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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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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키지 못하는 병’ 낫고 싶었을 뿐인데… 폐쇄병동에 갇히다

‘지옥’이 된 병원, 가족 단절시키고 아프게 만든 몹쓸 병… 섭식장애 치료 후 악화되거나 트라우마 겪기도
등록 2026-07-30 21:24 수정 2026-08-0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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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식장애의 심각성을 다룬 영화 ‘투 더 본’ 스틸 사진. 넷플릭스 제공

섭식장애의 심각성을 다룬 영화 ‘투 더 본’ 스틸 사진. 넷플릭스 제공


“아이를 살게 하려고 시작한 치료가 아이를 더 깊은 지옥으로 밀어 넣었어요.”

6년째 섭식장애로 고통받고 있는 김도아(19·가명)씨의 아버지 김상호(가명)씨가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평소 캠핑과 여행을 즐기던 김씨 가족은 도아가 섭식장애와 싸우기 시작한 뒤부터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김씨는 섭식장애를 “가족을 단절시키고 아프게 만든 몹쓸 병”이라고 말했다.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도아가 “목에 뭔가 걸린 것 같고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았다”는 증상을 겪게 된 것은 2020년부터다. 당시 중1이던 도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오프라인 수업을 할 때보다 더 많은 과제 압박을 느끼게 됐다. 친구나 선생님을 만나서 사회적 관계를 맺지 못하니 오로지 과제 수행에만 매달리게 됐고, 과제를 마치는 데 걸리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스트레스도 커졌다.

2021년 3월 도아의 어머니 박혜지(가명)씨는 입맛이 없다는 도아를 위해 보약을 지으러 한의원에 갔다가 딸의 몸무게가 28㎏까지 떨어졌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동네 소아청소년과에 영양제주사를 맞으러 갔다가 2차 병원 방문을 권유받았고, 2차 병원에서 거식증 진단을 받았다.

섭식장애는 음식을 먹는 데 장애가 생긴 정신질환이다. 잘못된 다이어트나 의지 부족으로 치부되기 쉽지만 음식 섭취는 물론 몸과 체중, 식사와 관련한 일을 둘러싼 모든 생각과 행동이 무너지는 병이다. 다른 사람들과의 식사 자리를 불편하게 여기고 우울·강박·불안·공황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섭식장애의 한 증상인 중증 거식증은 정신질환자 사망률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섭식장애는 크게 네 가지로 분류된다. 음식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거나 체중 증가를 강하게 두려워하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 폭식과 구토, 하제(설사약) 남용, 과도한 운동 같은 보상행동이 반복되는 신경성 폭식증, 폭식은 하되 보상행동은 없는 폭식장애, 체중·외모보다 감각 예민성과 음식 공포·회피가 핵심인 회피적·제한적 음식섭취장애(ARFID)다. 유기농·비건 등 건강한 음식에 대한 집착이 심한 오소렉시아(Orthorexia)도 섭식장애의 한 유형으로 본다.

섭식장애는 ‘부유한 여자 백인들의 병’이란 고정관념이 이어져왔지만,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최근 13년간(2009~2021년) 발표된 섭식장애 위험요인을 다룬 연구를 분석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논문(‘섭식장애의 위험요인에 대한 신속 검토’)을 보면, 섭식장애의 원인은 유전, 장내 미생물, 청소년기 폭력, 성격,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소수민족, 신체 이미지 영향, 엘리트 스포츠 등 9개 범주로 나뉠 만큼 다양하다.

 

권위자·전문병원 없어 ‘병원 투어’… 치료 거부 다반사

 

섭식장애임을 알게 된 도아는 그때부터 ‘병원 투어’를 해야 했다. 살고 있는 영남 지역에서 섭식장애 전문가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섭식장애 권위자’나 전문클리닉은 대부분 서울에 있었다.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창구는 환자들의 인터넷카페가 유일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여파로 대학병원 정신과 예약은 수개월씩 밀려 있었고, 서울의 한 섭식장애 상담기관은 “몸무게가 너무 적으니 35㎏이 되면 오라”며 치료를 거부했다. 섭식장애 치료로 유명하다는 서울의 한 식이장애 치료기관에서는 “하루 두 차례 보호자가 병원에 와서 식사치료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에서 맞벌이하며 당시 11살이던 도아 동생까지 돌봐야 했던 가족에겐 불가능한 요구였다.

