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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 시위 취재하던 기자가 부끄러워진 이유

등록 2026-01-29 20:24 수정 2026-02-04 17:08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026년 1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동대문역 방면) 승강장에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1천 일’ 집회 도중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026년 1월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동대문역 방면) 승강장에서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 1천 일’ 집회 도중 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기자님들도 많이 혼동하시는데, 오랫동안 취재해주신 분들은 이제 좀 구분하시고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속으로 “아차!” 싶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선전전)과 ‘지하철 출근길 탑승 시위’(탑승 시위)가 전혀 다른 방식의 투쟁이라는 사실을 김필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기획실장과의 통화로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선전전과 탑승 시위는 다른 것인가’라는 질문에 따라온 김 실장의 답변을 곱씹을수록 두 귀가 살짝 달아오릅니다.

설명해드리자면, 선전전은 지하철 역사 안이나 국회 앞 등 공공장소에서 손팻말을 들고 진행하는 집회를 뜻합니다. 탑승 시위는 장애인의 권리를 알리고자 의도적으로 출근길 지하철을 잠시 지연시키는 적극적인 투쟁을 말합니다. 고백하건대 ‘전장연 선전전이 2026년 1월19일자로 1천 번째를 맞이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탑승 시위가 1천 번째라는 의미로 이해했습니다.

선전전과 탑승 시위는 2021년 12월3일 시작됐습니다. 주말 등을 빼고 진행한 선전전은 1천 번째가 됐지만, 같은 기간 탑승 시위는 68번에 그쳤습니다. 1천과 68. 두 숫자의 간극이 상당한데, 대부분의 시민은 68번의 탑승 시위만을 떠올립니다. 전장연의 운동은 26년째 계속됐고 선전전은 1천 번째를 맞이했는데, 왜 우리는 지하철을 막는 장애인의 모습만 기억할까요.

오랜 기간 억울함과 부당함을 호소해도 사회가 주목하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전장연의 선전전과 탑승 시위를 바라본 시민의 상반된 인식이 이를 명징하게 드러냅니다. 그래서 집회는 소란스럽고 다소 불편해야 합니다. 김 실장의 다른 답변도 가슴을 찔렀습니다. “전장연이 한겨레 1면을 장식한 날이 언제인지 알고 있나요? 출근길 지하철에 탑승한 날이었어요.”

탑승 시위는 장애인 이동권을 향한 경각심을 일깨웠지만, 시민의 불편을 산 대가는 컸습니다. 많은 전장연 활동가가 기소돼 유죄를 선고받고 전과자가 됐습니다. 한겨레21이 만난 문애린과 한명희 역시 2026년 1월29일 1심에서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20만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만원을 선고받았습니다. 탑승 시위를 벌인 전장연 활동가를 상대로 ‘1년 이상의 유기징역’만 있는 중범죄인 전차교통방해 혐의를 인정한 첫 사례입니다.

이 사건 선고를 기점으로 전차교통방해죄로 기소된 다른 전장연 활동가들 역시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잠시 중단된 전장연을 향한 서울교통공사의 9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다시 시작됩니다. 전장연은 이번 선고가 선전전과 탑승 시위를 넘어 장애인 인권운동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변호인단은 재판부가 ‘장애인 인권운동의 역사를 고려하지 않고 집회·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해 항소하기로 했습니다. 한겨레21 역시 우리 사회에 항소하는 마음으로 관련 보도를 이어나가겠습니다.

한겨레21 1599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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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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