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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하다” 폭언에 시간당 처리량 압박…쿠팡 물류센터의 밤

자동화된 분류기에 속도 맞추는 사람들…휴대전화 제출하고 쉴 틈 없는 야간 고정 근무
등록 2025-12-12 10:54 수정 2025-12-18 10:27
수도권의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제보자 제공

수도권의 한 쿠팡 물류센터 모습. 제보자 제공


 

모두가 퇴근을 준비할 때 쿠팡 물류센터로 출근한다. 그런데 2025년에만 최소 4명이 퇴근하지 못했다.

2025년 11월21일 밤 10시28분. 쿠팡 심야근무를 맡은 일용직 노동자 ㄱ씨가 쿠팡 물류센터인 경기도 화성 동탄1센터에서 식사를 마치고 이동하던 중 의식을 잃었다. 119구급대가 병원으로 호송했으나, 그는 밤 11시36분 숨졌다. 39살인 ㄱ씨는 2024년 9월부터 야간 고정 근무를 해왔다. 그는 저녁 6시에 출근해 3시간 이상 일한 상태였고, 예정된 퇴근 시간은 다음날 새벽 4시였다. 물품을 들고 이동해 나르는 일, 빈 플라스틱 바구니를 수거해 정리하는 일 등 포장 지원 업무를 했다. 중량물이 많고 배송 물량이 많을 때는 숨 돌릴 시간이 거의 없는 고된 노동이었다. ㄱ씨는 이렇게 주 4~5일 야간 고정 근무를 1년 넘게 하다 숨진 것으로 조사됐다.(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

2025년에만 ㄱ씨 같은 쿠팡 물류센터 분류 노동자 4명이 사망했는데, 모두 야간 노동자였고, 밤과 새벽 시간대에 쓰러졌다. 24시간 물류를 돌리기 위해 심야에 하는 일이 사람들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쿠팡 물류센터의 밤은 제대로 기록되기 어렵다. 쿠팡 쪽이 물류센터 노동자가 출근할 때 ‘휴대전화 및 전자기기 반입 금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반인권적 소지가 있는 이 조처 탓에 노동자가 보고 들은 일은 모두 쿠팡 쪽에서만 기록된다.

한겨레21은 쿠팡 통합물류센터와 서브허브(물류센터와 배송캠프 사이에서 소분 업무를 맡는 중간 물류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 6명과 대면·비대면으로 인터뷰했다. 전문가들의 이야기도 듣고 물류센터 환경도 직접 관찰했다.

휴대전화 제출 뒤 벌어지는 일들

매일 밤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쉴 틈 없이 일하고 있다. 배송 마감이 다음날 아침 7시인 새벽배송을 비롯해, 주문 다음날까지 배송하는 로켓배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다. 쿠팡 물류의 이동은 대부분 밤에 이뤄진다. 주문이 오면 노동자들은 물류센터의 물건들을 분류하고 진열한다. 또 배송할 물품을 찾아 옮기고 포장해 간선차량(물류센터에서 중간 배송지 또는 다른 지역 센터로 옮기는 대형 화물차)에 싣는다. 이 과정에서 “빨리 해달라”는 관리자의 닦달이 이어진다. 서브허브에서는 간선차량에서 물건을 내리고, 자동화 기기에서 물건을 분류한다. 작업자들은 주어진 단말기로 물건을 스캔하고, 소분해 택배기사에 전달한다. 프레시백 세척도 노동자의 몫이다.

쿠팡 노동자 과로사 문제를 연구해온 고태은 중앙대 불안정노동과사회정책랩 연구원은 “새벽배송 등 로켓배송 마감 시간 때문에 물류센터에서 가장 바쁜 때가 야간이다. 밤 12시30분부터 새벽 2시에 (소비자가) 밤에 주문한 ‘새벽배송’ 물건을 처리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물류센터에서 수만 명이 야간 고정 근무를 한다. 근무 형태는 저녁부터 새벽 2시까지 일하는 ‘오후조’, 밤 9시에 출근해서 새벽 6시까지 일하는 ‘심야조’, 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단기간 일하는 ‘숏’ 또는 ‘중간조’ 등으로 나뉜다.

 

로켓배송 서비스 전 과정의 노동. 논문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새로운 노동통제와 사용자 책임 은폐 구조: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 사례연구’(고태은·이승윤) 갈무리.

