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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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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배송은 수십년 연구로 축적된 확인된 위험”

김현주 이대목동병원 교수 인터뷰 “건강·수명 소모되지 않는 노동구조 만들어야”
등록 2025-12-12 10:55 수정 2025-12-18 10:26
2025년 12월5일 서울 양천구 이화여대목동병원에서 김현주 교수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2025년 12월5일 서울 양천구 이화여대목동병원에서 김현주 교수가 이야기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원래 하면 안 되는 시간대에 하는 노동’.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인 김현주 이화여대목동병원 교수는 고정적 심야노동(0~새벽 5시)에 대해 이렇게 표현한다. 그렇게 일하는 것은 일반적인 야간노동보다 더 건강에 위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야간노동이 단순히 ‘피곤한 시간대에 일한다'가 아니라, “이미 많은 연구로 확인된 위험”이라는 뜻에서다. 낮과 밤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인체의 일주기 리듬을 장기간 거스르면 수면 부족을 넘어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암까지 발병할 수 있다.

택배 종사자 산재 2배 늘때 야간 산재 4배 늘어

최근 수년간 확장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위해 택배 종사자는 심야노동을 매일 고정적으로 하고 있다. “확인된 위험”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심야배송 업무를 맡는 택배노동자에게서다. 2025년 11월15일 김 교수가 중간 발표한 연구를 보면, 2024년 택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산업재해는 2022년에 견줘 2.12배 늘었다. 특히 야간시간대(밤 10시~새벽 6시) 산재는 같은 기간 4.04배나 늘었다. 비야간시간대 산재는 1.88배 늘었다.

이 결과는 ‘새벽배송 논쟁’에도 시사점을 준다. 아침 7시까지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새벽배송 시스템에 제어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택배노동자의 야간시간대 산재가 기하급수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물론 “야간노동은 쿠팡 택배기사가 스스로 내린 선택이고, 소비자의 권리도 중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하다. 그러나 김 교수는 “(쿠팡 택배노동자가) 건강을 잃어가며 버텨야만 하는 구조라면, 반드시 바꿔야 하는 것”이라며 “(야간노동은) 개인의 판단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진단을 넘어 사후관리와 노동환경 개선을 결합한 산업보건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한겨레21은 2025년 12월5일 서울 양천구 이화여대목동병원의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ㅡ택배노동자의 야간시간 산재 증가율이 급증했다. 이 결과의 의미는 무엇인가.

“국내에서 심야배송을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곳이 쿠팡·마켓컬리·이마트 ‘쓱배송’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심야배송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산재가 늘고 있다는 경향을 시사한다.”

ㅡ국제암연구소(IARC)는 활동주기를 교란하는 야간교대근무를 ‘2A군 발암물질’로 지정했다.

“사람에게 발암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밤에 강한 인공조명을 받으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된다. 멜라토닌은 디엔에이(DNA) 손상 복구, 세포 성장 조절, 산화 스트레스 완화 같은 암 억제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반복적으로 억제되면 생체시계 전체가 교란되고, 그 결과 유방암·전립선암·대장암 등 특정 암의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연구가 수십년 축적됐다. 노동자 개인의 체력이나 생활습관 차원이 아니라 작업 형태 자체가 만성적인 생체리듬 교란을 유발하는 구조적 위험이다.”

ㅡ아크릴아마이드나 우레탄 같은 화학물질도 야간노동과 같은 2A군 발암물질이다. 왜 야간노동의 위험성이 더 강조될까.

“아크릴아마이드 같은 2A군 물질은 조리 방식과 작업 공정 등 관리체계로 노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유해성은 있지만 위험은 관리 가능’하다. 반면 야간노동은 ‘노출을 선택하거나 피할 수 있는 물질’이 아니다. 특히 심야배송처럼 고강도·고속도의 노동과 결합하면 매일, 수년간 지속되는 ‘고강도·지속적 노출’이 된다. 단순히 등급만 놓고 ‘같은 급이니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후 건강관리로 노동환경 개선해야

ㅡ심야에 배송하는 노동자와 낮에 일하는 노동자의 가장 큰 의학적 차이점은 무엇인가.

“밤은 우리 몸이 회복 모드로 들어가야 하는 시간이다. 이 시간대에 중량물 반복 취급, 뛰다시피 하는 배송 동선, 집중을 요구하는 운전, 시간 압박이 그대로 진행되면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된다. 그러면 혈압 비하강(non-dipping), 우리 몸의 생체시계, 즉 일주기 리듬 붕괴 같은 변화가 겹쳐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상당히 증가한다.”

ㅡ쿠팡은 현재 퀵플렉서(특수고용 배송기사)에게 건강검진 비용만 제공한다. 어떤 방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나.

“사업주가 노동자에게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건강진단 체계를 배송기사뿐 아니라 전속성이 높은 특수고용 노동자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 건강진단뿐 아니라 건강상담 제공 등 사후관리 체계도 필요하다. CJ 대한통운은 공공기관에 의뢰해 건강진단 결과 이상자에 대해서 상담을 제공하고 있고, 마켓컬리도 전문단체와 계약해 월 1회 방문상담을 하고 있다. 쿠팡은 물론이고 다른 배송 기업들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체계다. 하지만 건강관리는 검진과 상담만으로 끝나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을 악화하는 구조적 요인인 노동강도, 노동시간, 물량 알고리즘을 모니터링해 조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배차·물량 알고리즘의 투명성, 노동강도·노동시간의 지속적 모니터링, 과도한 물량 증가를 개선하는 조치를 반드시 해야 한다. 건강진단은 출발점이고, 진짜 필요한 것은 사후관리와 노동환경 개선을 결합한 산업보건 체계다.”

ㅡ현재 국회 주도로 노동계와 기업이 참여하는 ‘제3차 택배 사회적 대화 기구’가 운영되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은.

“장시간노동·야간노동 규제와 표준 수수료 체계를 반드시 함께 논의해야 한다. 현재 택배노동의 장시간·고정 야간노동과 과도한 노동강도는 단순히 ‘업무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수수료 체계가 노동시간을 늘리고 위험한 시간대 노동을 사실상 유도하는 구조와 연결됐기 때문이다. 수수료가 낮으면 기사들이 더 많이, 더 늦게까지 일해야 수입이 맞춰지는 구조가 되면서 과로와 심야노동이 고착화된다. 수수료 인상 자체는 필요하지만, 그 인상이 노동자들에게 더 오래, 더 늦게 일하도록 압력을 만드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적정 시간 내에 적정 수입을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선택의 자유’가 보호하지 못하는 건강과 수명

ㅡ쿠팡 소속 배송기사들과 면담하고 연구하며 인상 깊었던 점은.

“대다수의 야간배송 기사는 현재 업무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지금의 수입을 다른 일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야간시간대 노동이 초래하는 건강위험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에서 선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야간노동의 건강 영향은 대개 서서히, 누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쿠팡의 야간 고정 노동자들이 지금의 일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 선택의 결과로 발생하는 위험은 시간이 지나며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게 된다. 따라서 ‘죽도록 일하면 정말 일찍 죽는 사회’가 아니라, 누구의 건강과 수명도 소모되지 않는 노동구조를 만드는 것이 사회가 책임져야 할 역할이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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