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오세훈을 잡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6년 7월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치자금법위반 혐의 1심 선고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깨끗한 정치’를 외치던 43살의 오세훈이 65살의 ‘정치자금법 위반 피고인’ 오세훈을 잡았다. 2004년 초선이던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의원은 선거 비용의 투명한 사용과 정치자금법 범죄자의 공직 출마 제한 등의 내용을 담은 정치자금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오세훈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22년이 지난 2026년,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오세훈법’에 따라 서울시장직을 박탈당하고 대선에 나가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조형우)는 2026년 7월22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에서 벌금 1천만원을 선고하고 21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해당 공직자는 직위를 잃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죄책에 상응한 시장직 상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오 시장은 공판 내내 무표정으로 재판부를 바라보며 재판장이 낭독하는 판결문 내용을 들었다. 일부 대목에서는 긴장한 듯 크게 숨을 들이마시기도 했다.
오 시장은 2021년 4월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태균씨로부터 총 10차례(공표 3회, 비공표 7회)에 걸쳐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최측근인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통해 후원자인 기업가 김한정씨에게 3300만원 상당의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이 가운데 공표 2회와 비공표 3회, 모두 5회분의 여론조사 비용인 2100만원의 대납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오세훈 시장의 위기는 명태균씨 입에서 시작됐다. 2024년 10월7일 명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오 시장 당선에 자신이 큰 역할을 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이후 여러 언론에서 오 시장이 명씨에게서 여론조사 결과를 여러 차례 제공받았고, 해당 여론조사 비용을 김한정씨에게 대납하게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025년 2월26일 검찰이 김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강제 수사에 들어갔고, 3월20일에는 오 시장의 집무실과 공관도 압수수색했다.
김건희씨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출범한 뒤에는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 공익제보자인 강혜경씨가 명씨의 피시(PC) 하드디스크 등 자료를 모두 특검에 제출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고, 11월8일에는 오 시장이 명씨와 첫 대질신문을 하기에 이르렀다. 민중기 특검은 2025년 12월1일 오 시장을 정치자금법 제45조 1항에서 금지한 불법 기부·수수 행위로 판단해 재판에 넘겼고, 2026년 6월17일 결심 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특검이 공소를 제기한 내용의 큰 줄기를 모두 인정했다. 그러면서 개별 여론조사 의뢰, 비용 납부 등의 과정을 하나씩 뜯어봤다. 기소된 1차 여론조사의 경우 재판부는 오 시장이 2021년 1월20일 명씨를 만나 명씨로부터 선거전략, 여론조사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당시 국민의힘 내 서울시장 후보 경선 경쟁자이던 ‘나경원에게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기대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오 시장과 강 전 부시장은 이 만남 이틀 뒤에도 명씨와 연락을 주고받았고, 그날 바로 첫 번째 비공표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이후 2·3차 여론조사가 연이어 진행됐고 김씨가 명씨 쪽에 1천만원을 지급했다.
당시 오 시장은 정치적 입지가 한껏 줄어든 상태였다. 2016년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했다가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고, 2020년 총선에서는 광진구을에서 정치 신인이던 고민정 민주당 후보와 맞붙었다가 또다시 패배했다. 이후 극우 집회에 나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게다가 성폭력 가해 폭로가 제기된 박원순 서울시장의 사망으로 열리게 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도 처음에는 출마를 원하지 않다가 국민의힘의 요청으로 마지못해 나서는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당내 경선에서 나경원 의원에게 지지율이 뒤지고 있었다. 