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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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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의원님, 인사말 말고 봉사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등록 2025-11-21 15:18 수정 2025-11-24 13:20
나경원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명예회장이 2025년 9월14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 18회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전국하계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나경원 스페셜올림픽코리아 명예회장이 2025년 9월14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제 18회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전국하계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갈무리


“명예회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으로 장애인과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는 것이 저의 책무이며 소명으로 생각해왔습니다.”

발달장애인 체육단체 스페셜올림픽코리아(SOK)의 명예회장인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한겨레21에 보내온 해명 중 일부다. 한겨레21은 제1589호에서 ‘“발달장애인 체육기관이 나경원 놀이터?”… 측근 회장 낙점·인사 쥐락펴락’보도 등을 통해 나 의원이 어떻게 SOK를 사유화했는지 고발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이 단체 회장을 지낸 나 의원은 이후 10년 동안은 명예회장을 맡았다. 2024년에는 측근 정치인을 차기 회장에 낙점한 뒤 내부 직원을 선거운동에 동원하는 방법으로 회장에 당선되도록 했고,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을 압박해 자신의 딸이 관심 가졌던 사업(국제스페셜뮤직앤아트페스티벌) 예산을 증액시켰다. 한 해 약 30억원씩 국가 지원금을 받는 단체가 최소 14년 동안 정치인 한 명에게 직간접적으로 지배당한 것이다.

한겨레21 보도가 나가자 일부 누리꾼은 ‘나경원만큼 장애인에게 관심을 가진 사람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는 사실이다. 나 의원은 SOK가 주최한 스포츠·예술 행사에 참석한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시해 ‘의정 활동’으로 홍보하고 있다. 어떤 사진이든 정중앙에는 미소 짓는 나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SOK 전현직 직원들은 나 의원의 행보가 겉치레에 불과했다고 증언한다. SOK에 오랜 기간 근무했던 ㄱ씨는 “행사장을 찾아 인사말을 하고 사람들과 악수하고 사진 찍고 다니는 것 말고는 하는 게 없다”고 했고, 또 다른 관계자 ㄴ씨는 “뮤직앤아트페스티벌과 연말 음악회에 항상 참석해 인사말을 해왔다”며 “안내 책자를 제작할 때도 명예회장 인사말과 사진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돌아봤다. ‘인사말 말고 다른 활동은 없었나’라는 질문에 ㄴ씨는 “정장 차림으로 인사만 하러 다니지, 일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며 “SOK 직원들 얼굴도 기억 못한다”고 답했다. 전현직 SOK 직원들은 그러면서도 “우리 (발달장애인) 아이들에게 피해가 온다면 마음이 너무 아플 것 같다”며 마지막까지 나 의원과 SOK에 대한 문제 제기를 조심스러워했다.

나 의원의 말대로 “장애인과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는 것이 책무이자 소명”이라면, 그는 이제 공적 성격의 단체를 지배하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자리에서 책무와 소명을 표현할 때가 된 것 같다. 포털사이트에 ‘스페셜올림픽코리아 자원봉사자’로 검색해볼 것을 권한다. SOK 누리집 내 ‘자원봉사 신청’ 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다. 만 14살 이상 개인 및 단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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