2021년 5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문을 두드린 곳은 부산의 한 대학병원이었다. 인근 지역의 ‘유일한 섭식장애 권위자’로 알려진 교수를 한 달 넘게 기다려 만났는데, 교수는 도아를 보자마자 “이대로 두면 아이가 죽는다”며 즉시 입원을 권유했다. 원인은 다이어트라고 했다. 도아는 입원을 거부했지만, 대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 전문가의 권유를 거절하긴 어려웠다. 이 병원은 격렬하게 거부하는 도아에게 ‘비타민제’라고 속여 신경안정제를 주사했다.

이후 도아가 눈뜬 곳은 병원 정신과 폐쇄병동이었다. 이중문과 쇠창살로 막힌 병동에는 조현병 환자, 알코올·담배·도박 중독자까지 성인 중증 정신질환자들로 가득했다. 이들은 자해하거나 허공에 대고 소리를 지르거나 발을 쿵쿵 굴렀다. 고작 14살이던 도아에게 그곳은 “감옥보다 더 감옥 같은 곳”이었다.

가장 끔찍한 기억을 남긴 건 식사 시간이었다. 도아는 이 시간을 “고문 시간”이라고 일컬었다. 폐쇄병동에 갇힌 모든 섭식장애 환자는 하루 세 번 거실에서 식사했는데, 도아는 거실에 있는 특정한 소파에 앉아서 먹어야만 했다. 소파가 간호사실 바로 앞에 있어 감시하기 편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왜 섭식장애가 생겼는지, 어떤 정신질환에 의한 건지 상세한 상담도 없이 그저 아침 7시, 낮 12시, 오후 5시가 되면 무조건 밥과 반찬을 다 먹게 하는 방식을 치료라고 했다. 간호사 감시 아래 질긴 고기 힘줄과 비계를 서너 시간이 걸려도 무조건 씹어 삼켜야 했다. 싫어하는 생선 비늘이나 알도 예외는 없었다. 먹고 나면 1시간30분 동안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했다. 도아는 먹고 토하지 않는데도 간호사는 화장실까지 따라와 변기를 확인했다. 어머니 박씨는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입원 말고 왜 음식을 먹기 어려운지 묻고 내과·심리치료 같은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면 이런 트라우마를 겪지 않았을 것”이라며 “딸의 말이 아니라 의사 말만 믿고 입원시킨 결정이 후회된다”고 말했다.

 

클립아트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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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한데, ‘체중과 칼로리’ 치료라니

 

폐쇄병동에 80일 동안 입원한 끝에 도아는 몸무게가 31.7㎏이 되어 퇴원했다. 퇴원 조건(34㎏)에 미치지 못했지만 더는 폐쇄병동을 버티기 어려웠다. 트라우마로 섭식장애는 더 악화했다. 결국 부산에 있는 또 다른 대학 어린이병원을 찾았고, 2022년 3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세 차례 입퇴원을 반복했다. 앞선 병원보다는 덜 억압적인 환경이었지만, 밥을 무조건 다 먹어야 하는 상황은 마찬가지였고, 소화기내과 등 다른 진료과와의 협진도 거의 되지 않았다. 편지와 전화를 통제하는 규칙도 그대로였다. 네 차례 가족상담을 했지만 도아가 많이 먹도록 하는 보상 장치였지, 음식을 거부하는 근본적 원인을 해결하는 실질적 상담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병원 쪽은 “체중부터 늘려야 한다. 몸이 안정되면 마음도 따라온다”고 했다.

밥을 먹지 않으면 한 평 남짓한 독방에 감금했다. 도아는 8시간 동안 독방에 갇힌 적도 있다. 먹는 게 고역이고 고통이었고, 그 고역과 고통을 감내하지 않으면 독방에까지 감금됐던 경험은 고스란히 트라우마가 됐다.