예비경선에서도 나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재판부도 이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2021년 2월5일 진행된 네 번째 여론조사에 대해 “당시 여론조사 결과가 오 시장에게 불리하게 나오자 오 시장 쪽이 항의해서 그 결과가 2월15일에야 공표됐다”며 “공표를 최대한 늦게 함으로써 가급적 그 공표 효과가 최소화될 수 있게끔 조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오 시장이 의뢰한 여론조사가 아니라면 공표를 미룰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받아보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납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6년 7월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참석해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이번에 오 시장에 대한 1심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명씨가 국민의힘 정치인들에게 여론조사를 제공하며 벌어진 사건들을 다룬 재판부의 판단은 엇갈린 상태였다. 앞서 윤석열과 같이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제공받았고, 그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공천을 줘서 똑같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은 김건희씨는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무죄 선고가 나왔다. 김씨의 1·2심 재판부는 명씨와 윤석열 부부가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결과를 받기로 합의한 사실이 없다며 명씨가 일방적으로 제공한 여론조사 결과를 위법하게 받은 정치자금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026년 7월13일 나온 윤석열의 정치자금법 위반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33부(재판장 이진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제공에 대한 ‘순차적·묵시적 합의’만 있었어도 여론조사 무상수수는 정치자금 불법수수 행위로 볼 수 있다며 윤석열에게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물론 오 시장 사건과 윤석열 부부 사건은 사안에 다소 차이점이 있다. 윤석열 부부는 명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뒤 2022년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명씨가 부탁한 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을 가능하게 해준 일을 대가성으로 볼 것이냐가 쟁점이었지만, 오 시장 사건에서는 여론조사 대가로 후원자를 통해 명씨에게 돈을 입금한 내역이 명백히 확인됐기 때문에 오 시장이 이 비용의 대납 사실을 인식했거나 공모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재판 과정 내내 이 쟁점을 두고 오 시장 쪽과 명씨의 진술이 엇갈렸다. 오 시장은 여론조사를 의뢰한 적이 없다고 했고, 비용을 대납한 혐의를 받는 김씨는 누구의 요청을 받지 않았고 오 시장을 지지하는 마음에서 자발적으로 명씨에게 여론조사 등을 포함한 정치컨설팅을 맡겼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그러나 명씨는 오 시장을 만난 구체적인 날짜를 특정했고, 오 시장의 여론조사 의뢰 사실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명씨 진술의 신빙성도 쟁점이 됐다. 명씨는 윤석열 등 수많은 정치인과 관련한 폭로를 하면서 가끔 과장된 말과 거짓된 말을 섞기도 했다. 재판부 역시 이 점을 들어 “명씨가 법정에서 ‘오세훈이 울면서 전화했다’거나 ‘김영선(전 국민의힘 의원)에게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장 자리를 약속했다’고 한 진술은 다소 과장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과 부합하는 객관적 증거가 있을 때는 명씨의 진술을 진실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이 100%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객관적 정황 등을 종합하면 일부 혐의가 인정된다”며 “증거로 제출된 카카오톡 대화나 언론 기사 등 객관적 정황과 부합하는 진술이 전혀 없지는 않다”고 밝혔다. 예컨대, 명씨가 특정일에 오 시장, 강 전 부시장 또는 김씨와 대화를 나누었다고 지목한 날에 실제로 만나거나 통화, 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확인된 경우는 재판부가 명씨의 진술을 사실로 봤다.
재판부는 이렇게 개연성이 없는 진술을 배척하는 방식으로 진실에 다가갔다. 오 시장 쪽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후원자 김씨는 계속해서 오 시장을 위해 자발적으로 여론조사를 명씨에게 의뢰하고 그 비용을 납부했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2021년 2월1일 김씨가 명씨 쪽에 1천만원을 입금했다. 김씨는 당시 명씨를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오 시장의 요청이 없었다면 김씨가 1천만원을 입금할 이유가 없지 않았나 판단된다”고 밝혔다.
강혜경씨의 변호를 맡은 김규현 변호사는 “윤석열 때는 오간 금전 없이 무형의 이익을 준 것이기 때문에 비용을 산정하기도 어렵고 대가 관계를 입증하기도 어렵지만, 오 시장의 경우는 금액과 대납 사실, 대가 관계가 명확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런 과정을 거쳐 판결하면서 윤석열 1심 재판부처럼 ‘순차적·묵시적 합의’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았지만, 오 시장과 측근들에게 같은 법리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오 시장의 정치적 이력과 재판에 임하는 태도 등을 거론하며 “죄질이 좋지 않다”고도 지적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오 시장은 ‘깨끗한 정치’를 앞세워 초선 의원이던 2004년 정치개혁 3법(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정당법)을 대표 발의했다.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에 해당하는 범죄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자는 그 형이 확정된 후 5년간 공직에 취임하거나 임용될 수 없다’는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여기에 담겼다.
