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검찰이 12·3 내란사태에 대한 수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24년 12월11일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는 공조수사본부(공수본)를 설치해 이번 사건을 공동으로 수사해나가기로 했다. 앞서 검찰도 12월6일 특별수사본부(특수본)를 설치하면서 군 검찰 인력을 파견받았다. 12월11일부터 내란 사건 수사는 경찰을 중심으로 한 공수본과 검찰을 중심으로 한 특수본 등 두 갈래로 나뉘어 수사 경쟁을 벌이게 됐다.
현재까지의 수사 결과를 보면, 검찰이 앞서 있다. 무엇보다 내란 피의자인 대통령 윤석열과 함께 이번 내란의 가장 큰 책임자인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을 체포, 구속한 것이 유리한 점이다. 김용현은 12월8일 검찰과의 조율을 거쳐 자진 출석했다. 또 검찰은 군 검찰과 함께 내란의 수행 부대인 방첩사령부, 특수전사령부 등을 압수수색해 증거물을 확보했다.
경찰은 12월11일 수사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했고, 일부 자료를 받아냈다. 또 같은 날 경찰은 12월3~4일 비상계엄 해제를 막기 위해 경찰력으로 국회 출입을 통제한 경찰청장 조지호와 서울경찰청장 김봉식을 긴급체포했다. 공수처는 12월9일 윤석열을 출국금지했고, 전 국가정보원 차장 홍장원을 조사했다.
그러나 내란 사건에 대한 여러 기관의 동시 수사는 많은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예를 들어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특전사령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 대신 검찰과 함께 수사 중인 군 검찰이 특전사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군사법원에서 받아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경찰이 신청한 영장 기각과 관련해 검찰은 “관할 문제와 중복 수사 우려가 있었다”고 해명했으나, 검찰이 수사를 주도하려 경찰 수사를 막았다는 의심을 받는다.
경찰이 경찰청장 조지호, 서울경찰청장 김봉식을 긴급체포한 일도 자연스럽지 않다. 두 사람도 경찰이 수사권을 갖는 내란 혐의자이지만, (고위) 경찰관에 대한 우선 수사권은 법률에 따라 공수처나 검찰이 갖는다. 굳이 경찰이 먼저 나설 이유가 없었는데, 검찰과의 수사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체포한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도 가만있지 않았다. 12월8일 경찰과 검찰에 내란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라고 요구했다. 공수처는 “중복수사 우려를 해소하고 수사의 신속성,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내란 사건에 대해 경찰이 우선 수사권을 갖는다고 보고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수사 진행 정도 등을 고려할 때 이첩 요청이 적절한지 재검토해달라”고 밝혔다.
수사 혼선이 계속되자 법원이 수사기관을 정리해달라고 요구했다. 법원은 12월6일 공수처가 청구한 김용현에 대한 체포와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하면서 “수사의 효율 등을 고려해 각 수사기관 간 협의를 거쳐 중복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등 조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다고 공수처는 전했다.
내란 수사가 혼선을 겪는 이유는 각 기관의 수사권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내란 사건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이 갖고 있다. 경찰은 모든 범죄 사건에 대한 포괄적인 수사권을 갖는다. 다만 부패와 경제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이 우선 수사권을, 고위 공직자의 일부 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갖는다. 검찰이나 공수처의 수사 대상 범죄에 내란은 명시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데 검찰은 윤 정부가 들어선 뒤 검찰청법 시행령을 개정해 수사 대상 범죄에 ‘직권남용’을 포함했다. 이번 내란에 대통령 등의 직권남용 혐의가 있으므로 이것과 관련된 내란 범죄까지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또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의 범죄 중 직권남용, 공용물의 파괴, 국가정보원법상 정치 관여 등 혐의를 수사할 수 있다. 따라서 내란 사건 가운데 이 부분은 공수처도 수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수사 관할권과 관련해선 이미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2월9일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내란 사건에 대해)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검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 검찰청법 해석상 (수사가) 가능한지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수사 관할권은) 공소 제기 절차나 증거 능력의 적법성 문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수사권이 없는 기관의 수사나 증거 수집에 따른 기소의 적법성이 재판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는 경찰이 수사하고, 앞으로 국회에서 특검이 만들어지면 그쪽으로 넘기는 것이 타당하다. 검찰은 시행령 자체가 상위법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있고, 직권남용 수사권으로 내란 수사까지 확대하겠다는 것도 무리하다. 재판에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은 “검찰은 윤석열 정부의 파트너로서 이번 내란 사건에 대해서도 공동 책임이 있다. 이번 내란 수사를 통해서 자신들의 잘못을 덮고 생존해온 과거 행태를 반복하려고 한다. 검찰 수사를 배제해야 하고, 특검을 출범시켜 수사를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논란 많은 검찰의 수사를 중단시킬 방법도 있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12월11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나와 “수사권 행사 방법에 문제가 없게 조치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그러나) 내가 앞장서서 그런 부분을 조정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12월3일 비상계엄령 선포 국무회의 참석자여서 내란 사건의 피의자가 될 수도 있으므로 수사 지휘를 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수사권을 둘러싼 혼선은 특검이 출범해야 끝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수사를 중단하거나 경찰에 넘길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특검은 두 가지로 추진되고 있다. 12월10일 요구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설 특검과 12월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별(일반) 특검 법안이다. 특검이 출범하면 경찰과 검찰은 수사 내용과 증거물, 피의자 등을 모두 특검에 넘겨야 한다.
속도가 빠른 쪽은 상설 특검이다. 상설 특검이란 ‘특별 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특검이다. 국회가 본회의에서 요구안을 통과시키면 시행된다. 이때 대통령은 특검 후보자의 추천을 요청해야 하고,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는 5일 안에 대통령에게 후보자 2명을 추천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 가운데 1명을 3일 안에 임명해야 한다. 파견 검사는 최대 5명, 수사 기간은 최대 90일로 정해져 있다. 상설 특검은 요구안 통과 뒤 이르면 8일 만에 임명될 수 있다. 그러나 수사 인력이 적고 기간이 짧은 단점이 있다.
반면, 개별 특검은 개별 사건에 한정되는 일회적 특검으로 새로 특검 법안을 만들어 시행한다. 그 사안에 따라 내용과 절차를 비교적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이번에 본회의를 통과한 특검 법안을 보면, 파견 검사 수는 최대 40명, 수사 기간은 최대 150일로 돼 있다. 역대 최대 규모가 된다. 개별 특검의 약점은 출범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이다.
국회 법사위의 민주당 간사인 김승원 의원은 “검찰의 수사는 자기 조직을 지키고 이번 사건 관련자들의 혐의를 왜곡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 검찰 수사를 중단시키려면 특검을 빨리 출범시키는 수밖에 없다. 먼저 상설 특검을 출발시키고, 나중에 출범하는 (개별) 특검이 수사를 넘겨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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