퇴원 뒤 도아는 방으로 숨었다. 학교도 자퇴했다. 먹는 건 빵과 우유, 과일 정도다. 음식 냄새에 대한 공포가 심해졌고 가족과 함께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국 집에서 30분가량 떨어진 곳에 월 100만원을 내고 신축 오피스텔에서 혼자 지낸다. 입원에 대한 원망으로 아버지와는 관계를 끊었다. 5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의료비만 5천만원 정도 썼지만, 상황이 더 나빠진 것이다. 아버지 김상호씨는 “아내는 우울증을, 나는 외상후스트레스로 기억력 감퇴 증상을 얻었다”며 “입원은 가족의 가장 큰 상처이자 평생의 후회로 남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섭식장애를 ‘뼈말라’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 밑으로 내려가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을 초래하는데 이런 위험성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국가가 경각심을 가지고 섭식장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도아가 지닌 섭식장애 증상은 극단적 사례가 아니다. 한겨레21이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에서 받은 질병코드 ‘F50’(섭식장애) 진료 현황을 보면, 섭식장애 환자는 2021년 1만3105명에서 2025년 1만7917명으로 약 37%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료 건수는 5만5611건에서 8만2952건으로 1.5배 가까이 늘었다. 10·20대로 좁히면 2021년 3642명에서 2025년 3892명으로 6.9% 늘었다. 특히 섭식장애 환자의 80%가 여성이다.

문제는 숨은 환자가 더 많다는 것이다. 국제보건통계 전문기관인 미국 워싱턴대학 산하 건강지표평가연구소(IHME)가 집계하는 ‘세계 질병부담 연구’를 보면, 2023년 한국에서 거식증이나 폭식증을 겪는 사람은 인구의 약 0.34%로 추정된다. 300명 중 1명꼴로 한국 총인구(약 5110만 명)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17만여 명에 이른다. 17만여 명 가운데 진료 받는 환자가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외국의 경우 오스트레일리아는 2023년 기준 약 110만 명이 섭식장애를 겪었고, 그해 섭식장애로 인한 사망자는 1273명으로 추정됐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약 20만 명이 섭식장애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 섭식장애 환자에 대한 정부의 공식 실태조사는 2011년 제3차 ‘정신건강실태조사’가 마지막이다. 당시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이후 조사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26년부터 섭식장애 환자 표본을 기존 5천 명에서 1만 명으로 넓혀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2027년 제6차 정신건강실태조사 결과에 섭식장애 항목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2026년 섭식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열린 ‘섭식장애 인식주간’ 행사 포스터. 올해로 4번째 열리는 행사의 주제는 ‘세력’(The Force)이었다. 섭식장애 당사자·활동가들이 연대해 치료와 회복을 위한 정보를 나누고 서로 지지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겠단 선언을 담았다. 잠수함토끼콜렉티브 제공

2026년 섭식장애 인식 개선을 위해 열린 ‘섭식장애 인식주간’ 행사 포스터. 올해로 4번째 열리는 행사의 주제는 ‘세력’(The Force)이었다. 섭식장애 당사자·활동가들이 연대해 치료와 회복을 위한 정보를 나누고 서로 지지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겠단 선언을 담았다. 잠수함토끼콜렉티브 제공


한 달 치료비 수백만원… ‘돈’ 때문에 포기하는 현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 사는 대학생 이지영(21·가명)씨도 4년째 섭식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중학교 때 키 152㎝에 몸무게 52㎏이던 그는 주변에서 ‘통통하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예뻐 보이고 싶은 생각에 다이어트를 하면서 체중이 42㎏까지 떨어지자, 머리카락이 빠지고 무월경이 시작됐다.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고 답답하고 불안한 감정이 올라왔다. 게다가 속을 비우면 성적이 올랐다. 이씨는 고등학교에 다니며 급식을 거의 먹지 않은 채 공부에 몰두했고 전교 1등을 놓친 적이 없다.

고3이던 2023년 여름, 29㎏까지 체중이 내려가며 위기가 찾아왔다. 단백질 부족으로 발등이 심하게 부어 걷기 힘든 상황까지 이르렀다. 심장에 물이 차는 위급 상황도 일어났다. 결국 광주의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에 한 달간 입원했다. 병원에선 ‘폐쇄병동 입원’을 거듭 권했지만, 거부했다. 대안으로 개방병동에 입원해 수액과 영양주사를 맞고 38㎏까지 몸무게를 회복했지만, 퇴원 후 이내 제자리로 돌아갔다. 병원에서 정한 퇴원 목표(40㎏)를 맞추는 데만 열중한 탓이다. 결국 이씨는 2년 뒤 전남광주의 2차 병원에 50일간 다시 입원해야 했다. 각종 내시경 검사와 수액 비용 등 입원할 때마다 한 달에 400만~500만원을 썼다.

