품위를 지키기 위해 스페인에 갔다”고 썼다.
해초도 오웰과 다르지 않다. 이스라엘은 78년 동안 팔레스타인 땅을 불법 점령하고 있다. 포격과 무인기, 인공지능(AI) 살상 무기를 이용해 민간인을 집단살해하고 있고, 식량과 식수를 끊고 바닷길까지 봉쇄해 주민들이 배고픔과 갈증으로 죽어나가게 하고 있다.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7일 이후 이스라엘군에 의해 숨진 팔레스타인 어린이는 하루 평균 22명이다. 매일 한 학급 규모의 어린이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
이 무도한 폭력을 저지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사람들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유일한 일” 아닐까. 해초는 이를 위해 구호선단에 몸을 싣고 가자로 향했고, 나포된 이후 이스라엘군의 만행을 몸으로 직접 겪었으며, 몸에 각인된 경험을 한국인들에게 증언해 “어느덧 잔혹한 폐허의 이미지에 마비된” 사람들을 다시 일깨우고자 했다. “사람들은 누군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매개해주면 새롭게 공감하게 되기 때문”이다.(이번호 표지이야기)
해초의 활동은 이미 18년째 이어지고 확산돼온 세계 시민들의 연대활동이기도 하다. 2008년 여든한 살의 수녀, 유대인 역사학자, 저널리스트 등 민간인 46명이 처음으로 구호선단을 타고 가자 해안에 도착했다. 이후에도 계속 추가 항해가 성공하자 이스라엘군은 2010년 5월 헬기와 군함을 동원해 구호선단을 습격했고, 활동가 9명을 살해했다. 이 잔혹한 참사는 그러나, “도덕적 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했던 이스라엘의 가식을 무너뜨렸다”.
이스라엘군이 기를 쓰고 구호선단을 막으려는 건 역설적으로 구호선단 활동가들과 이들을 지켜보는 세계 여론에 그만큼 민감하다는 걸 말해준다. 그러니 해초를 비롯한 세계의 구호선단 활동가들의 연대는 ‘굳이’ 할 수도 있는 일이 아니라 ‘기어코’ 해야 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폭력에 반대하기 위해 “그리고 품위를 지키기 위해”.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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