로켓배송 서비스 전 과정의 노동. 논문 ‘디지털 플랫폼 경제의 새로운 노동통제와 사용자 책임 은폐 구조: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 사례연구’(고태은·이승윤) 갈무리.


 

노동자가 통합물류센터와 서브허브에서 겪는 노동강도는 숨 가쁘다. 약 1년 전부터 물류센터 일용직으로 일하는 송지웅(27·가명)씨는 출근하기 직전부터 물을 마시지 않는다. “근무 중 화장실에 가면 다른 사람들이 일을 분담해야 해서, 눈치가 많이 보이거든요. (휴식시간 외에) 5시간 정도 화장실에 안 가고 참아요. 더울 때는 물을 마시지만, 그 외에는 수분 섭취에 신경 쓰죠.”

송씨의 근무 시간은 밤 9시부터 이튿날 새벽 6시까지다. 그는 “신선식품을 옮길 때, 쌀 포대를 나를 때 허리가 아프다. 아픈데 주저앉을 수 없고, 억지로 옮기게 된다. 하고 나면 다음날 아파서 골골거린다”고 했다. 수도권 서브허브에서 5년 이상 일한 김영도(50·가명)씨는 “물건을 집고 옮길 때 1~2초에 해야 한다. 버벅거리면 소비자에게 물건이 전달이 안 될 정도로 물량이 밀리고 꼬인다”고 했다. “분류하기 위해 물건을 하차한 뒤 레일에 올리는 것을 보면 진짜 무서울 때가 있거든요. (…) 물건이 한꺼번에 몰려 쫙 올라올 때 보면 속도가 장난 아니라서요.” 쿠팡 서브허브의 노동자 김현서(49·가명)씨의 말이다. 노동자들은 자신의 상황보다 자동화된 분류기의 속도에 몸을 맞춘다.

쿠팡 심야근무 강도가 높다는 점은 구체적 자료로도 드러난 바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와 공공운수노조는 2024년 12월 ‘물류센터 야간고정 노동자들의 작업환경 및 건강 수준’을 조사해 발표했다. 쿠팡 물류센터, 다이소 물류센터, 우체국 물류센터 노동자 등 270명을 설문했다. 물류센터 야간 고정 노동자의 노동강도를 ‘보그점수’를 통한 지표로 물었다. 보그점수란 노동자가 평소 느끼는 노동강도를 6~20점 지표로 나타내는 수치다. 13~14점은 지속해서 빠르게 걷는 힘듦이고, 15~16점은 100m 달리기 수준의 힘듦을 의미한다. 물류센터 심야 노동자의 보그점수 평균은 14.33점으로 빠르게 걷거나 뛰는 수준으로 강도가 높았다. 이 중 쿠팡 노동자는 14.69점으로, 다이소(14점)·우체국(13.94점) 등 다른 회사 노동자보다 높은 강도로 조사됐다.

관리자 ‘수치’ 보며 실시간 ‘압박’ 여전

쿠팡은 실시간 지표를 통해 물류 노동자를 숨 가쁘게 일하도록 내몬다. 각 물류센터는 노동자에게 디지털 단말기를 지급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자 1명이 1시간에 얼마나 일하는지 측정한다. 단말기 등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일하기에, 관리자는 실시간으로 노동자의 생산량을 보고 있다. 이렇게 노동자의 시간당 생산량을 재는 방법을 유피에이치(UPH·Unit Per Hour)라고 한다. 이 지표는 노동자 압박 수단으로 쓰인다는 논란을 빚었다. 물류센터에서 과로사가 계속 발생하면서 2021년 쿠팡이 공식적으로 UPH 사용을 금지한 바 있다. 쿠팡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이 지표가 여전히 쓰인다고 말한다.

“관리자는 마감 시간 때문에 밤에 늘 예민해요. 일용직에겐 구체적 수치를 보여주지 않지만, 관리자는 계속 보고 있어요. 느린 사람에게 좋게 말하면 독려고 나쁘게 말하면 ‘조지는’ 거죠.”(김영도) 송지웅씨도 “대놓고 ‘UPH 낮으니까 빨리빨리 하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 전해지는 방송을 통해 특정 인물을 지목해 서둘러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물량에 쫓긴 노동자들은 일하면서 숨돌릴 틈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김영도씨는 “일하다 중간에 휴게시간이 주어져야 하는 게 맞는데, 7~8시간을 일하면 딱 30분만 몰아서 쉰다”며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할 때도 보내는 주지만,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식사시간이 갑자기 줄거나 휴게시간이 없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4시간 이상을 일하면 30분 이상, 8시간을 일하면 1시간 이상 휴게시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제54조는 일부 쿠팡 물류시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폭언과 성희롱 쏟아지는 노동현장

근무지에 따라 다르지만, 물류센터의 일부 관리자는 고성과 폭언으로 고압적인 분위기를 만들기도 한다. 빠른 일 처리를 명분으로 일상적으로 노동자를 겁박하고 하대하는 ‘직장갑질’이 적지 않게 벌어진다.