이후 이씨는 대학을 휴학하고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과 서울의 상담센터 치료를 1년 동안 집중적으로 받기로 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딸의 치료를 위해 직장도 관뒀다. 하지만 수도권의 병원과 서울의 상담센터도 그저 ‘체중과 칼로리’에 집중하는 전남광주의 치료 방식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저 고칼로리의 음식을 먹으라는 말만 반복했다.

“엄마와 새벽 5시30분 케이티엑스(KTX) 첫차를 타고 서울에 가서 꼬박 하루를 쓰는데, 항우울제 처방과 2분도 안 되는 상담이 전부였어요. 동네 소아과·내과에선 ‘건강보험이 적용 안 된다’며 진료를 거부하거나 ‘섭식장애 환자를 처음 본다’며 실험 대상처럼 신기하게 보기도 해요.” 이씨의 말이다.

“섭식장애 전문 병원이 없다보니 지역 환자들은 병원에 다니기가 어렵고, 섭식장애 정보가 다이어트에만 한정돼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도 힘들어요. 병원에서도 정신적 문제가 있으니 무조건 폐쇄병동 입원을 권유하는데, 섭식장애 환자를 위한 치료 방식이 다양하게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씨의 어머니가 말했다.

한겨레21이 심층 인터뷰한 섭식장애 환자 4명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섭식장애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는 국가 치료 시스템의 공백에 따른 것이었다. 섭식장애 비영리단체 ‘잠수함토끼콜렉티브’ 박지니 대표와 25년 동안 섭식장애 환자를 식사치료한 안주란 백상정신건강의학과 부설 백상식이장애센터장이 2026년 5~7월 전국 5개 도시(서울·원주·인천·부산·전남광주)에서 연 ‘섭식장애 질의응답 세션’에 참여한 환자군 134명이 제출한 사전 질문지에도 ‘섭식장애를 어떻게 치료할지’에 대한 막막함을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정신과에서 식욕촉진제를 처방받지만 근본적으로 치료되지 않아 고민’이라거나 ‘동일 질환에 대해 서울 병원은 약물을 처방해주고 부산 병원은 처방해주지 않아 혼란스럽다’는 의견도 있었다.

 

2026년 7월1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책정원 구립도서관에서 ‘섭식장애 질의응답 세션’이 열리고 있다. 권지담 기자

2026년 7월12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 책정원 구립도서관에서 ‘섭식장애 질의응답 세션’이 열리고 있다. 권지담 기자


치료하고 싶어도 갈 곳이 없다… 청소년은 더 열악

 

박 대표는 2000년대 초 자신이 치료받던 때보다 지금의 치료 환경이 더 열악한 ‘황무지’라고 말한다. 그는 “섭식장애 당사자를 충분히 경험한 전문가가 국내에 없다보니 잘못된 치료 방식으로 가족과 단절되거나 건강이 더 악화되는 사례가 많다”며 “섭식장애 당사자와 가족들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돈이 되지 않고 다학적 개입이 필요한 섭식장애에 대한 관심이 후순위로 밀린다”고 말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먼저 섭식장애 전문 치료기관이 부족하다. 한겨레21이 2026년 7월30일 의료기관 누리집에서 섭식장애 치료를 전문으로 하거나 치료법을 게재한 기관을 검색한 결과, 전국 8곳에서 관련 정보를 찾을 수 있었다. 이 가운데 상급종합병원(인제대 부산백병원·서울대어린이병원) 및 대학병원(인제대 일산백병원)은 3곳이고, 나머지는 민간 의원급 병원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섭식장애 입원 프로그램을 운영한 인제대 서울백병원은 코로나19 이후 프로그램을 중단했고, 2023년 문을 닫았다. 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입원치료는 가능하지만, 정작 섭식장애만을 전문으로 하는 입원치료 병원은 없다. 도아가 입원한 부산의 두 번째 대학 어린이병원 정신병동도 의정 갈등으로 2024년 2월 문을 닫았다가 2026년 2월 다시 열었지만, 대기자가 많아 당장 치료받기 어렵다. 현재 남은 소아청소년 정신병동은 2곳이다.

