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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도 없이 용적률 2배, 세운4구역 개발은 누굴 위한 겁니까?

등록 2026-01-27 11:09 수정 2026-01-27 11:16


솔직히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습니다. 한겨레21은 오랫동안 서울 종로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세운4구역)의 재개발 문제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2025년 12월 초 발행한 제1590호부터 한 주도 쉬지 않고 세운4구역 재개발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질문은 하나로 수렴됩니다. ‘공공의 이름으로 추진되는 사업이 왜 이렇게 진행되는가.’

세운4구역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방향 전환 이후 용적률이 2배 가까이 오르는 비약적인 전환이 이뤄졌습니다. 한겨레21은 이 전환의 이익을 누가 가져가는지 최초로 드러냈습니다. 세운지구 다른 구역의 시행사이기도 했던 한호건설그룹이 세운4구역 개발이익의 30%를 가져갑니다. 이처럼 개발이익을 독식하는 과정에서 공공건축물에는 마땅히 있어야 할 원칙과 절차가 생략되거나 혹은 무시됐습니다. 한겨레21의 이런 지적에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는 법적 대응과 보도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섰습니다. 행정 판단과 절차의 적절성을 묻는 말에 공적 주체들이 전략적 봉쇄로 맞선 형국입니다.

지난 호 한겨레21은 서울시와 SH의 내부 문건을 입수해 이 문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공모 없는 설계 변경’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이 정도 규모 공공건축 설계는 법적으로 공모를 거치도록 돼 있습니다. 한겨레21이 확인한 SH 내부 문건에도 세운4구역은 ‘전면 재설계’에 해당해 국제공모 등 공개 절차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여러 차례 제시됐습니다.

그럼에도 공모 절차는 생략됐습니다. SH는 “촉진계획 변경이 시급하고, 공모를 진행하면 최소 수개월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기존 계약 구조를 유지하는 것이 비용과 속도 면에서 효율적”이라는 이유를 들었습니다. ‘속도’와 ‘효율’은 절차를 무시할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공공 설계에서 ‘속도’와 ‘효율’은 경쟁과 투명성이라는 원칙 위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는 부차적 가치입니다.

서울시는 이 가치의 전도를 설명한다며 여러 차례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해명을 했습니다. 특히 ‘사업성이 부족해 용적률 상향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은 내부 자료와 정확히 배치됩니다. SH 내부 검토 문건에 따르면, 서울시가 대폭 상향한 용적률을 적용하지 않더라도 세운4구역은 이미 일정 수준의 사업성이 확보돼 있었습니다. 이미 사업성이 있음에도 사업성을 보태줬고, 그 개발이익을 민간이 독식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용적률 상향과 설계 전면 변경, 공모 절차 생략은 행정 시스템 전반의 공정성 문제와 함께 그 이익이 특정 업체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특혜’를 의심해볼 수밖에 없는 문제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임기는 5개월여 남았습니다. 그가 언제까지 서울시장일지는 알 수 없지만 시급히 솔직한 답을 해야 합니다. 세운4구역은 누구를 위해 높아져야 했는지, 왜 설계 공모를 생략하고 20년 전 2등을 했던 업체인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에 설계를 몰아줘야 했는지 한겨레21이 끝까지 묻겠습니다.

김완 기자 funnyb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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