수도권의 한 물류센터에서 계약직으로 6개월째 야간 고정 근무를 하는 오정선(25·가명)씨는 이런 고압적 분위기 탓에 계속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 부서를 맡은 40대 중반의 관리자로부터 언제 폭언이 날아들지 긴장하는 일이 반복돼서다. 그는 “관리자가 계약직이나 일용직은 금방 그만두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막 대하는 경우가 많다. 일하다 작업이 느리다는 이유로 ‘멍청한 게 아무리 생각해봤자 답이 나올 거 같으냐. 너랑 너희 부모랑 똑같을 텐데'라는 말을 들었다”며 “다른 노동자에게 ‘나한테 잘 보이려고 이렇게 옷을 입고 왔느냐’라는 등 성희롱성 발언도 했다”고 증언했다. 오정선씨는 이런 폭언과 성희롱이 휴대전화 반입이 금지된 환경을 이용해서 벌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녹음과 사진촬영이 불가능하니 더 심한 ‘직장갑질’을 벌인다는 것이다. “관리자는 특정 노동자의 처리 물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공개적인 장소에서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이딴 식으로 해서 되겠냐’ ‘발이 보인다’고 말하기도 한다.”(송지웅)

김영도씨 역시 여러 쿠팡 물류시설에서 일하면서 관리자가 일용직을 폭행하거나, 마이크로 욕설을 퍼붓는 상황을 목격했다. “문제를 일으킨 관리자는 다른 센터에서 근무를 이어가거나, 일정 기간 업무에서 배제됐다가 복귀하더라고요. (…) 이곳은 바뀌는 게 없구나 생각했죠.”

심야에 고강도로 일하는 환경은 생체리듬을 깨뜨리고 건강 악화를 부른다. 심야조 오정선씨는 일한 지 5개월 만에 스트레스성 위염 진단을 받았다. “아침에 퇴근하는 것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인지 두세 시간 잘 때도 있어요. 어느 순간 위가 찢어질 듯 아파서 대학병원에 가보니 위염 진단을 받았어요. (…) 심야근무를 하기 전에는 이상이 없었는데, 하고 나서 이상이 생긴 거죠.” 그가 굳이 근무 형태를 말하지 않았는데도, 의사는 수면과 식사가 불규칙해서 아픈 것 같다고 했다. 송지웅씨도 “(야간 고정 근무를 한 뒤) 만성피로가 생겼다. 잘 잔다는 느낌이 아니라 피곤해서 자는 느낌”이라며 “술을 잘 안 마시는데, 건강검진에서 스트레스로 인해 간 수치가 높게 나왔다”고 했다.

주간 근무자보다 기준 시급도 적어

노동자들이 건강 악화와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를 버티며 쿠팡 심야노동을 이어가는 이유는 “야간에 수당이 높아서”다. 심야노동을 할 경우 주간 근무자보다 1.5배로 책정한 시급이 지급된다. 한겨레21이 인터뷰한 노동자들은 불안정한 미래를 준비하거나, 투잡을 하거나, 가족의 생계나 치료비 등을 책임져야 해서 야간 고정 근무를 한다고 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이들이 건강 악화와 ‘직장갑질’을 견뎌내는 야간노동 기준 시급(야간노동에 1.5배로 계산되는 기준이 되는 시급)은 1만70원(L1 쿠팡물류센터 현장직 기준)이다. 쿠팡 주간 근무자 기준 시급 1만220원보다 적다.

쿠팡 쪽은 고강도 심야노동과 폭언 등 ‘직장갑질’을 두고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2025년 1월 국회 청문회에서 물류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한겨레21이 인터뷰한 노동자들은 마감 시간에 쫓기는 고강도 심야노동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쿠팡 물류센터는 ‘안전한 일터’가 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쿠팡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서비스에, 사람을 억지로 갈아 넣는 거죠. 그러니 사고가 나는 거고요.”(송지웅)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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