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쿠팡 노동자를 통제한다. 한겨레21이 만난 쿠팡 퀵플렉서(쿠팡이 배송 업무를 위탁한 대리점과 계약한 택배기사)들은 끊임없이 쿠팡이 만든 근무자용 앱으로 지시(제1593호 참조)를 받았다.
쿠팡은 이 앱으로 실시간 평가도 한다. 특히 퀵플렉서가 배송 마감 시간을 잘 지켰는지, 프레시백(신선식품 배송에 쓰는 다회용 가방)을 얼마나 회수했는지를 모두 집계하고 있다. 쿠팡 쪽은 두 지표를 대리점을 평가하는 제도 에스엘에이(SLA)에 반영해 성과를 평가한다. 미진할 경우 대리점 계약 해지까지 검토할 수 있다. “이걸(지표)로 대리점 계약을 압박하니, 대리점은 기사를 압박할 수밖에 없죠.” 심야배송 퀵플렉서 김호준(43·가명)의 말이다.
물류센터 노동자도 마찬가지다. 각 물류센터는 노동자에게 개인용 디지털 단말기(PDA)를 지급해 바코드 스캔 등 업무에 활용하도록 한다. 겉으론 업무 편의를 위해서라지만 실상은 감시와 압박의 도구다. 노동자는 단말기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일하게 된다. 이를 통해 관리자는 해당 노동자가 1시간에 얼마나 물량을 처리했는지 실시간 집계할 수 있다. 노동자의 시간당 생산량을 재는 것을 유피에이치(UPH·Unit Per Hour)라고 한다. 이 지표는 노동자 압박 수단으로 쓰인다는 논란을 빚어 2021년 쿠팡이 공식적으로 폐기했다. 그러나 일터에서는 여전히 압박용으로 쓰인다는 증언이 많다. “처리 물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딴 식으로 해서 되겠냐’고 하죠.”(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송지웅)
쿠팡은 노동형태 자체로 이미 안전한 일터가 아니다. 많은 노동자가 고정적 심야노동을 한다. 여기에 더해 실시간 디지털 통제로 노동자를 과로로 몰아간다. 쿠팡 노동자는 과로사 고위험군이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5년간 쿠팡 물류 계열사인 쿠팡풀필먼트서비스에서 뇌심혈관 질환으로 진료받은 노동자(직장가입자 기준)는 2021년 497명, 2022년 585명, 2023년 618명, 2024년 809명, 2025년(1~11월) 774명이다. 쿠팡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아닌 퀵플렉서 등을 포함하면 이보다 많은 이가 뇌심혈관 질환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자사 물류 체계를 두고 ‘스마트 혁신’이라고 홍보해왔다. 노동자를 갉아먹는 체제도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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