국내 병원은 미국정신의학회 진단분류체계(DSM-5)에 따라 체질량지수(BMI)를 기준으로 13.5㎏/m² 이하에 해당하는 경우 입원치료를 한다. 자해 위험이 있거나 생명이 위태로운 최중증 환자도 입원치료 대상이다. 문제는 이 기준에 해당하는 소아·청소년을 위한 섭식장애 전문병원이 없어, 도아 사례처럼 소아·청소년이 성인 정신질환자와 함께 폐쇄병동에 머무는 일이 일어난다. 김성완 전남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청소년 섭식장애 환자는 청소년 전문 병동에 입원하는 게 바람직하지만, 정신과 입원 의료수가(건강보험이 정한 진료비 기준)가 원가의 60~70% 수준에 머무르면서 수도권 종합병원조차 정신과 병상을 줄이고 있다”며 “청소년 병동은 일반 병동과 수가가 같은데다 자해 위험 등 사건·사고 위험이 큰 병원 처지에선 병동을 유지할 유인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운영되는 섭식장애 치료기관도 의사 개인의 관심이나 사명감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다. 송윤주 연세엘 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은 “전문 치료자가 되려면 수년간의 공부와 경험이 필요한데 섭식장애 전문 치료자 양성 제도가 없어 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양성한다”며 “별도 수련에 따른 보상이 없는데 더 어렵고 위중한 환자를 진료하게 되니 지원하는 인력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박지니 섭식장애 활동가가 2026년 7월1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박지니 섭식장애 활동가가 2026년 7월15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섭식장애 통계·치료 기준 및 체계 설계 시급

 

섭식장애가 건강보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도 치료의 장애물로 꼽힌다. 현재 입원과 외래진료, 약물치료 외에 섭식장애 환자에게 장기적으로 필요한 상담과 식사치료 등 비약물치료는 건강보험으로 지원하지 않는다. 심리상담도 병원 외 상담기관에서 받을 경우 일부 지방자치단체 바우처를 제외하면 개인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김율리 인제대 일산백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중증 섭식장애 환자에게 약물치료는 효과가 제한적이고, 필수 치료인 가족기반치료(부모가 집에서 체중 회복과 식사 재건을 이끄는 치료), 영양치료, 전문가 지지적 임상관리(영양·체중·심리·식습관 등을 다루는 치료)는 모두 수가가 없어 치료 접근성이 떨어진다”며 “난치성 거식증은 치사율이 약 10%에 이르고, 신체적으로 쇠약해져 혼자 생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중증난치성질환으로 지정해 ‘산정특례’(본인 부담률을 크게 낮춰주는 제도) 대상에 포함해 의료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주 원장은 “진료 시간이 몇 분, 몇 회였는지 같은 정량 평가에만 의존하는 지금 수가 체계에선 어려운 환자를 많이 볼수록 의료진의 책임과 위험만 커진다”며 “정신과·소아청소년과·상담사·영양사가 함께 진료하는 다학제 진료에 수가가 없다보니 병원에선 그런 팀을 꾸릴 수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공백 상태인 섭식장애 조사와 치료 기준을 설계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안주란 센터장은 “현재 의료체계에선 섭식장애 환자가 외래진료에서 처방받은 약으로 버티다 안 되면 곧바로 입원하는데 전문 입원병동이 없으니 정신과 폐쇄병동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거식·폭식 등 섭식장애의 유형과 정도에 따라 가족과 외래에서 식사 연습을 할 수준인지 입원이 필요한지, 환자와 가족이 충분히 판단해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니 대표는 “한국엔 섭식장애 실태조사는 물론 국가적으로 합의된 치료 기준이 없다”며 “국가가 섭식장애를 공식적인 보건의료 과제로 인정하고 진단·치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주일에 2~5회 치료하는 집중외래나 하루 동안 치료기관에 머물고 귀가하는 ‘낮병원’을 두는 스웨덴 사례처럼, 외래와 입원 사이 단계별 치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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