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버려진 우유팩의 행방을 찾아서

등록 2026-08-06 22:35 수정 2026-08-13 18:41
google구글 선호 매체 등록
2026년 6월29일 서울 중구 환경단체 ‘지구를지키는소소한 행동’에서 추적기를 등록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2026년 6월29일 서울 중구 환경단체 ‘지구를지키는소소한 행동’에서 추적기를 등록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휴대전화 화면에 작은 점 하나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 중구 회현동의 한 카페에서 출발한 종이 우유팩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카페라테를 만들기 위한 우유가 담겼던 종이팩은 카페 점주에 의해 깨끗이 씻겨 건조됐다. 이후 전용 배출 봉투에 담겨 카페 문 앞에 놓였다. 이 전용 봉투 안에 한겨레21은 스마트태그 추적기를 넣어두었다. 이 추적기는 인근 스마트폰을 경유해 등록된 휴대전화로 위치 정보를 보낸다.

한겨레21은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 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서울 중구와 종로구 카페에서 배출된 종이팩 더미 53개에 위치추적기를 붙였다. 종이팩이 버려진 뒤 이동하는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서다. 종이팩은 고급 천연펄프로 만들어져 제대로 회수하면 화장지나 핸드타월 등의 원료로 다시 쓸 수 있는 귀한 재활용 자원이다. 그러나 국내 종이팩 재활용률은 2024년 기준 14.1%에 불과하다. 재활용이 어려운 멸균팩(두유 등의 포장용기로 쓰이는 종이팩으로, 일반팩에 알루미늄층을 추가한 구조) 사용 비중이 늘었고, 회수·선별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한 결과다.

중구의 카페들은 종이팩을 씻고 말려 별도의 전용 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카페들은 종이팩을 성실하게 분리배출하고 있지만, 이후 종이팩이 어디로 가는지, 재활용은 제대로 되는지 알기 어렵다. 한겨레21이 종이팩에 추적기를 달아 탐사해본 까닭이다.

한겨레21은 추적기의 이동만 지켜본 것이 아니다. 늦은 밤 수거차를 관찰했고, 추적기가 가리키는 곳을 직접 찾아가봤다. 그렇게 한 달 동안 종이팩이 지나간 길을 따라갔다.

원칙대로라면 종이팩은 수거 업체를 거쳐 재활용 선별장으로 이동한 뒤 재활용 업체로 가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기대와 다르게 흘렀다. 휴대전화 화면 속 작은 점들은 하나둘 예상 밖의 장소에서 멈춰 섰다. 재활용 선별장이 아니라 소각장 권역인 곳도 있었다. 종이팩 재활용과 관계없는 폐지회사나 자원 업체를 가리키기도 했다.

이번 탐사취재는 정부가 추진하는 종이팩 분리배출 정책과도 맞닿아 있다. 정부는 2026년 하반기부터 공동주택에서 종이팩을 따로 배출하도록 하는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한겨레21이 한 달 동안 종이팩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며 확인한 것은 분리배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분리배출 이후에도 종이팩은 예상과 다른 길로 향했다.

이 기획은 한겨레21이 2025년 초 버려진 헌 옷을 따라 인도까지 추적(‘당신이 버린 옷의 최후’·제1545호 참조)하는 탐사보도를 한 뒤 두 번째로 버려진 물건의 여정을 추적한 프로젝트다. 이번에도 결과는 놀라웠다.

<관련 기사>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9737.html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9738.html

https://h21.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59734.html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한겨레 저널리즘
응원으로 지켜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