재판부는 이를 고려한 듯 “정치자금 부정수수 범죄는 1인 1표의 기회균등 원칙에 따라 금권의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함으로써 민주정치를 건전하게 발전시키는 데 그 처벌 목적이 있다”고 정치자금법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서울시장 등을 역임하며 정치자금법의 입법 취지와 내용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범행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재판 과정에서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여러 이유와 주장들을 내세워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일갈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른바 ‘오세훈법’을 주도했던 이력을 중요한 정치적 상징자산으로 내세운다. 오세훈 시장 블로그 갈무리
이번 판결로 오 시장의 정치적 미래에는 잔뜩 먹구름이 끼게 됐다. 오 시장은 이번 판결 전까지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2004년 정치개혁 3법 통과를 주도한 뒤 2004년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했다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최연소 서울시장에 당선된 뒤 2010년 재선에 성공했다. 하지만 2011년 민주당의 무상급식안에 제동을 걸었다가 시장직을 사퇴하고 오랜 야인 생활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6년과 2020년 총선에서 낙선했다. 하지만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되며 화려하게 정계에 복귀했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거쳐 ‘반민주당’의 최전선에 서면서도, 내란을 일으킨 윤석열 세력과는 거리를 두면서 중도층 확장에 손을 뻗었다. 특히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점점 극우화 행보를 보이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날카롭게 각을 세우면서 중앙정치에서도 이름이 계속 거론됐다.
정점은 2026년 6월 지방선거였다. 오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 픽’으로 꼽히던 정원오 전 성동구청장에게 선거 막판까지 열세를 보였고, 선거가 끝난 직후 발표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서도 46%에 그쳐 정 후보(51.4%)에게 5.4%포인트 차로 뒤졌지만, 극적인 막판 뒤집기로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뒀다. 그러면서 보수세력과 중도층을 아우를 수 있는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다.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천지일보 의뢰로 지방선거 직후인 6월8~9일 실시한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오 시장은 19.0%로 여야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여권의 유력 주자인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13.3%)를 앞선 것은 물론, 야권 대표 주자인 한동훈 무소속 의원(10.6%)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9.6%)까지 크게 이긴 수치다.
하지만 이번 판결에서 예상 밖으로 큰 벌금형을 선고받으며 항소심과 상고심에서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게 됐다. 이 때문에 차기 대선 후보 순위는 크게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판결은 김건희 특검법상 2심과 3심 결론을 각각 앞선 재판 이후 3개월 안에 마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행규정은 아니지만 법원이 대체로 이 규정을 지켜와서 오 시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2027년 1월께 나오게 된다. 여기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유지되면 오 시장은 향후 최소 5년 동안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2028년 총선, 2030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오 시장은 공직선거법이 아니라 정치자금법 제45조를 위반해 유죄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2021년 재보궐선거를 치른 뒤 보전받은 선거비용 26억원을 돌려주진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6년 7월1일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제40대 서울특별시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오 시장의 시장직 상실 가능성이 커지면서 오 시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서울시의 정책과 사업들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정부와 기초자치단체의 반대에도 오 시장이 밀어붙이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사업부터 뿌리째 흔들릴 수 있게 됐다.
특히 종로구 종묘 앞에 위치한 세운4구역 사업은 국가유산청, 종로구청과 충돌하면서도 오 시장이 강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오 시장이 세운상가군을 철거하고 ‘녹지축’을 조성하는 재원을 마련한다는 명목으로 2022년께부터 세운4구역 등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사업지 일대의 용적률을 높이고, 높이 제한을 올리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국가유산청은 종묘 경관을 해칠 수 있다며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으라'고 명령했고, 오 시장 쪽과 갈등을 지속해왔다.
오 시장의 부동산 재건축 관련 정책도 동력을 잃게 됐다. 오 시장은 앞서 2026년 7월14일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 참석한 뒤 유튜브 영상을 통해 정부의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이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주택 공급에도 차질을 주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며 정부와 각을 세웠다. ‘부실 사업’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한강버스 사업도 존폐 논란이 다시 일게 됐다.
오 시장의 유죄 선고는 윤석열 부부와 명씨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7월24일로 예정됐던 김건희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대법원 선고가 7월23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회부되며 연기됐다. 법조계에서는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1·2심 재판부들의 판단이 엇갈리자 대법원이 전체 대법관의 판단을 통해 기준을 정리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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