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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키지 못하는 환자들, 어디로 가야 합니까

등록 2026-07-30 21:23 수정 2026-08-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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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장애의 심각성을 다룬 영화 ‘투 더 본’ 스틸 사진. 넷플릭스 제공

섭식장애의 심각성을 다룬 영화 ‘투 더 본’ 스틸 사진. 넷플릭스 제공


기온이 34도까지 치솟은 2026년 7월12일 오후 2시,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한 도서관 회의실에 33명이 모였다. 섭식장애 경험 당사자이자 섭식장애 비영리단체 ‘잠수함토끼콜렉티브’ 박지니 대표와 식사치료 전문가 안주란 백상정신건강의학과 부설 백상식이장애센터장이 연 ‘전국 5개 도시 섭식장애 질의응답 세션’의 마지막 회차에 온 사람들이다.

이 자리엔 4년째 섭식장애 치료를 위해 병원을 떠도는 모녀, 거식증 환자의 남자친구, 음식을 삼키기 어려운 발달장애 아동의 부모, 원인 모를 음식에 대한 두려움으로 10여 년 동안 섭식장애를 앓는 20대 여성 등이 모였다. 이들은 세션에서 저마다 겪은 섭식장애의 고통을 하나씩 꺼냈다. 이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부 섭식장애 환자에게 ‘먹는다’는 건 단순히 살이 찌는 게 아니라 죽는 것과 같은 공포에 가까웠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국내 섭식장애 환자는 2021년 1만3105명에서 2025년 1만7917명으로 37% 늘었고 환자의 80%가 여성이다. 이 숫자는 섭식장애 질병코드(F50) 환자 수에 불과해 실제 추정 환자(17만여 명)의 10% 정도에 그친다.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숨어 있는 환자가 많은데도 국가의 공식 실태조사는 2011년 제3차 정신건강실태조사 이후 16년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2026년 7월1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책정원 구립도서관에서 ‘섭식장애 질의응답 세션’이 열리고 있다. 권지담 기자

2026년 7월1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책정원 구립도서관에서 ‘섭식장애 질의응답 세션’이 열리고 있다. 권지담 기자


전남·광주 외 서울과 강원도 원주, 인천, 부산의 질의응답 세션에 참가한 134명이 경험한 섭식장애의 원인과 증상은 달랐지만, ‘먹지 못하는데 어디로 가야 하나요?’란 질문은 대부분 지니고 있었다. 이들은 섭식장애가 ‘다이어트 병’이란 오해 속에 떳떳하게 치료받지 못했고, 치료기관을 어렵게 찾아도 치료 과정에서 더 큰 트라우마를 얻거나 효과를 보지 못해 장기간 투병으로 이어지는 공통점이 있었다. 전남·광주 세션 참가자들이 세션이 다 끝난 뒤에도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하고 박 대표와 안 센터장을 붙잡고 자신의 고통을 줄일 방법을 묻고 또 물은 까닭이다.

섭식장애가 대체 어떤 병이기에 당사자와 가족들이 오랜 시간 고통을 받아야 할까. ‘의료 선진국’이라 불리는 한국에 왜 섭식장애 전문 의료진과 기관이 없을까. 한겨레21이 부산, 울산, 전남·광주 등 전국에 있는 섭식장애 환자 4명을 심층 인터뷰해 지역 환자들이 맞닥뜨리는 치료 사각지대의 실태와 원인을 깊이 들여다봤다. 더불어 섭식장애 치료·지원 체계가 없는 한국과 달리, 국가가 나서 치료를 책임지는 오스트레일리아·스웨덴·일본 사례를 통해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짚었다.

<관련 기사>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694.html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9701.html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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